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품 인기에 “K셀러 환영”
마트서 ‘사입’해 택배로 배송
화장품·생활용품 등 K제품 인기
“창고없이 집서 글로벌 셀러로”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 씨(35)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다이소를 찾는다. 청소용품, 주방용품, 간식거리 등 해외에서 팔 만한 저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이렇게 ‘사입’한 제품을 미국 쇼핑몰 아마존, 동남아 온라인 플랫폼 쇼피에 올려 수익을 얻는다. 김 씨는 “다이소는 3000원~5000원대 제품이 많아 부담 없이 사입할 수 있다”며 “K브랜드의 인지도가 높다 보니 해외에서는 3~4배의 마진을 붙여도 잘 팔린다”고 했다. 한국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지 6개월차인 김씨의 지난달 순수익은 100만원 남짓이다. 김씨는 “쿠팡 같은 국내 이커머스는 경쟁이 치열하지만 해외는 아직 성장 중이라 기회가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월 1000만원을 버는 게 목표”라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와 K브랜드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오픈마켓에서 한국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해외 쇼핑몰에서 한국 제품 인기가 높다보니 국내 제품을 오픈마켓에 올려 해외로 판매하는 국내 셀러도 급증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부수입 확보가 절실한 직장인들도 ‘셀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외 배송 서비스가 발달해 창고나 물류시스템 없이 개인도 해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다.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우리나라 제품을 구매한 ‘역직구’ 금액은 29억300만달러(약 4조1228억원)로 2019년(5억6300달러) 5배 이상 증가했다.
역직구는 한국 제품을 외국 소비자가 구입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 마켓에서 제품을 구입하는 ‘직구’와는 반대개념이다. 외국 소비자들이 아마존, 이베이, 쇼피 등 현지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한국 제품이 6년전에 비해 5배나 증가했다는 얘기다.
넷플릭스 등 각종 미디어를 타고 한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의 선호가 올라간 덕분이다. 특히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동남아와 태국에서는 한국 셀러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난해 K셀러 주문 비중은 베트남에서는 134%, 태국 182%, 싱가포르 58% 성장했다. 주로 뷰티, K팝 굿즈, 헬스용품, 모바일 액세서리, 식품 등의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
쇼피코리아 측은 “동남아 주요 국가들은 한국 셀러의 핵심 마켓”이라며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법인뿐 아니라 개인 셀러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셀러들이 해외 오픈마켓을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2000원인 사탕 ‘말랑카우’ 한봉지는 아마존에는 대략 7000원대에 판매된다. 3년차 아마존 셀러는 “맛을 두종류로 패키지로 만드는 식으로 구성을 달리해서 마진을 붙여서 판매하는 방식”이라면서 “미국 판매가가 국내의 3~4배이기 때문에 배송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도 수익이 난다”고 했다.
식품, 생활용품, 주방용품 등이 K셀러들이 사입하는 주 품목이다. 또다른 셀러는 “다이소나 올리브영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밀어주는 제품을 유심히 보고 해외에 판매한다”고 했다.
해외 판매의 장벽이었던 ‘배송’도 서비스가 향상되면서 개인 셀러들이 ‘역직구’ 시장에 쉽게 진입하고 있다. 과거 해외 유통은 물류 인프라나 창고를 갖춘 법인들이 주도했다. 그러나 요즘은 해외 오픈마켓이 현지까지 제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부 전문 배송업체도 많기때문에 개인도 해외 판매가 수훨하다.
예를 들어, 쇼피는 국내 셀러가 제품을 포장해놓으면 제품을 ‘픽업’해 경기도 김포에 구축한 국내 물류 허브까지 배송한 뒤, 통관 및 해외 현지배송까지 수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GS25와 협업해 셀러가 근처 편의점에 제품을 맡기면 반값택배를 이용해 쇼피 국내 물류 센터까지 제품을 배송할 수도 있다. 아마존에서 셀러로 활동하는 박모씨는 “해외 배송을 전문으로 하는 제3자물류 서비스(써드파티 업체)도 많아서 별도 물류 창고 없이도 집에서 재고 부담없이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아마존이나 쇼피 물류창고에 재고를 맡기고, 주문이 발생하면 현지 소비자에게 발송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도 고도화돼있어 개인셀러들은 창고나 인력을 직접 갖추지 않아도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현지 고객과 소통하는 CS는 챗GPT 등 AI 통번역 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 있다. 50대 셀러 이모씨는 “영어를 못한다는게 두려웠지만 챗GPT가 제품 설명을 번역해서 올려주기 때문에 손쉽게 도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판매는 주의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가별 식품 수입 규제, 상표권 침해, 저작권 문제가 리스크다. 제조사가 공식 유통 채널만 허용한 제품을 무단으로 판매할 경우, 지재권 침해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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