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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살이 원하세요?”...일단 먹고 시작하는 이 면접, 붙으면 된다는데 [방영덕의 디테일]

  • 방영덕
  • 기사입력:2025.05.14 12:52:24
  • 최종수정:2025-05-18 08: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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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희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인사총괄 상무
김진희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인사총괄 상무

“좀 드세요.”

긴장되는 최종 면접 순간,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인사권자가 이같이 권합니다. 구직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초콜릿, 따뜻한 커피, 먹음직스런 빵 등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먹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일단 먹어야만 시작하는 면접입니다. 면접관들부터 ‘호로록’ 마시고 먹기 때문에 구직자들은 먹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회사가 생각하는 인재를 뽑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구직자들 역시 회사를 고르는 자리여서 최대한 ‘대접’한다는 이 기업. 제주 본사에서 진행하는 면접에선 호텔의 고급 뷔페 식사를 제공하기도 하는데요.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의 얘깁니다.

이 곳은 최근 호텔 및 리조트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입 및 경력직 400명을 대거 채용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그랜드 하얏트 제주와 카지노 등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직원 2500여명의 인사를 총괄하는 김진희(54·사진) 상무를 서울에서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제주 드림타워 전경. [사진출처 = 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 전경. [사진출처 = 롯데관광개발]

“일손이 정말로 부족해요. 프론트 데스크, 컨시어지 등 객실 관리부터 파티셰, 바리스타, 플로리스트, 보안은 물론 영업과 카지노 딜러까지 사실상 호텔과 카지노 인력 전 부문에 걸쳐 뽑는 중입니다.”

제주에서 서울로 온 하루 사이 이미 70여명의 구직자들의 면접을 치렀다는 김 상무는 올 연말까지 직원 수를 3000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재 제주를 기반으로 영업을 하는 상장사는 총 7곳(제주 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과 제주은행, 제주반도체, 카카오, 제주항공, 한울앤제주(옛 제주맥주), 쏘카 등)이 있는데 한꺼번에 직원 400명을 뽑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죠.

롯데관광개발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이 늘면서 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외국인 입국자 수는 161만4596명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2020년 이래 월간 기준 최대 입국자 수입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이 41만6849명으로 가장 많은 방한객을 기록했고 이어 일본(38만3312명), 대만 14만17명, 미국 13만2117명, 베트남 5만2874명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인바운드 수요 전반이 회복세에 있다는 진단입니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중화권은 물론 일본 고객과 그랜드 하얏트란 글로벌 체인 호텔이 있다보니 미국 등에서 오는 손님들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로컬 호텔과 달리 제주를 대표하는 글로벌 랜드마크 호텔로서 명성을 입증하고 있죠.”

실제로 롯데관광개발은 지난해 4714억6800만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기존 최대 매출 기록이었던 2023년(3135억4800만원)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영업이익 역시 392억1100만원을 올려 1971년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김 상무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가 시행될 경우를 대비해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들을 대거 뽑고 있습니다.

“영어는 사실 기본이고요. 최근 중국어를 잘하는 구직자들에겐 가산점을 주고 있어요. 다만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호텔리어로서 태도와 팀 간 화합을 잘 할 수 있는지의 여부 역시 함께 보려고 합니다.”

[사진출처 = 롯데관광개발]
[사진출처 = 롯데관광개발]

현재 제주 드림타워에는 19개 국적을 가진 직원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전체 직원 중 20%의 외국인들이 직고용 형태로 근무 중이며, 협력업체까지 하면 40% 수준으로 늘어난다는 게 김 상무의 설명입니다.

인재 채용은 회사가 생각하는 인재와 인재가 생각하는 회사 간 ‘매칭’이라고 강조하는 그가 구직자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제주 드림타워의 매력은 어떤 게 있을까요?

“그랜드 하얏트라는 글로벌 호텔과 카지노, 리테일까지 다이나믹한 커리어 환경을 쌓을 수 있는 최적의 회사라고 자부합니다. 특히 근무연수가 1년 이상이면 순환근무가 가능한데 호텔 리조트업계 종사자로서 커리어에 시너지를 더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은 이들의 로망 중 하나인 ‘제주살이’를 실현해 볼 수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제주에서 가장 큰 향토기업이 되기 위해 2020년 드림타워 오픈 당시 직원 70~80% 가량을 제주 인재로 채용을 했습니다. 나머지 20~30%의 직원들은 제주에 연고가 없는 직원들입니다.

드림타워에서 일하는 이상 거주지를 제주로 옮길 수밖에 없는데, 요즘 직원들은 제주살이를 경험하고자 기꺼이 옮긴다고 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모습.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모습. [사진출처 = 한국관광공사]

“물론 제주에서 처음 살아보는 직원들이기 때문에 주소지를 옮겨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관련 비용은 연봉에 이미 포함이 돼 있고요. 특히 홀로 (제주에) 와 있는 경우 여가시간 활용 등을 돕기 위해 매달 제주 올레길 투어를 함께 하는데 반응이 굉장히 좋고요. 서핑 등 취미 생활을 돕기 위한 14개의 소셜클럽도 운영 중이죠.”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 도입에 있어 호텔 리조트업계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제주 드림타워는 어디까지나 직원들이 고객의 일대일 대면 서비스에 충분히 집중하도록 허드렛일 등을 자동화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고객과의 접점 부문에서 자동화된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회의적입니다. 때문에 고객들이 한국적인 모던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해 볼 수 있는 호텔 리조트에서 ‘정을 듬뿍 담은 서비스’ 제공에 초점 맞춰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제주가 고향인 김 상무는 한 명의 인재라도 더 제주살이를 경험케하고, 제주 드림타워에서 서비스업의 진수를 맛보게 하기 위해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또 다른 미팅 장소로 이동을 했습니다. 무척 바쁘지만 신나보였습니다.

30여년간 호텔업계에 몸 담으며 인사담당 전문가로만 20년 이상 일한 그가 고르고 고른 호텔리어들의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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