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업계가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중앙처리장치(CPU)만으로도 메모리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러 장치가 가진 메모리를 함께 쓸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CXL이 고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나 고대역폭메모리(HBM) 없이도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미래 메모리 인터커넥트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23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CXL은 현재 DDR D램을 기반으로 한 서버 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면서 "단순히 메모리를 빠르게 연결하는 기술을 뛰어넘어 속도 향상은 물론 전력 효율, 데이터 안정성까지 모두 챙기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반도체 기업들이 처음엔 CXL을 단순한 연결 기술로 여겼다"면서도 "하지만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와 도구까지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XL은 메모리 확장의 '끝판왕'이라는 별명이 있다. 서버에는 메모리를 장착하기 위한 슬롯이 필요하다. 하지만 D램은 'DIMM 슬롯'에, GPU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PCIe 슬롯'에만 연결된다. 문제는 DIMM 슬롯 수가 통상 8~16개로 제한돼 있어 대용량 메모리의 추가 장착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가 몰리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하지만 CXL은 PCIe 슬롯에 D램 기반 메모리 모듈을 추가 장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테라바이트(TB) 단위의 메모리 확장은 물론 수십 TB에서 수백 TB까지 메모리 용량을 유연하게 늘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HP엔터프라이즈(HPE), 델테크놀로지스, 레노버와 같은 서버 제조기업이 CXL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XL을 활용하면 고비용의 HBM이나 GPU 없이 CPU 기반 시스템만으로 메모리 자원을 대폭 확장할 수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CXL을 "AI 시대의 새 인프라스트럭처"라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모두 CXL 기반 메모리 모듈에 뛰어들었다. 반도체 업계는 2019년 CXL 컨소시엄을 처음 발족했다.
이와 함께 CPU를 개발하는 인텔과 AMD 역시 서버용 CPU에서 CXL을 지원할 수 있도록 아키텍처 수준에서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인텔은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부터 CXL 1.1과 2.0을 공식 지원하고 있고, AMD 역시 EPYC 9004 시리즈(제노아)부터 CXL 지원을 시작했다.
이러한 기술 개발로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CXL 시장 규모는 2023년 170만달러(약 24억원) 수준에서 2026년 21억달러(약 2조9904억원), 2028년 158억달러(약 22조4992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덕 기자 /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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