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미국 남가주대(USC) 커뮤니케이션 전공/ 서울대 경영대학원 글로벌 경영학/ 2014년 정석기업 부사장/ 2022년 한국 세계자연기금(WWF-KOREA) 이사/ 2024년 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KWDA) 부회장/ 2022년~현재 ㈜한진 사장 [일러스트 : 강유나]](https://wimg.mk.co.kr/news/cms/202505/09/news-p.v1.20250509.29ef64a3e45d492c9f756e0f04a22c93_P2.jpg)
이커머스 시장 경쟁 격화 속 ‘휴일 배송’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이 한진이다. 한진은 이미 아마존 배송 대행을 하면서 일요일 등 휴일에도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이런 물류 운영 체력을 바탕으로 전국구 주 7일 배송 시스템에 시동을 걸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조현민 한진 사장(42)이 있다. 그는 전통 물류 기업에 디지털 DNA를 이식하고 글로벌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한진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첫 매출 3조원 돌파라는 외형 성장 성과도 거뒀다.
조 사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의 손녀이자 조양호 전 회장의 차녀다. 2005년 LG애드에 입사하며 광고 분야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2007년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 상무, 전무로 빠르게 승진하며 대한항공 광고·마케팅을 총괄했다. 2010년 진에어 등기이사를 시작으로 진에어 마케팅 총괄 부서장, 정석기업, 한진에너지 등 그룹 주요 계열사 이사를 역임하며 다양한 사업 분야를 경험했다. 2016년에는 진에어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항공, 여행, 호텔 등 서비스 분야 경영에도 참여했다. 2020년 한진 마케팅 총괄 전무를 맡으며 물류 계열사로 역할을 확대했다. 이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하며 한진의 핵심 비전과 전략을 총괄하는 자리로 나아갔고 마침내 2022년 한진 사장으로 선임됐다. 사장 취임 후 2023년 3월에는 사내이사로 선임됨과 동시에 신설된 디지털플랫폼사업 총괄을 겸하며 회사의 디지털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3조원 돌파·혁신 추진
조 사장 취임 후 한진은 드라마틱한 변화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2024년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한진은 지난해(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 3조155억원을 기록하며 2023년 대비 7.41% 성장했다. 한진이 오랜 기간 목표했던 매출 3조원을 최초로 달성한 것. 이런 성과는 조 사장이 전략적으로 육성한 글로벌 물류 사업에서 빛을 발했다. 국내 물류 산업 성장 동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조 사장은 유럽과 아시아 전역으로 영업 네트워크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독일, 체코, 노르웨이, 몽골, 이탈리아, 우즈베키스탄 등에 거점을 마련하며 2024년 말 기준 22개 국가 42개 거점을 확보했다. 글로벌 택배 부문 강화는 해외 직구 물량 증가와 맞물려 외형 성장의 발판이 됐다.
글로벌 사업과 함께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했다. 조 사장 취임 이후 한진은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했다. 새로 선보인 ‘원클릭 서비스’는 온라인 판매자의 택배 발송을 간편하게 했고, ‘훗타운’은 업계 최초의 글로벌 C2C 직구 플랫폼으로 해외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며 직구 시장을 공략했다. 숲(SWOOP), 슬로우레시피 등 디지털 플랫폼도 고객 편의를 높이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이커머스 셀러 지원을 위한 ‘언박싱데이’ 개최, ‘훗타운’ 해외 거점 확대 등도 조 사장 작품이다. 특히 2023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언박싱데이 때는 조 사장이 직접 연사로 나서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대한민국 수출입을 지원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더불어 한진은 조 사장 취임 후인 2022년부터 K뷰티·K패션의 수출 확대에 맞춰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해왔다. 중기부, 중진공의 ‘온라인수출 공동물류사업’ 또한 2022년부터 4년 연속 수행하며 물류비 부담을 낮추고 중소기업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글로벌 이커머스 지원협력체’에도 참여해 수출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 확충에서도 좋은 성과를 일궈냈다. 핵심인 택배 부문은 아시아 최대 규모 대전 스마트 메가허브 터미널 가동률을 높여 간선, 경유 비용 절감, 물동량 처리 능력 향상 등을 이끌어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물량을 맞추기 위해 인천공항 GDC 설비를 추가 확대, 배송 처리 능력을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늘려놨다.
이상헌 iM증권 애널리스트는 “K웨이브 확산과 해외 플랫폼 진출 브랜드 증가에 따라 미주 역직구 물류 수요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며 “특히 미주 사업에서 역직구와 연계된 풀필먼트, RFS(복합물류서비스) 등 고수익 사업 비중이 늘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한진의 대도약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는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 지난해 한진 영업이익은 1001억원으로 2023년 대비 감소했다. 당기순손실(37억원)도 기록했다. 이런 수익성 저하는 글로벌 사업 초기 단계의 대규모 인프라 구축 투자비와 운영을 위한 각종 부대 비용 부담 증가에서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한진 영업이익률은 2023년 4.4%에서 지난해 3.3%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수익성 개선, 노사 갈등 변수
더 큰 문제는 순이익 적자전환의 주요 원인인 영업외비용 증가다. 글로벌 영업 확대로 과거 대비 환율 변동에 대한 민감도가 크게 상승했다. 글로벌 전역 물류 인프라 운영에 투입하는 매출 원가와 판매비·관리비는 주로 달러를 기준으로 지출한다. 반면 글로벌 화주 거래 역시 달러 기준이지만, 아직 글로벌 화주로부터 발생하는 달러 수익이 투입 원가 부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화환산손실, 외환차손 등 영업외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지난해 말 환율 급등 영향으로 손실 규모가 예년보다 불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커머스 시장 변화에 필수적인 ‘휴일 배송’ 도입 관련 잡음도 조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진은 빠른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과 이로 인해 전일 배송을 바라는 대형 유통채널과 제조사 등 고객사 요청에 따라 휴일 배송을 준비해왔다. 이에 지난 4월 27일부터 수도권 중심의 휴일 배송 서비스를 주요 도시로 확대하는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한진 관계자는 “고객 서비스 제고를 통한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 집배점, 택배기사, 회사가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일 배송을 검토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택배노조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도입을 추진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진 관계자는 “대리점협회와의 협의를 지속해왔고, 노조와도 간접적으로 소통해왔다”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한진은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올해도 조 사장은 해외 직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동유럽,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거점을 확장하고, 훗타운 대만 센터 오픈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27개국 48개 거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매출 목표치는 3조 5000억원을 제시했다. 조 사장이 리더십과 추진력을 어떻게 발휘할지 재계 관심이 쏠린다.
[박수호 기자 park.suho@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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