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 개발사로 유명한 크래프톤의 기세가 심상찮다. 올해 1분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질주 중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매출보다 주목받는 부분은 엄청난 이익률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크래프톤의 영업이익률은 52%에 달한다. 일반적인 게임 업계 영업이익률이 20%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확보한 현금을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게임 개발사 M&A,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알짜 자산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끌고 인조이 밀고
매출 절반이 ‘수익’으로 직결
크래프톤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매출액 8742억원, 영업이익 457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1.3%, 47.3% 증가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다.
전통적인 효자 IP ‘배틀그라운드’가 높은 인기를 이어가며 매출을 견인한 가운데, 신작 ‘인조이’가 흥행에 성공하며 힘을 보탰다. 3월 28일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선보인 인조이(inZOI)는 일주일 만에 100만장 이상 판매됐다. 배틀그라운드를 포함한 크래프톤의 전체 IP 중 가장 빠른 흥행 기록을 세웠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실적보다 주목받는 수치는 영업이익률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만 52%다. 게임 업체가 인건비를 제외하면 비용 부담이 적어 이익률이 높은 편이라고는 해도, 50%를 넘기는 기업은 드물다.
높은 수익률을 거두는 배경에는 캐시카우 IP ‘배틀그라운드’가 자리한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배틀그라운드는 8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이미 개발이 완료된 게임인 탓에 개발비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유지·보수 비용 등 관리비 정도만 사용된다. 비용은 거의 없는데, 매출은 매년 상승세다.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는 덕분이다. 비용 대비 매출이 계속 상승하면서 크래프톤 회사 수익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3년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 40%를 기록했고 2024년에는 43%를 거뒀다.
압도적인 영업이익 덕분에 크래프톤 곳간은 꽉 들어찼다. 2024년 연말 기준 크래프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816억원이다. 얼핏 현금 보유 비중이 작아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숨은 현금성 자산이 드러난다. 1년 이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성단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이 무려 3조1903억원이다. 현금성 자산과 합치면 크래프톤이 보유한 현금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실적까지 합치면, 크래프톤이 가진 현금성 자산 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 내다본다.

쓸어 담은 돈은 어디로?
부동산, 게임사 M&A로 쏙쏙
크래프톤은 매년 쌓이는 현금을 그냥 두지 않는다. 알짜 투자처를 찾아 적극적으로 돈을 푼다. 대표적인 투자처는 부동산과 게임 개발사다.
부동산 업계에서 크래프톤은 이미 ‘큰손’으로 통한다. 서울 도심, 특히 성수동 일대 건물을 대거 사들이며 ‘크래프톤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성수동 진입은 2020년부터 시작됐다. 동흥빌딩(356억원), 대륭공장(650억원) 일대 토지 및 건물을 사들였고, 성수동2가 276-9 일대 토지와 건물도 177억원에 매입했다. 2021년에는 아예 빅딜을 추진했다. 2021년 이마트 본사와 성수점이 위치한 이마트 성수점 일대 부지를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손잡고 1조2200억원에 구입했다. 해당 부지에 지하 8층~지상 17층 규모 건축물을 지어 본사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2023년에도 쇼핑을 이어갔다. 메가박스 스퀘어 토지·건물을 2435억원에 사들인 것을 포함해 토지 자산에만 3032억원을 투자했다. 현재 성수동 일대 크래프톤이 보유한 건물만 7개다.
적극적 투자에 힘입어 크래프톤 투자 부동산 보유액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투자 부동산이란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투자 목적 부동산 자산을 뜻한다. 크래프톤 투자 부동산 보유액은 2022년 2021억원에서 2023년 5473억원으로 2배 넘게 올랐다. 2024년 기준으로 투자 부동산 금액은 5573억원에 달한다. 전체 유동자산(4조6602억원)의 10%를 웃돈다.
부동산만큼 공들이는 분야가 게임 개발사 M&A다. 크래프톤은 그동안 꾸준히 국내, 해외 개발사를 인수해왔다. 2021년 해양 서바이벌 게임 ‘서브노티카’로 유명한 언노운월즈를 5858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인 예다. 올해도 투자를 이어간다. 최근 들어 수익성 부진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매물을 내놓는 게임사가 많아지고 있는데 크래프톤이 이를 사들이는 모양새다.
크래프톤이 M&A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약점’과 관련이 깊다. 바로 오랫동안 크래프톤을 괴롭혀온 ‘원게임 리스크’다. 원게임 리스크란, 회사 수익 비중이 특정한 게임 하나에 몰려 있는 현상을 뜻한다. 게임이 잘되면 실적이 좋아지지만, 반대로 게임이 부진하면 실적이 급감한다. 특정 게임에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해마다 1조원 넘는 돈을 벌어들인 크래프톤에 대한 시장 평가가 박한 이유도 ‘원게임 리스크’ 탓이 크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주는 게임이 사실상 ‘배틀그라운드’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로 주가는 아직도 상장 당시 공모가(49만8000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외 수익을 내는 작품이 추가로 나와야만,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웃돌 것이라는 게 시장 중론이다.
김창한 대표 체제 아래서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배틀그라운드를 뒷받침할 게임을 찾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 스타 게임 제작자 글렌 스코필드를 영입해 만든 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혹평을 받으며 실패했다. 넥슨과 갈등을 각오하며 모바일 게임 판권을 사들인 다크 앤 다커는 결국 IP 사용계약을 해지했다. 일본의 인기 게임 ‘팰월드’의 모바일 판권도 가져왔지만, IP 보유 회사인 포켓페어가 닌텐도와 특허 관련 소송전을 벌이면서 이마저 서비스 여부가 불투명하다.
최근 들어 ‘인조이’가 흥행에 성공하며 한시름 놨지만, 크래프톤 덩치에 비해서는 여전히 흥행작 숫자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다만, M&A로 사들인 게임 개발사가 내놓은 신작들이 시장 주목을 받으면서 다시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배동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년에 신작 1개 나오는 회사에서 5~6개의 작품이 그냥 출시가 아니고 주목을 받으며 나오는 작품이 늘어나는 회사로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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