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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히든챔피언] 전자칠판·체온계·車충전기 … 변신의 귀재

'강소기업' 구기도 아하 대표
전자칠판으로 세계 제패 후
전기차 충전기로 주력 전환
시대 변화 맞춰 유연하게
차세대 먹거리 AI 공부 위해
60대에 AI 대학원서 '만학'

  • 이윤식
  • 기사입력:2025.03.04 17:04:59
  • 최종수정:2025-03-04 18: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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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도 아하 대표가 전기차 고속충전기 '래빗&터틀'을 소개하고 있다.  이윤식 기자
구기도 아하 대표가 전기차 고속충전기 '래빗&터틀'을 소개하고 있다. 이윤식 기자
"친환경 기조에 따라 언젠가 전기자동차 시대가 분명히 올 거예요. "

구기도 아하 대표가 최근 서울 마곡동 아하R&D센터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이 끝날 때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준공한 아하R&D센터 1층에는 전기차 급속충전기 '래빗&터틀' 등 아하의 전기차 충전기 제품을 모아놓은 전시관이 있다.

구 대표는 전시관 한쪽에 서 있는 주유기 모양의 100㎾ 급속충전기 내부를 꺼내 보였다. 안에는 아하가 원천 기술 확보에 성공해 개발한 30㎾ 충전 모듈 4개가 장착돼 있었다. 아하의 30㎾ 파워모듈은 다수의 소출력 전력 모듈 조합 방식을 적용해 출력 전압을 직류 300~1000V까지 넓은 영역으로 유지하고 최대 100A의 전류를 출력한다. 해당 모듈은 최근 미국 안전규격(UL) 인증을 획득했다.

아하는 자사 30㎾ 충전 모듈을 활용해 50·100·200㎾짜리 급속충전기 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충전 모듈 8개를 장착한 200㎾ 모델은 110.3kwh 배터리가 달린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9'을 30분 만에 완충할 수 있다.

급속충전기 모델 반대편에는 7·11㎾짜리 완속충전기도 전시됐다. 구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해 국내 완성차 기업이 구매 고객에게 가정용 충전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충전기를 아하가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아하는 연말 양산을 목표로 40㎾ 파워모듈과 480㎾급 파워뱅크를 개발하고 있다. 작년 R&D센터를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 마곡동으로 옮기면서 연구개발(R&D) 능력이 개선됐다. 구 대표는 "마곡R&D센터 개설 후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신규 연구 인력 20명을 추가 채용했다"고 말했다.

구 대표가 전기차 시대 도래를 낙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다. 그는 "중국 중심으로 불꽃이 덜 튀는 인산철 배터리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실현된다면 전기차 산업이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대표는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기차 기업을 육성한 뒤 이들끼리 경쟁하게 해 기술력을 급속히 끌어올렸다"며 "한국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하는 최근 국내에 진출한 중국 BYD(비야디) 전기차를 3대 구매해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한편 아하는 우즈베키스탄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인건비가 월 150달러 수준인 데다 정부가 공장 용지 대여와 수출 운임비용 50% 보전 등 인센티브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구 대표는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사 주력 제품을 변경해왔다. 출세작인 전자칠판이 중국산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자 고성능 제품으로 재편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비대면 안면인식 체온계를 개발했다.

구 대표가 올해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인공지능(AI) 공학 석사과정에 입학한 것도 세계 산업 흐름을 사업 모델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그는 "60세가 넘어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해 난생처음 토익을 준비했는데 750점을 넘기느라 고생했다"며 "AI 시대에 어떻게 사업할지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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