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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4기 신도시 개발”·金 “GTX 속도” [6·3 조기 대선, 이 정책은 꼭!]

(4) 규제 앞세운 부동산 정책 ‘필패’…공급 먼저 도심 공급 활성화 나서야 시장 안정

  • 김경민,정다운
  • 기사입력:2025.05.16 13:06:49
  • 최종수정:2025.05.16 13: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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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규제 앞세운 부동산 정책 ‘필패’…공급 먼저
도심 공급 활성화 나서야 시장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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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는 매번 부동산 정책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세금, 대출 등 부동산 규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서울 강남권 등 인기 지역 집값은 오히려 뛰면서 무주택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는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도 기대만큼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핵심 어젠다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등 주요 정당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내놓으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4기 스마트 신도시’ 건설을 통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 4기 신도시 개발을 준비해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게 쾌적하고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분당과 일산, 산본 등 경기 1기 신도시 노후 인프라를 전면 재정비해 도시 기능과 주거 품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청년층 주거와 관련해서는 “청년 맞춤형 공공분양과 고품질 공공임대를 대폭 늘려 주거 불안을 덜겠다”며 “무주택 청년 가구의 월세 지원 대상을 넓히고, 월세 세액공제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후 공공청사와 유휴 국공유지를 복합 개발해 공공주택 물량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3·3·3 청년주택 공급 방안’ 등 청년층 주거 부담 완화에 집중했다. ‘결혼하면 3년, 첫아이 3년, 둘째 아이 3년’ 등 총 9년간 주거비를 지원해 청년주택을 매년 10만가구씩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대학가 반값 월세 구역(존)’을 지정해 청년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자신했다. 김 후보는 “현재 주요 대학가 기숙사 수용률은 18%에 불과하고, 인근 원룸 월세는 지나치게 비싸다”며 “대학가 주변 원룸촌 용적률과 건폐율을 완화해 민간 원룸 주택이 반값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장 자율성을 살리되 대학생 부담을 줄이고, 임대인 자산 가치는 높이는 ‘윈윈’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의 10% 이상을 1인 가구 맞춤형으로 건설해 특별공급하겠다고도 덧붙였다.

김 후보의 또 다른 야심작은 ‘세대 공존형 아파트’ 모델이다. 김 후보는 “출산한 부부와 양가 부모 세대를 위해 공공택지의 25%를 돌봄 시설을 갖춘 공존형 단지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부모 세대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하면 자식 세대와 함께 특별 가점을 부여하는 결합 청약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기 신도시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실수요자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전경. (매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기 신도시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실수요자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전경. (매경DB)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선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약속했다.

특히 이재명·김문수 후보 모두 재건축, 재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용적률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역대 민주당 정권 기조를 보면 대체로 정비사업 규제 강화에 힘을 실었지만, 이재명 후보는 다르다. 이 후보는 “서울 노후 도심 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낮춰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역시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재건축, 재개발 과정에서 전용 59㎡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대폭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전용 59㎡ 등 소형 면적은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 자녀가 1명 있는 가구 등이 선호하는데 이런 중소형 평형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얼핏 보면 대선 후보들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 공약은 비슷해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다. 국민의힘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강조하고 나섰지만, 이재명 후보는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을 통해 조합원 1인당 평균 8000만원 이상 개발이익을 얻으면, 정부가 초과 금액의 최대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재건축 사업성이 악화돼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역시 여야 정당 모두 내놓은 공약이다.

김문수 후보는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GTX 같은 급행철도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광주·전남 등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린다. A~D 등 GTX 6개 노선은 김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추진했지만 일부 성과만 이룬 숙원 사업이다. 김 후보는 2007년 경기도지사 당시 A, B, C 3개 노선을 2012년 동시 착공해 2017년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현재 수서~동탄의 A노선 일부 구간만 당초 계획보다 한참 늦게 개통됐다.

김 후보는 A, B, C노선은 임기 내 모두 개통하고 D, E, F노선은 임기 내 착공하겠다는 입장이다. GTX-A 평택 연장(동탄~평택지제)·B 춘천 연장(마석~가평~춘천)·C 동두천 연장(덕정~동두천) 노선은 현재 타당성 검증 중이다. GTX-D(김포~인천공항2터미널~팔당~원주)·E(인천공항~광운대~남양주 왕숙~남양주 덕소)·F(하남 교산~동의정부~대곡~용인 기흥~복정~하남 교산) 노선은 5차 철도망으로 검토하는 단계다. 김문수 후보는 “집에서 직장까지 한 달 10만원 내로 30분 만에 접근할 수 있다면 서울 외곽, 대도시 밖에서 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교통이 곧 보편적인 복지”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후보는 수도권 외곽, 강원까지 GTX 연장을 적극 지원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기, 인천, 강원을 경강선으로 연결하고, 경기 북부 접경지까지 KTX와 SRT를 연장 운행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도 눈길을 끈다. 이재명 후보는 세종을 행정수도의 중심으로 완성하기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을 임기 내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회와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월 12일 대전시당에서 열린 충청권 선거대책위원회 출정식에 참석해 대통령 집무실 이전, CTX(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 개통 등을 약속했다. 김 후보는 출정식 인사말에서 “당선이 되면 세종시에 국회의사당을 옮기겠다. 그리고 세종시에 대통령 집무실을 반드시 만들어 세종시에서 일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공약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대전에서 세종으로, 세종에서 오송으로, 오송에서 청주공항으로 연결되는 고속철도인 CTX를 반드시 개통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CTX는 시속 180㎞로 충청 남북도와 세종, 대전을 다 1시간 내로 왔다 갔다 한다. CTX로 청주공항도 확실히 발전시켜 교통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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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부동산 정책 어떻게

‘공급 확대’ 방향은 맞지만…

방식과 주체, 대상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여야 주요 후보들이 일제히 주택 공급 확대, 집값 안정 등을 핵심 기조로 내세우고, 전문가들 역시 큰 틀에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선 공약에서는 부동산을 정치적으로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기조가 뚜렷해 긍정적”이라면서도 “조기 대선 기간이 짧은 만큼 지금은 원론적인 방향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도 “공공이든 민간이든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기조 자체는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공약에 그치지 않으려면 대선 직후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빠르게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따라 나온다.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공급은 매 정부에서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히곤 한다. 과거 정부 사례를 보면 ‘○○만가구 공급’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 공약은 결국 실현되지 않고 끝난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도 적시 적소에 공급된 경우가 적었기 때문이다. 윤석열정부도 임기 내 250만가구(수도권 최대 150만가구)를 약속했지만, 정국 마비로 공약한 일들을 수습하지 못한 채 정권에서 퇴출됐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무리한 숫자(공급 목표)만 제시하면 이미 미분양 문제가 심각한 지방에도 주택이 적체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단순히 ‘집 많이 짓겠다’는 목표 말고, 어디에 얼마나 짓겠다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4기 신도시? 3기부터 공급 늘려야

“재개발·재건축 속도 내야” 한목소리

여야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공약한 ‘4기 스마트 신도시’에 대해서는 차라리 기존 3기 신도시 사업을 보강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다. 3기 신도시 사업도 아직 더딘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4기 신도시를 신속하게 추진할 여력도 부족하거니와 실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인천 계양, 하남 교산 등에 조성된 3기 신도시는 2018년부터 추진됐지만 전체 착공률은 이제 막 6%를 넘어섰다. 2030년쯤에나 본격적인 입주가 가능하다.

물론 3기 신도시 공급 물량은 총 17만가구로 1기 신도시(30만가구), 2기 신도시(55만가구)와 비교해 수도권 수요를 떠받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는 하다. 다만 3기 신도시에서 공원녹지면적(34%), 자족용지(19%)는 과도하고 용적률(196%)은 낮으니 이를 조절하면 공급을 어느 정도 늘릴 수 있다는 진단. 1기 신도시 노후도시 정비계획상 용적률은 300~350% 수준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지금 4기 신도시를 발표하면 10~15년 후에나 입주가 가능해 실현 가능성을 고민해봐야 한다”며 “무주택 실수요자가 공급 속도를 체감하도록 기존 공공주택지구 공급 시기를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4기 신도시를 언급하기 전에 문재인정부가 추진했던 3기 신도시 용적률을 높이는 등 제도를 보강하고 과소 책정된 공급 물량을 더 늘리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는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또 최근 몇 년간 공사비 갈등으로 재건축, 재개발이 지연된 사업장이 많은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서둘러 공사비 갈등을 중재해 사업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핵심 주택 공급 수단이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인데, 경기 침체와 공사비 상승 등으로 난항을 겪는 상황”이라며 “각종 규제 완화도 대부분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법 개정 사항이라 대선 후 다수 당 협조 없이는 통과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다주택자 징벌 세제 완화 절실

지방 미분양 해소 주력해야

주택 공급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해놓은 뒤에는 수요 측면에서 거래나 보유에 대한 부담을 줄여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를 향해 시장 환경에 부합하는 부동산 세제 개편을 주문한다.

우선 종합부동산세, 재산세를 비롯해 취득세, 양도소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징벌적 세금 제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세금 정책은 주택 시장에서 임대 공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해서 세금을 완화하자는 취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가뜩이나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비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다주택자를 임대 공급자로 유도해 주택 공급량을 충분히 늘리고 시장 불안을 제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가 내년 5월까지 유예된 상태인데 추가 규제 없이 현 수준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여기서 더 규제할 경우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임대차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현 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지방 불균형 완화를 최우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미분양이 쌓이는 등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지방도 수도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면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 3월 말 기준 2만543가구로 2012년 2월(2만807가구) 이후 13년 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최근 정부가 오는 7월 시행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지방에 한해 완화·차등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은 긍정적이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조이는 제도다.

하지만 이 역시 미분양 해소에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지방 부유층이 서울로 원정 투자를 나서는 상황에서, 서울 대신 지방 부동산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도록 보다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지방은 서울·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비교해 주택가액이 높지 않아 대출 한도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며 “DSR 규제 완화는 지방 주택 수요를 확대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도세 5년 감면, 취득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이나 명문 대학, 대형 병원 확보 같은 지방 생활 인프라 개선 등 실수요자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카드를 내놔야 비로소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반응할 것”이라고 밝힌 함영진 랩장 의견도 별반 다를 바 없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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