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장사-39] 부산 서면에는 이름만 들어도 레트로 감성을 풍기며 2030대들에게 인기를 얻는 주점이 있다. 겉모습이 너무 허름해 영락 없이 1970~1980년대 여관 같은 이곳의 이름은 ‘전포여관’. 30~40년전에나 봄직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며 손님들을 기다리는 이곳은 의외로 한식주점이다.
전포여관은 단순히 술을 파는 공간이 아니다. 이 브랜드는 요즘 시대 소비자들의 감성과 행동 패턴을 관통하는 ‘감성-구조-참여’의 공식으로 브랜드를 설계해 나가는 곳이다. 실제로 여관 컨셉트의 공간 디자인, 여관방 번호 테이블, 열쇠 키링 등 아날로그 오브제를 통해 브랜드 경험을 실제로 ‘머무는 감성’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진짜 여관과 다른 것은 폐쇄된 방이 아니라 좌석별로 설치된 낮은 칸막이가 여관방을 대신하면서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공간을 설계한 이유 또한 간단하다. 술집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어주는 공간이니까.
이 브랜드를 이끄는 오상윤 대표(42)는 ‘실패도 자산이다’를 몸소 보여주는 캐릭터다. 20대에 주점사업에서 성공한 돈으로 유명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창업했다가 사업을 정리했다. 그 때 ‘가맹본부만 돈 벌고 가맹점은 울게 된다’는 달갑지 않은 현실을 경험했다. 오 대표는 다른 방향의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다짐하고 트렌디한 브랜드를 기획했는데 그것이 바로 ‘맥대감’, ‘지구상사’ 등이었다. 지구상사는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소주와 맥주를 파는 포차 브랜드였는데 창업자들이 줄을 서서 가맹점을 내달라고 사정했다.
하지만 그 브랜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젊은층의 성향 변화와 부킹 문화 쇠퇴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오 대표는 원하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지 못하면서 마음 아픈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그는 곧바로 프랜차이즈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든 브랜드가 전포여관이다.

요즘 MZ세대는 ‘맛’보다 ‘사진’을 생각한다. 전포여관은 그 점을 정확히 읽었다. 딸기막걸리, 밤막걸리, 꼬막비빔밥 같은 메뉴들은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그 자체가 SNS 콘텐츠다. 마케팅 이론에서 말하는 ‘AIDA 모델(Attention-Interest-Desire-Action)’ 가운데 ‘관심을 사로잡고 공유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사람들은 맛도 좋지만 ‘이야기감 있는 메뉴’를 더 기억한다.
전포여관이 잘한 것은 감성을 시스템으로 만든 것이다. 감성은 유행으로 끝나지만, ‘세계관’을 만들면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 전략이다. ‘열쇠’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브랜드 오브젝트다. ‘203호’라는 방 번호는 메뉴와 연동되는 콘텐츠 테마다.
메뉴 구성도 전략적이다. 기본 객단가 구조는 안정적으로 밥과 술로 유지하면서도, 시즌 한정 시그니처 막걸리나 방 컨셉트별 세트 메뉴 등을 통해 ‘비계획 소비(Impulse Purchase)’를 유도한다. 이는 마케팅 믹스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 가운데 ‘제품(Product)’과 ‘프로모션(Promotion)’을 중심으로 구조화한 좋은 예다. 특히 ‘가격(Price)’ 정책은 고가 포지셔닝 대신 ‘고품질 저가격(High-Value, Low-Cost)’ 전략을 취해 고객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췄다.

브랜드 운영 방식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오상윤 대표는 브랜드를 혼자 운영하지 않는다. 10년 이상 함께한 친구들과 지분을 나누고, 직원에게도 사업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했다. 이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이론에서 말하는 ‘비전 공유(Inspirational Motivation)’와 ‘개인 배려(Individualized Consideration)’의 실제 사례다. 브랜드는 결국 내부에서 먼저 믿어야 외부도 믿게 된다.

그리고 이 브랜드는 ‘한 방’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든다. 전포여관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팀워크’와 ‘사람 중심 경영’이다. 수익보다 신뢰, 시스템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운영 방식은 구성원의 브랜드 몰입도를 높이고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단단히 다져준다.
사업가들이 전포여관에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꽤 구체적이다. 첫째, 감성은 구조화돼야 한다. 컨셉트와 비주얼만으로는 오래 가지 못한다. ‘열쇠’, ‘방 번호’, ‘칸막이’같은 요소들을 단순 인테리어가 아니라 브랜드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반복 소비가 가능하고 기억에 남는다. 이는 브랜드의 ‘차별화(Differentiation)’를 ‘브랜드 자산(Brand Asset)’으로 전환한 전략이다.
둘째, 사진은 곧 콘텐츠, 콘텐츠는 곧 매출이다. 요즘 소비자는 ‘음식’보다 ‘경험’을 사고, 그 경험은 사진으로 남긴다. 전포여관의 메뉴 구성은 이런 소비심리를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Z세대 소비 심리 이론 중 하나인 소비를 통한 ‘자기표현 욕구(Self-expression through consumption)’를 잘 활용한 셈이다.

셋째, 팬덤 중심 브랜드로의 확장 가능성이다. 전포여관은 단골 고객을 단순 고객이 아닌 ‘참여자’로 초대한다. 열쇠 키링을 굿즈로 제작하고, 방명록에 사연을 남기게 하며, 매장 경험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게 한다. 이는 ‘브랜드커뮤니티(Brand Community) 이론’에서 말하는 ‘공통 언어와 상징’으로 이를 통해 소비자 커뮤니티 기반을 형성하는 데 핵심으로 작용한다.
마케팅 전략에서 말하는 켈러의 ‘CBBE 모델(Customer-Based Brand Equity)’ 기준으로 보면, 전포여관은 이미 1단계 ‘브랜드 인지도(Brand Awareness)’를 넘어 ‘브랜드 의미(Brand Meaning)’를 통해 2단계인 ‘브랜드 연관성 (Brand Association)’으로 나아가고 부산 서면점과 서울 건국대 매장이 올리는 높은 매출액과 지속가능성은 3단계인 긍정적인 ‘브랜드 평가(Brand Judgment)’를 통해 ‘브랜드 반응(Brand Response)’을 탄탄히 확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전포여관이 가진 세계관을 지속적인 제품 개발, 프로모션, 고객 소통으로 연계해 ‘브랜드 충성도 (Brand Loyalty)’를 어떻게 구현할 것이냐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브랜드 충성도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선택하고 구매하는 정도를 나타내는데 이를 위해서는 혁신과 발전을 위한 노력이 연료로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 즉 사업자가 지치지 않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2019년 부산 서면에 첫 선을 보인 전포여관의 부산 서면, 서울 건대 직영점은 월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주점에게 치명적이던 코로나 팬데믹도 잘 이겨냈다. 덕분에 여기 저기서 가맹점을 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고, 지금은 모두 28개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됐다. 브랜드를 만들고 멀리 왔지만 프랜차이즈 브랜드로서는 이제 걸음마 단계다. 아직 갈 길도 많이 남았다. 전국적으로 매장이 늘어나면서 고객의 지속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확보하고 지속가능성을 가져야 하는가? 요즘 오상윤 대표가 가장 고민하고 집중하는 부분이다.
전포여관은 감성과 경영학, 마케팅과 사람 중심 철학이 꽤 균형 있게 엮여 있는 브랜드다. 오상윤 대표는 10여년전 3억원이 넘는 큰 돈을 들여 창업했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 운영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요를 가진 전통적인 유망 업종의 문제점도 체험했고, 대형 포차같은 유행 업종의 한계도 경험했다.

그래서 트렌드를 읽고 반영하되 유행을 좇지 않고, 유행이 와도 흔들리지 않을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 그리고 지금도 ‘어떻게 하면 이 감성을 구조로 만들까?’라는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서울 구의동과 삼성동에서 ‘영동가든’, ‘구의농원’처럼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하지만 섬세한 감성이 가득 담긴 고깃집도 운영하고 있다. 전포여관의 안주가 흔한 맥주집 안주인 땅콩이나 튀김, 노가리나 소시지가 아니라 정성이 담긴 한식요리인 이유도 유행업종이 아닌 유망업종으로 가기 위한 포석이다.
브랜드는 멋보다 구조가 먼저고, 구조보다 사람이 먼저다. 그리고 그걸 실현한 전포여관은 단순한 주점이 아니라, 오늘날 외식업계가 참고해야 할 브랜딩 교과서의 한 갈피를 장식한다. “스토리가 없으면 유행으로 끝난다. 구조가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전포여관은 이 둘을 모두 갖추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경희 부자비즈 대표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