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넓은 군용 비행장을 방불케 하는 붕따우 건설 현장엔 길이가 60m에 달하는 원유 생산 플랫폼 하부 구조물 '재킷(jacket)'이 가로 90도로 누워 있었다. 마치 거대한 코끼리가 일어서기 전 잠시 바닥에 누어 있는 모습이었다. 공정률 75%에 달하는 구조물 재킷은 올해 10월 운반용 선박에 실려 붕따우 앞바다 한가운데 똑바로 선 채 '입수'하게 된다. 이후 100m에 달하는 파이프를 재킷 지지대에 4개씩 박아 해저에 고정한다. 원유 생산기지를 지탱하는 튼튼한 뿌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후 1년간 시생산 작업을 거친 후 내년 10월께 상부 구조물인 톱사이드(광구에서 뽑아낸 원유를 물·가스·원유로 분류한 후 외부로 송출하는 설비)까지 결합시키면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이 개시된다.
안형진 SK어스온 호찌민지사 프로젝트매니저(PM)는 "총 150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톱사이드까지 설치되면 본격 상업생산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해당 광구는 SK어스온이 베트남 쿨롱분지에서 상업생산하는 두 번째 광구로, 하루 최대 2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SK어스온은 베트남을 페루에 이은 제2의 원유 생산지로 낙점하고 원유 개발에 매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붕따우 앞바다에 위치한 쿨롱분지 내 4개 광구에서 탐사·개발·생산을 하고 있다. 매년 꾸준히 내는 '잭팟' 이익만 수천억 원에 달한다.
김형기 SK어스온 호찌민지사 PM은 "베트남 앞바다엔 쿨롱분지 외에도 약 100개에 달하는 후보 광구지가 있다"면서 "엑손모빌 등을 포함한 경쟁사 20~30곳 중 베트남에서 최근 2년간 성과를 낸 건 SK어스온·머피 컨소시엄뿐"이라고 말했다.
탐사·개발 광구가 모두 쿨롱분지 내에 위치한 만큼 '클러스팅 전략'도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 광구에 적용했던 노하우를 인접 광구에도 적용해 성과를 얻는 방식이다. 베트남 내 총 2개 생산광구를 확보한 SK어스온은 16-01 광구를 다음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곳은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SK어스온이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광구다.
SK어스온은 베트남을 넘어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정원 SK어스온 호찌민 지사장은 "2035년까지 중국·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권에서 하루 4만4000배럴 수준의 생산량에 도달하는 게 목표"라며 "이는 SK어스온의 제1 거점인 페루 내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붕따우 한재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