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를 위탁생산(파운드리)하는 대만 기업 TSMC가 올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실적 자체는 양호했는데 증시 반응은 미지근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가 위협 요소로 떠올랐기 때문일까요. 대만 대표 경제주간지 ‘금주간(今周刊)’의 TSMC 분석을 매경이코노미에 옮겨 싣습니다. 매경이코노미는 금주간과 콘텐츠 교류 협약을 맺고 기사를 교환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가 올 1분기 또 한번 만족스러운 성과(실적)를 거뒀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TSMC가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가진 만큼 미국 관세 충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장기 투자자들은 TSMC 주식을 계속 보유해도 좋다는 시장 분석까지 나온다.
미국 관세 폭격의 선봉장에 서 있는 TSMC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시장 주목을 받았다. 실적이 (관세 문제에) 영향을 받았는지, 인텔과의 합작 소문이 사실인지, 관세 충격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해외 공장의 첨단 공정 생산능력 등은 투자자들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이슈였다. 이런 질문에 TSMC 측은 피하지 않고 답변했다.

TSMC 1분기 실적, 예상치 웃돌아
먼저 실적을 살펴보자. TSMC의 올 1분기 매출과 세후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41.6%, 60.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당세후순이익(EPS)은 13.94대만달러를 기록했는데, 단일 분기 기준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시장에선 올 2분기 매출이 284억~29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1달러를 32.5대만달러로 계산했을 때 2분기 매출은 9230억~9490억대만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1분기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로 (실제 달성할 경우) 다시 한 번 분기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기관 전망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총이익률과 영업이익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전체 실적 전망에 대해 TSMC는 “현재 고객 (수요) 변화가 예상되지 않는다”며 “연간 미 달러 기준 매출 증가율은 24~26% 수준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자본지출과 CoWoS(잠깐용어 참조) 생산능력 또한 올 초 예상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도체 애널리스트 출신 천후이밍 씨는 “최근 대만 증시가 침체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외 기관들이 TSMC 실적 발표 전에 목표주가를 내리려는 분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나온 TSMC 성적표는 의심할 여지없이 투자자에게 안심을 주는 ‘신경안정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외국계 투자사가 TSMC 목표주가를 내린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올해 이익 수치를 소폭 하향 조정한 것을 (목표주가에) 반영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이는 주로 ‘PER 하향 조정’에 해당하며 자세히 말하면 ‘선행 PER’의 하향 조정으로, 내년을 비롯한 미래 성장에 대한 우려가 다소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을 살펴보면 미국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CSP)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인공지능(AI) 인프라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는데 이 같은 움직임이 TSMC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 중요한 원인이었다.
지난해 4대 CSP들은 서버를 비롯해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아우르는 AI 인프라 구축에 2300억~2400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는 이 투자 규모가 3300억~340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계 기관에서는 이들 CSP가 지금처럼 AI 인프라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나갈지 의문을 품고 있다. 딥시크(DeepSeek)의 등장과 미국 관세 충격 등 요인 때문이다. 이런 요인들은 TSMC가 내년에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단기 잡음에 대해서는 너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미국의 규제로) 엔비디아 반도체칩(H20)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 금지된 사례를 살펴보자. 이 소식 탓에 엔비디아와 TSMC 주가가 일시에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H20이 엔비디아의 연간 매출에서 약 10%를 차지하고, 엔비디아가 TSMC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10% 수준”이라며 “이를 환산하면 H20이 TSMC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고작 1%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출 규제) 여파가 크지 않다”고 진단한다.
아울러 실적 발표 당일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최근 시장 불안을 키운 ‘TSMC가 인텔과 합작으로 신설 회사를 설립하고 기술 이전을 한다’는 소문에 대해 “그 어떤 회사와도 합작하거나 기술 이전을 한 적이 없다”며 단호하게 일축했다. 또한 미국 정부의 대만 반도체 관세 부과에 대해 TSMC는 “관세는 정부 간 협상의 문제고, TSMC는 협상 당사자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천후이밍 씨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 제품에 정말로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술 발전, 특히 AI 분야에서의 반도체 응용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고, 나아가 미중 전쟁에서 전략적 물자이기 때문에 고율 관세의 ‘위협’을 통해 첨단 반도체가 미국 영토에서 생산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만일 고율 관세가 (반도체에) 부과되더라도 TSMC는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관세 부담을 고객사에 전가할 수도 있다는 것. 천후이밍 씨는 “전가의 후유증은 미국 빅테크의 비용 상승과 전자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정부가 바라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결국 TSMC의 미국 내 공장 건설과 반도체 생산 현황이 투자자가 집중해서 살펴봐야 할 관전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TSMC는 실적 발표 당시 미국 공장 건설 등 계획에 대해 밝힌 바 있다. 당시 TSMC는 “2나노 양산이 임박한 가운데, 앞으로 전체 생산능력(CAPA)의 30%를 미국 애리조나주 소재 웨이퍼 공장에서 소화하고 다른 첨단 반도체 공정도 일부 미국 공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현재 미국 관세 문제로 고객 수요가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TSMC는 미국 공장 생산 계획을 상당히 투명하게 공개하고 첨단 반도체 양산의 진전 소식 역시 (대외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 이유와 고객 수요에 대한 보장을 미국 정부에 분명히 이해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천후이밍 씨는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TSMC는 투자자들에게 올해 영업에 대한 안도감을 줬다”며 “올해 EPS 기준으로 보면 현재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라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TSMC 주가가 고점과 저점 사이 구간에서 등락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주식을 계속 보유하면서 주가 움직임에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진단이다. 나아가 그는 “지난 4월 초처럼 시장 체계적 위험이 다시 부각돼 주가가 폭락할 경우 장기 투자자에게는 다시 한 번 추가 투자를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전히 ‘기초체력(펀더멘털)’이라는 설명이다.
잠깐용어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 (CoWoS·Chip-on-Wafer-on-Substrate) 여러 개의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 위에 효율적으로 연결해 포장(패키징)하는 후공정이다. 반도체 간 거리가 가까워져 실장 면적이 줄고, 칩 사이 연결이 빨라질 수 있도록 많은 양의 배선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D와 3D가 합쳐진 형태라 ‘2.5D’ 패키징이라고도 부르는데 그간 TSMC는 2.5D 패키징을 CoWoS라는 브랜드명으로 자체 개발해왔다.
[탕주이(唐祖貽) 금주간 기자, 정리 = 김대기 매일경제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9호 (2025.05.14~2025.05.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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