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국산 둔갑 수출의 82.1%가 중국산
올 1~3월 적발액, 지난해 전체의 84.8%
“세관별 단속체계 전면 재점검해야”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을 회피하기 위한 중국산 제품의 ‘한국산 둔갑’ 수출이 최근 5년간 1235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 대외무역법을 위반한 ‘국산 둔갑 수출’ 적발액은 총 5108억원, 건수는 8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미국으로 수출된 둔갑 제품 규모는 1505억원이었고 그중 1235억원어치가 중국산 제품으로 확인됐다. 미국행 ‘국산 둔갑’ 수출의 82.1%가 중국산이었던 셈이다.
‘국산 둔갑 수출’은 외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한국을 경유하면서 원산지 증명서와 수출 신고 서류 등을 위조하거나 조작해 ‘한국산’으로 탈바꿈한 뒤, 다시 제3국으로 수출되는 방식이다. 특히 이런 위법 행위는 최근 미국의 고관세 정책을 피하려는 중국산 제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1~3월 적발액은 29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발액(348억원)의 84.8%를 차지했다.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이 본격화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결과로 해석된다. 2023년부터 올해 3월까지로 기간을 좁히면 대미 국산 둔갑 수출 적발액(539억원·21건) 전부가 중국산 제품이었다.
세관별로는 부산세관이 적발 금액 기준으로 2342억원(41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세관(1364억원, 17건), 광주세관(593억원, 3건), 대구세관(489억원, 7건) 순이었다.

실제 단속 사례를 보면 미국이 중국산 매트리스에 부과한 최고 1731.75%의 반덤핑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중국인이 국내에 설립한 업체를 통해 120만개 규모의 매트리스를 보세창고에 반입한 뒤 서류를 조작해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수출하다 단속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중국산 이차전지 양극재, 지능형 CCTV, 알루미늄 창호 등 고관세 또는 수입규제 대상 품목을 한국산으로 위장해 미국으로 불법 수출하려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한편, 관세청은 지난 4월 21일 미국의 국가별 관세율 차이를 악용한 우회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무역안보특별조사단’을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외국 제품의 원산지 둔갑을 통한 우회 수출 증가는 정상적인 우리 수출 물품의 미국 등 수입국에서의 신뢰도를 추락시키고, 더 나아가 수입국의 수입 규제와 세관 검사 강화 같은 비관세장벽 확대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우리나라 수출 기업과 산업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단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종욱 의원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행위는 단순한 불법을 넘어 국가 경제와 수출 신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세청과 정부는 세관별 단속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반복적으로 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서는 즉시 수출입 제한 등 행정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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