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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의 교활한 스파이활동...국군 현역병까지 포섭해 기밀 빼갔다

군 정보 유출에 몰래카메라까지 6개월간 위장수사 거쳐 체포

  • 지유진
  • 기사입력:2025.05.13 16:18:48
  • 최종수정:2025.05.13 16: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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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정보 유출에 몰래카메라까지
6개월간 위장수사 거쳐 체포
중국 국경절 행사. (사진= 연합뉴스)
중국 국경절 행사. (사진= 연합뉴스)

중국 군 정보기관이 국내 현역 병사를 포섭해 군사기밀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확인됐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 3월 중국인 연락책 A씨를 제주도에서 체포하면서 1년 넘게 이어진 스파이 공작 전말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는 중국인 A씨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5일 구속기소했다.

해당 공소장에 따르면 체포된 중국인 A씨는 대만에서 유학하던 중 중국군 정보기관 산하조직을 이끄는 B씨를 만난 후 정보원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만의 반중 단체, 대만 독립 단체 동향 등을 수집했다. 10여 명으로 꾸려진 B씨 조직은 군사기밀을 빼낼 사람을 포섭하는 모집책, 신뢰 관계를 갖출 연락책, 해외 통역 담당자, 기밀 가격을 책정하는 회계 담당자 등 체계적 조직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표적을 우리 군으로 삼은 시기는 2022년 12월이다. B씨는 국내 군사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군 관련 단체 채팅방에서 정보원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2023년 7월, 강원도 양구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이던 현역 병사 C씨와 접촉했다. 그는 C씨에게 350만원을 먼저 송금하고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기념 훈련’ 자료를 요구했다. C씨가 병사 수준에서 알 만한 정보를 모아 보내자 B씨는 “자료의 가치가 그리 높지 않지만 믿음 증진 차원으로 원고료를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한미군 ‘작계 5077’을 예로 들며 한반도 정세에 대한 자료를 추가로 부탁했다. 작계 5077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국 민간인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작전 계획이다. 이때까지는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수준이었다.

같은 해 10월부터 B씨는 수법을 노골적으로 바꿨다. B씨는 C씨에게 몰래카메라 형태의 목걸이·손목시계 등을 보내고 기밀 촬영을 요구했다. 대가 지급 방식도 송금이 아닌 ‘데드드롭(특정 장소에 한쪽이 군사기밀·대가 등을 남겨두면 상대방이 나중에 회수하는 비대면 범행 방식)’으로 전환했다. B씨는 사드 관련 자료, 대만 정세, 한미 연합 훈련에 관한 자료 등을 요구하며 “사드, 미군에 관한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C씨는 이 즈음 방첩 당국에 적발됐다. C씨가 예전처럼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자 B씨는 정보원 A씨를 한국에 보냈다. 직접 만나 믿음을 쌓아 정보를 빼내라는 의도였다. A씨는 작년 5월 31일 제주공항으로 입국했고, 이튿날 접선 장소로 약속한 한 펜션에 도착했으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C씨가 아니라 방첩당국이었다. 그러나 당국은 그 자리에서 A씨를 체포하지 않았다. 확실한 증거를 잡기 위해 고급 정보를 줄 것처럼 속이면서 ‘위장 수사’에 들어갔다.

방첩 당국은 6개월 동안 이들의 공작을 추적했다. 그 사이 B씨는 A씨를 통해 보안 프로그램이 깔린 휴대전화, 5000달러가 든 봉투, 현금 카드 등을 전달하고 핵 작전 지침 자료와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실드(UFS) 연습 관련 자료 등 고급 정보를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자 다급해진 B씨는 지난 1월 “3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A씨를 제주도로 보내겠다”며 C씨와 마지막 거래를 시도했다. 2024년 이후 한미 연합 훈련 내부 평가, 핵 작전 지침 관련 자료, 북한 남침을 대비한 한미 연합 작전 계획인 ‘작계 5030’ 관련 자료 등 정보를 요구했다. 지난 3월 27일 제주도로 입국한 A씨는 C씨로 위장한 방첩당국 관계자를 만나 군사기밀 2건이 담긴 USB를 덥석 받았다가 현장에서 체포됐다.

현역인 C씨는 군검찰에서 계속 수사 중이다. C씨가 B씨에게 전달한 기밀은 총 21건, 받은 금품은 한화 약 3320만원과 미화 1만2000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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