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층을 중심으로 브랜드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실속형 소비'가 확산되자 대형 유통사와 화장품 브랜드 간 동맹이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LG생활건강과 손잡고 뷰티 브랜드 '비욘드'의 신규 스킨케어 라인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를 선보였다. 피부 탄력·광채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신제품 8종을 각각 4950원에 판매한다.
다이소를 필두로 편의점 등에서 5000원 안팎의 저렴한 화장품을 대거 선보이며 인기를 끌자 비슷한 가격대로 뷰티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마트는 화장품 제조사와 협력해 만든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해왔지만, 기존의 유명 브랜드를 끌어와 단독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이마트의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 라인은 토너, 세럼, 크림, 팔자주름 패치, 아이앰플, 나이트 마스크 크림, 팩 투 폼(클렌징 폼), 멀티밤 등 다양한 형태로 나왔다. 비욘드 화장품을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기 위해 제품 패키지를 단순화하고 유명 연예인이 아닌 인공지능(AI) 모델을 활용하는 등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했다.
채널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초저가 뷰티는 유통 생태계를 뒤흔들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해당 시장을 이끌고 있는 다이소는 앞서 2021년 뷰티 전문 라인을 론칭하며 국내외 중소 뷰티 브랜드와 손잡고 1000~5000원대 초저가 화장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2023년 브이티(VT) '리들샷'과 지난해 손앤박 '멀티컬러밤' 등이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며 오프라인 뷰티업계에서 올리브영의 대항마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다이소 내 뷰티 제품 매출 신장률은 144%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뷰티 카테고리 흥행에 힘입어 다이소의 지난해 매출은 3조9689억원, 영업이익은 3711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패션·뷰티 제품군은 이익률이 높아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현재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저가 화장품은 60여 개 브랜드, 500여 종에 달한다. 2023년 말(26개 브랜드, 250여 종)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4월 다이소에 론칭한 토니모리의 서브 브랜드 '본셉'은 1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300만개를 돌파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고 실속형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며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뷰티가 인기를 끄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콜마, 코스맥스 등 국내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브랜드보다는 제품 성분과 제조사를 보고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뷰티업계도 이 같은 흐름을 새로운 기회로 삼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이소 전용 브랜드 '미모 바이 마몽드'를 론칭했고, LG생활건강은 이마트와의 협업은 물론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초저가 전용 라인을 배치하고 있다. 단순한 PB를 넘어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유지한 세컨드 라인을 통해 소비자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대형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국 단위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크다. 저비용으로 높은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대량생산과 ODM 방식을 통해 제조 단가를 낮추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구조도 가능하다.
[김금이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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