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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글로벌 전력의 미래를 내다보다 [CEO LOUNGE]

효성重 ‘어닝 서프라이즈’ 이끈 조현준 효성 회장

  • 김경민
  • 기사입력:2025.05.16 13:05:17
  • 최종수정:2025.05.16 1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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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重 ‘어닝 서프라이즈’ 이끈 조현준 효성 회장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으로 효성중공업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효성그룹 내부적으로 고무된 모습이다. 때마침 효성중공업 사내이사를 맡으며 책임경영에 나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57) 리더십에도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1968년생/ 예일대 정치학과/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 석사/ 효성 전략본부 상무/ 효성 무역PG장/ 효성 섬유·정보통신PG장 겸 전략본부장(사장)/ 2017년 효성 회장(현) [일러스트 : 강유나]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효성 제공)

효성重 1분기 실적 날개

사상 첫 연매출 5조, 영업익 5천억 기대

효성중공업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2% 증가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도 1조761억원으로 같은 기간 9.3% 늘었다.

효성중공업의 1분기 실적 상승세는 경쟁사인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과 비교해도 돋보인다.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4% 증가해 효성중공업보다 상승폭이 낮았다. LS일렉트릭 1분기 영업이익은 873억원에 그쳐 오히려 같은 기간 6.9% 줄었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실적도 역대 최대치였다. 지난해 연간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은 3625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8%, 40.6% 증가했다.

효성중공업 실적이 날개를 단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동, 오세아니아 지역의 초고압 전력기기 수주가 늘어난 덕분이다. 글로벌 변압기 시장은 최근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통상 30년 주기인 북미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한 데다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올해 글로벌 AI 산업 호황과 데이터센터 등 전력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사상 첫 매출 5조원, 영업이익 5000억원 달성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효성중공업의 1분기 중공업 부문 신규 수주는 2조원으로 역대 분기 중 최대 수준이다. 북미만 놓고 보면 약 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북미 수주가 올해부터 매출로 전환되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효성중공업 실적은 단순히 전력기기 시장 호황에만 힘입은 것은 아니라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조현준 회장이 직접 총대를 메고 미국 등 글로벌 시장 투자를 늘리는 한편 전력 신시장을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조현준 회장은 최근 효성중공업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효성중공업 이사회는 조 회장을 추천한 이유로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탄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전력 신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책임경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평소에도 “효성중공업은 AI 산업의 핵심 기업이다. AI 시대가 개화하기 위해서는 전력 인프라가 필수적인데, 효성중공업은 이를 위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이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에 위치한 일본 미쓰비시의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4650만달러(약 5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여러 리스크가 있었지만 조 회장은 미국 현지 공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여러 후보지 중 심사숙고한 결과 인수를 적극 추진했다.

조 회장은 효성중공업 미국 멤피스 공장에 1억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 최대 765㎸(킬로볼트)급 초고압 변압기를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시설이다.

최근엔 49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해 2026년까지 시험, 생산 설비를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이 기존의 2배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중공업 멤피스 공장은 북미 수주를 확대를 기반으로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70%, 이익은 30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잇따른 증설을 통해 미국을 넘어 글로벌 넘버원 수준의 전력기기 생산능력을 확보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2027년 북미 전력 시장점유율 1위, 2030년 AI 산업과 함께 성장하는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중공업은 일찌감치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력기기를 생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 영향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다. 효성중공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높은 유럽 각국에 초고압 변압기, 차단기 수출을 늘리고 있다. 2010년 유럽 시장에 첫 진출한 이래 스웨덴, 아이슬란드, 핀란드, 프랑스 등에서 전력기기를 수주하며 유럽 시장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여왔다.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신시장 개척에도 힘쓰는 중이다.

조 회장은 AI 관련 신성장동력 사업도 키워왔다. AI를 기반으로 전력 설비 운전·상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 감지하는 솔루션인 ‘아모르(ARMOUR)’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증강현실(AR)을 접목한 검사 장비와 초고압 직류 송전 시스템인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 개발, 전력망의 전압 안정성과 전력 품질을 향상시키는 장치인 ‘정지형 무효 전력 보상 장치(STATCOM·Static Synchronous Compensator)’에 AI 기술을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조 회장은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을 강조하면서 전력 산업을 비롯한 전 사업 부문에서 AI 기술을 기반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공화·테네시주)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효성 제공)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말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해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공화·테네시주)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효성 제공)

美 정재계 등 글로벌 인맥 눈길

관세 문제 등 복합 위기 대응 나서

효성중공업 도약을 이끌어온 조 회장은 미국 명문 세인트폴고와 예일대를 졸업했다. 고교 시절부터 구축해온 미국 ‘학(學)맥’이 효성의 글로벌 사업에서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법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효성에 입사하기 전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모건스탠리 일본 지사에서 근무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조 회장은 미국, 일본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선친인 故 조석래 명예회장에 이어

한미·한미일 간 가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왔다. 조 회장은 팜민찐 베트남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주요 비즈니스 파트너 국가의 핵심 인물과도 끈끈한 관계를 다져왔다.

조 회장은 최근 관세 문제 등 글로벌 복합 위기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를 비롯한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두루 만나 한미·한미일 협력 방안, 글로벌 기술 협력 등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일례로 조 회장은 지난 3월 말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체리블라썸 정책 서밋에 참석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주) 등이 주최한 이번 행사에서 조 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인으로 초청받았다. 트럼프 정부의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스콧 터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뿐 아니라 연방 상원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민간 외교관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번 서밋에서는 미국 경제·재정 정책 전망, 미국 국가 안보와 기술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시각 등을 논의하며 향후 효성그룹과 한국 경제가 극복할 주요 대응책 등을 고민했다는 게 효성그룹 고위 관계자 전언이다.

조 회장은 이 자리에서 탄탄한 미국 재계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사프라 캐츠 오라클 CEO를 비롯해 케빈 오리어리 오리어리벤처스 회장, 스콧 스트라직 GE베르노바 CEO, 벤처캐피털 회사 안데르센호로위츠(a16z)의 마크 안데르센 공동창업자 등과 미팅하면서 끈끈한 재계 네크워크를 다졌다.

지난 4월 초에는 워싱턴DC에서 북미, 유럽, 아시아의 주요 인사들과 만나 소통, 교류 활동을 펼쳤다. 대표적인 인물이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케빈 러드 주미 호주 대사(전 호주 총리), 스티븐 본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등이다. 이들과 만나 효성그룹의 미래 경쟁력 제고 방안뿐 아니라 한국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특히 예일대 직속 후배인 제이크 설리번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미국의 안보, 전력 산업과 관련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는 후문이다. 조 회장은 “미국에서는 AI 산업 발전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데이터 보존이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전력 산업을 방산 산업으로 인식해 ‘AI가 곧 전력”이라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유럽 시장 공략에도 열심이다. 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온 조 회장은 지난 3월 1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한-스페인 경제협력위원회 인사들과 만나 양국 경제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친환경 섬유 산업 선도, 전력 시장 고도화, 금융 인프라 확대 등 다양한 경제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스페인 등 유럽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는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전력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블랙아웃 등을 대비하기 위한 솔루션을 효성중공업이 제공할 수 있다”면서 효성중공업의 정지형 무효 전력 보상 장치인 ‘스태콤(STATCOM)’을 핵심 제품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일 교류 특별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아온 조 회장은 5월 중 일본을 찾아 민간 경제 외교관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세계 경제가 끝없는 침체 속에 방향을 잃고 표류하지만, 아무리 심각한 위기에도 치밀하게 준비한 자에게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믿는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한미 관계에서 더 나아가 한미일 경제·안보 동맹에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이 미국 관세 폭탄,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위기 상황에서 효성중공업의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재계 이목이 쏠린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10호 (2025.05.21~2025.05.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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