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들의 대표 역할로
경영진에 경영자료·현안보고 요청
별도 ‘사외이사회’ 주재로 견제
이사회 위원회에 사외이사 비율 늘리고
전문성 갖춘 사외이사도 신규 선임
SK·삼성·롯데그룹은 앞서 도입

현대자동차그룹 주력3사가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고 사외이사회를 신설한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SK·삼성·롯데그룹에 이어 현대차그룹까지 동참하면서 선임사외이사제가 대기업 거버넌스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3개사에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는 안건이 이달 회사별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승인됐다고 27일 밝혔다. 초대 선임사외이사에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각각 심달훈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조화순 연세대 교수, 김화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선임했다.
선임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의 대표 역할을 맡는 자리다. 이들은 정기 이사회와 별도로 사외이사만이 참여하는 회의를 소집하고 주재할 권한을 갖는다. 경영진에 경영자료나 현안 보고를 요청하는 한편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모아 경영진에 전달할 수도 있다. 주주와 사외이사진, 경영진 소통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한편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선임사외이사제도의 도입은 이사회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논의에서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전문성과 경영효율성은 뛰어나지만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정부는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통해 우선 금융권 회사들에 선임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지 않을 경우 선임사외이사를 반드시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 의장의 전문성을 살리면서도 사외이사의 견제 권한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현재 비금융권 기업들은 이 제도를 도입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이사회 투명성과 견제 기능 확보를 위해 2018년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국내 대기업들에도 자율 도입 움직임이 일어났다. 2023년 삼성그룹이 삼성SDI와 삼성SDS에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최종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삼성SDI는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 삼성SDS는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를 각각 초대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2018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고, 2020년에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를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롯데그룹이 롯데지주, 롯데렌탈 등 10여 개 계열사에 선임사외이사를 두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이사회 개편을 계기로 사외이사의 권한과 전문성 강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3사는 선임사외이사제도 도입과 함께 사외이사회를 신설했다. 정기 이사회 개최 전 열리는 회의로,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대해 사전에 검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자리다. 이전까지 사외이사들은 정기 이사회에 임박해 안건을 전달받아 사전에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사회 산하 보수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보수위원회는 등기이사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역할, 후보추천위원회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이다. 특히 보수위원회의 경우 3사 모두 전원 사외이사로 위원을 꾸리기로 했다.
전문성 부족이라는 사외이사 체제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3명의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했는데, 학계나 정부기관 출신이 아니라 경영인 출신을 배치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규 선임된 김수이 사외이사는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를 지냈고, 벤자민 탄 사외이사는 싱가포르투자청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역임한 자본시장 전문가다. 도진명 사외이사의 경우 퀄컴 아시아 부회장 출신으로, 모빌리티 신사업인 AI(인공지능), 수소 분야의 경험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외에도 3사는 사외이사들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주주추천 사외이사 선임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는 주주권익보호 담당 위원으로 역할한다.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 등에 참석해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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