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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만에 명품 시총 1위 갈아치운 ‘에르메스’ 전략은 ‘부유층 집중’

  • 이동인
  • 기사입력:2025.04.16 09:19:25
  • 최종수정:2025-04-17 11: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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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이 새로운 명품 브랜드 시가 총액 1위에 등극했다. 프랑스 LVMH을 밀어내고 유럽 명품 브랜드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에서 26년 만에 밀려났다.

에르메스 버킨백. 연합뉴스
에르메스 버킨백. 연합뉴스

이는 중국과 미국에서 중산층의 구매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급 브랜드 중에서도 부유층 고객이 많은 에르메스의 강점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LVMH의 시가총액은 약 2440억 유로였고 에르메스는 약 2460억 유로 LVMH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유럽 명품 브랜드 상위 시가총액 5개 기업(LVMH, 에르메스, 프랑스 켈링, 스위스 리슈몬, 프랑스 크리스티안 디올) 중 LVMH는 2000년 이후 LVMH는 선두를 꾸준히 유지했다. 무려 26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준 셈이다.

LVMH가 지난 14일 발표한 2025년 1분기(1~3월) 결산에 따르면 LVMH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203억 유로로 최대 시장인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일본 제외)가 11%나 줄었다.

중국 시장의 저조함에 더해 앞날이 불안해진 것은 미국의 매출액이다. 2024년 4분기에 회복될 조짐이 있었던 미국이 1분기 3% 역성장하며 다시 소비 감소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고율의 관세책을 내놓는 가운데 미국 소비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지표에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지난 14일에 LVMH 주식은 전일 종가 대비 한때 9% 하락했다.

LVMH와 달리 에르메스의 주가는 견고하다. 이 회사는 오는 17일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불확실성도 있지만 LVMH와는 크게 다른 브랜드 전략이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부유층으로 고객을 좁히고 자사 상품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브랜드 전략이 고액 소비를 줄이는 경제 환경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에르메스는 LVMH 처럼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린 복합기업이 아니다. 창업가의 독립 경영으로 브랜드도 집중하고 강화하는 전략을 이어왔다.

예를 들어 숙련된 장인이 수작업으로 만들어 품질의 높이를 담보하지만 희소성으로 승부한다. 브랜드력과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판로, 생산량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왔다.

지난 2024년에는 버킨백을 구할 수 없다며 미국에서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소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이 전략은 지금의 불황 국면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에르메스는 부유층 중에서도 특히 부유한 고소득자 소비자 고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층의 소비는 경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에르메스의 2024년 4분기 순이익은 수많은 명품 브랜드 기업이 역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오히려 6억 300만 유로로 전 분기 대비 7%나 늘었다.

반면 LVMH는 거대한 브랜드 집합체다. 주력인 루이비통을 필두로 불가리, 펜디 등 그룹 산하에 수많은 브랜드를 갖고 있다.

상품도 의복이나 액세서리에 그치지 않고, 주류 등도 있는 가운데 그룹 전체에서는 폭넓은 고객을 상대하고 있다.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간 소득층의 구입도 적지 않다.

에르메스는 매우 높은 매력과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LVMH에는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브랜드가 여러 꽤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은 “LVMH 그룹은 코로나19 수습 직후처럼 소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매출액을 늘리기 쉽지만 소비 둔화 국면에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며 “2024년 LVMH의 순이익은 에르메스와 대조적으로 전 분기 대비 17% 감소한 125억 유로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2010년대 두 회사는 LVMH가 에르메스 인수에 나서면서 법적 분쟁으로 발전한 바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 양대 시장을 필두로 세계에서 높아지 불투명성은 명품 브랜드의 경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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