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갈등 이후 닫혔던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이 활짝 열렸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발길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씀씀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V자 반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의료관광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며 1인당 평균 소비액도 역대급으로 껑충 뛰었다.
中 관광객 VVIP … 인당 35만원 척척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12만 2169명으로 전년 동기(101만 5101명) 대비 10.5% 증가했다. 더욱 눈길 끄는 건 씀씀이 증가세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 택스리펀드 업체 글로벌텍스프리 통계 기준 올 1분기 중국인 관광객의 총 판매금액(관광객이 구매한 상품 중 세금환급 신청이 가능한 물품의 판매 총액)은 3942억여 원으로 전년 동기(약 2256억 원) 대비 74.7% 폭증했다. 이에 따라 1인당 평균 판매액은 2024년 1분기 약 22만 2000원에서 2025년 1분기 약 35만 1000원으로 58.1% 급증, 중국인 큰손들의 구매력이 여실히 드러났다.

의료관광 작년 4위서 올해 1위 껑충
특히 업종별 변화에서 의료용역(의료관광) 분야의 성장이 독보적이다. 글로벌텍스프리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인 관광객 대상 의료용역 총 판매금액은 약 1001억 원으로 전년 동기(약 370억 원) 대비 170.4% 폭증했다. 업종별 순위도 지난해 1분기 4위에서 올해 같은 기간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건수 또한 141.1% 급증한 6만 1006건에 달했으며, 건당 평균 소비액도 약 164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체 방한 중국인 관광객 기준 1인당 의료용역 소비액은 144.4% 증가한 8만 9000원으로 집계됐다.
명품·K뷰티 쇼핑도 ‘쑥’…면세점은 ‘울상’
의료용역이 외에도 올해 1분기 중국 관광객은 백화점, 화장품, 의류잡화 등에 지갑을 열었다. 업종별 순위에서 종합 2위를 기록한 백화점의 올 1분기 총 판매금액은 85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했다. 중국 관광객은 백화점에서만 1인당 소비액이 20% 늘었다는 말이다. 위안화 약세에도 원화의 상대적 약세로 인한 명품 가격 역전 현상이 원정 쇼핑객 증가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종합 3위 화장품은 78.4% 급증한 828억 원의 총 판매금액을 기록, K뷰티의 인기를 입증했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국(NMPA)의 인허가 지연으로 한국산 화장품으로 대체 구매하는 현상도 주효했다. 의류잡화 역시 87.5% 폭증한 791억 원을 기록하며 K패션과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쇼핑몰·아울렛도 23.2% 증가하며 중국 특수를 누리기 시작했으며, 시계·주얼리 역시 136.1%의 높은 증가율로 6위에 안착했다. 약국(699.4%), 안경(68.6%), 스포츠용품(65.8%) 등도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면세점은 부진했다.
업종 분류상 외국인전용판매장으로 표현되는데 이 분야 판매액이 63억 원으로 전년(85억 원)보다 오히려 감소하며 ‘나홀로 울상’이다. 이는 과거 단체 관광객 중심의 ‘싹쓸이 쇼핑’이 줄고 개별 여행객 비중이 늘면서 백화점, 아울렛 등 다른 유통 채널이나 의료·웰니스 분야로 지출이 분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터뷰 / 오가나 오가나셀피부과 원장
피부과 전문의 유무 사전 조사 꼼꼼 ... 수천만원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실체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 강남 오가나셀피부과의 오가나 원장을 만나 현장 분위기와 그들이 찾는 시술 트렌드에 대해 들어봤다.
Q. 중국 고객이 많이 늘었다는데 체감하나?
확실히 느낀다. 지난해 하반기는 회복세 초기 단계였지만 올 1분기는 본격적인 증가세다. 과거 주기적으로 방문했던 고객 재방문 주기가 짧아졌고, 기존 고객 소개 신규 방문도 늘었다. 예약률과 문의가 활발하다.
Q. 주로 어떤 고객인가.
단체관광이 아닌 30~50대 중국 여성 개별 고객이다. 미리 정해진 대로만 하는 ‘공장형’ 병원과 다르다는 걸 충분히 사전조사하고 방문한다. 더불어 과거보다 피부과 전문의 유무를 따지는 외국인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특징이다.
이들은 방문 빈도가 낮아 ‘한 번에 눈에 띄는 변화’를 원하며 리프팅 시술 선호도가 높다. 울쎄라, 써마지, 리쥬란, 필러, 보톡스, 스킨부스터 등을 찾는다. 이런 수요에 맞춰 다양한 장비 조합으로 맞춤형 복합 시술을 제공하는데 예를 들어 울쎄라에 리쥬란을 더하거나 써마지와 스킨보톡스를 병행한다. 이는 환자의 니즈와 피부 상태에 최적화된 결과를 원한다는 방증이다.

Q. 외국인 객단가 상승세가 통계로도 확인되는데.
그렇다. 전반적으로 시술 단가 자체가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중국 고객들은 ‘기왕 하는 것 확실히 좋은 시술을 받자’는 경향이 강하다. 그중에서도 피부 노화 근본 개선이나 기존 시술 불만족 고객은 줄기세포 시술에 관심 갖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런 고가 복합 시술은 한 번에 1000만 원 이상 결제하는 경우가 많다. 피부, 비만, 탈모, 줄기세포 등 병행 시 최대 2000만 원까지도 종종 있다. 울쎄라, 써마지 등 리프팅 시술에 줄기세포 결합 시 금액이 커진다. 만족도가 높아 거의 100% 재방문하거나 지인 소개로 이어진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매경이코노미 2309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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