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최대 규모 M&A 금액
외국계 기업의 토종 K-뷰티업체 인수도 붐
M&A의 목적은 복합적이다. 단순히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덩치를 키우는 것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시장 점유율 확대, 첨단 기술 확보, 새로운 성장 동력 발견 등과 모두 연관돼 있다. 물론 M&A에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 M&A는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한판의 승부’다.

지난 3월 22일 글로벌 IT업계에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구글이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위즈를 무려 320억 달러, 약 46조 원에 인수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이는 2012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금 125억 달러의 두 배로 구글의 최대 규모 M&A 금액이다. 뉴욕에 본사가 있는 위즈는 이스라엘 사이버부대 출신들이 2020년에 창업한 클라우드 보안 전문 회사다. 위즈의 핵심 기술은 수많은 데이터가 저장된 클라우드 환경에서 발생 가능한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 빠르게 위협 요인을 제거해주는 것. 구글의 위즈 인수는 아마존웹서비스, MS클라우드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우위을 점하려는 결정이다.
시장확대, 기술확보, 재원 마련의 1타3피 ‘M&A’
‘M&A(Mergers & Acquisitions)’는 경영의 효율성, 경쟁력 제고와 시너지 효과를 위해 주식 인수, 기업 합병 및 분할 등 외부 경영 및 재원을 이용하는 것이다. 기업 합병은 2개 이상의 회사가 이익을 위해 하나가 되는 것이고, 기업 분할은 특정 사업 부분을 자산과 부채 등을 모두 포함해 별도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이 중 주식 인수는 매수대상 회사의 주식을 인수해 경영 지배권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얼마전 한화그룹이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 지분을 공개매수를 결정한 것과 같다. 한화는 오래 전부터 오스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무산되자 전략적 M&A로 오스탈 시가총액 1조 2,700억 원 중 약 3,378억 원을 투입해 지분 26.6%를 확보하려고 했다. 오스탈을 통해 미국의 함정 건조, 수리 부분에 참여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M&A의 시작은 19세기 말이다.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 혁명 이후 철광, 석탄, 석유 등과 같은 산업에서 대규모, 다수의 M&A가 이루어졌다. 당시는 주로 시장에서 경쟁자를 압도해 시장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M&A가 많았다. 20세기에 들어 미국의 경제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때 미국에서는 1년에 1,000여 건이 넘는 M&A가 성사되는 전성기를 맞았다.
M&A에는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 해서 성공하면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획득하지만 실패하면 두 기업의 시너지는커녕 개별 기업의 독자 생존보다 약화되기도 한다. 즉 M&A는 ‘성공과 실패’의 동전의 양면이다. M&A의 장점은 재무 안정성, 기술 및 노하우 통합, 혁신 기술의 자사 접목, 시장 지배력 확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인한 비용 절감 등을 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디즈니의 픽사 인수가 있다. 막대한 자금력, 배급망을 장악한 디즈니는 혁신 기술과 창의성에서 독보적인 픽사를 인수해 ‘겨울 왕국’ 등을 내놓으며 극대의 시너지 효과를 맛보았다.
그러나 M&A의 부정적 영향도 많다. 2000년대 초 인터넷을 주도하는 AOL은 전통적인 미디어기업 타임워너와 1,650억 달러의 합병을 했지만 스타트업의 문화와 전통 문화의 충돌, 사업 모델의 이견 등으로 결국 2009년 합병을 해체했다.

안드로이드, 유튜브, 딥마인드, 위즈 인수라는 구글의 M&A
2024년 전 세계 M&A 시장 규모는 3조 4,000억 달러(약 4,779조 원)로, 시장에선 회복세로 본다. M&A업계는 향후 M&A의 특징이 뚜렷해졌다고 말한다. 위험성이 큰 신규 시장 진출보다는 기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많은 ‘스케일딜scale deal’이 많은 것이 특징. AI와 디지털 역량 강화도 특징이다. 글로벌 IT기업들의 성장의 역사는 신사업 창출 이후 M&A를 통한 기존 사업의 확대, 기존 사업의 서비스 및 기술 강화를 통한 시장 지배력 강화의 역사로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구글이다. 구글의 성장을 가져온 M&A의 시작은 2005년 안도로이드 인수다. 당시 구글은 지금으로는 매우 저렴한 5,000만 달러(600억 원)로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이후 전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계의 80%를 장악했다. 이후 구글이 안도로이드를 통해 얻은 수입은 거의 100조 원대에 이른다. 그리고 2006년 구글은 유튜브를 16억 5,000만 달러(2조 4,000억 원)에 인수, 또 한 번 도약한다. 당시만 해도 사업성에서 불확실했던 유튜브 인수는 구글에게 동영상 플랫폼의 강자라는 지위와 황금알을 안겨주었다. 현재 시장에서는 유튜브의 밸류 가치를 최소 200조 원 이상으로 본다.
2014년 구글은 알파고 딥마인드를 5억 달러로 인수한 것을 비롯해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드론 제조사 타이탄 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인수했다.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IT 거물 외에 세계 M&A 시장의 큰 손을 꼽자면 글로벌 제약사를 들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에 의하면 2013~2024년 6월까지, 글로벌 제약바이오 M&A 규모는 1조 8,007억 달러, 약 2,460조 원으로 이 중 미국이 38%, 유럽 32%이다. 그중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이 가장 많은 1,141억 달러(약 165조 원)의 M&A투자를 단행했다. 2위는 애브비로 842억 달러(약 122조 원), 화이자는 825억 달러(120조 원)를 M&A에 사용했다.
K-뷰티 기업을 탐내는 세계 뷰티 공룡들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M&A전략을 잘 활용했다. 삼성SDS 사내벤처팀에서 출발한 네이버는 1999년 ‘네이버컴’을 시작했다. 이해진을 비롯 창업 멤버 7명이 퇴직금 3억 5,000만 원으로 시작해 2000년 온라인 ‘한게임’, ‘원큐’를 비롯해 검색회사 ‘서치솔루션’을 1,200억 원에 M&A했다. 그리고 네오위즈 공통 창업자이자 크래프톤 의장인 장병규 사장이 2006년 검색 엔진 ‘첫눈’과 M&A에 성공하면서 지금의 네이버를 이루었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 역시 삼성SDS 출신으로 NHN을 운영했다. 이후 2006년 카카오의 모태인 ‘아이위랩’을 창업해 성공했다. 이후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으며 자리를 잡았고 2014년 포털 다음과 합병해 네이버와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SM엔터 인수 시 2,400억 원을 투입해 하이브의 인수 시도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김범수 의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 M&A 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K-뷰티 약진에 따른 외국계 기업의 토종 K-뷰티업체 인수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뷰티기업 로레알은 2018년 한국 색조뷰티업체 3CE를 약 6,000억 원에 인수했고 2024년에는 ‘닥터지’를 약 2,550억 원에 인수했다. 특히 2024년 K-뷰티 M&A는 17건으로 금액은 2조 4,061억 원에 달한다.
물론 모든 M&A가 성공하지는 않는다. 실패도 하고, 오히려 인수한 기업에 ‘성공의 저주’가 따르기도 한다. 그렇기에 M&A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자기 분석과 시장에 대한 정확하고 치밀한 조사가 따라야 한다. 그 기업들의 엄청난 자금이 투여되는 M&A에서 의외로 유탄을 맞는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우리 사회가 지금 당면한 ‘갈등과 양극화’라는 문제 또한 ‘M&A’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든다.
[글 권이현(라이프컬처 칼럼니스트)]
[일러스트·사진 픽사베이,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77호(25.04.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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