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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져서 좋지만…왜 피자가 작아졌나요

‘위기 돌파 전략’에 골몰하는 피자 업계

  • 나건웅
  • 기사입력:2025.02.21 12:04:01
  • 최종수정:2025.02.21 1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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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돌파 전략’에 골몰하는 피자 업계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업계가 유례없는 ‘암흑기’를 맞이했다. 외식 시장 전반 분위기가 좋지 않다지만, 피자는 특히 더 불리한 외부 환경 변화에 직면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홀 피자 수요가 줄었고 배달 비중이 큰 업종 특성상, 수수료 인상과 높아진 배달 앱 의존도 역시 악재다.

설상가상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냉동 피자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간편식 피자 매출이 크게 늘었고 굽네치킨이 굽네피자를, 맘스터치가 맘스피자를 내놓는 등 이종 브랜드 신규 진출도 부담이다.

피자 브랜드는 저마다 살길을 모색 중이다. 고물가와 장기 불황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요즘, 피자 업계가 고민하는 생존 전략은 여타 업종에도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

피자 업계가 최근 불황 극복을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기존 오후 9시 반에서 11시까지 운영 시간을 연장한 도미노피자 삼성점 모습. (도미노피자 제공)
피자 업계가 최근 불황 극복을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다. 사진은 기존 오후 9시 반에서 11시까지 운영 시간을 연장한 도미노피자 삼성점 모습. (도미노피자 제공)

매출 적고 흑자 브랜드 없다

꾸준한 성장 유지하는 치킨과 상반

피자의 위기는 주요 브랜드 상황만 봐도 알기 쉽다. 과거 국내 ‘피자 빅5’로 불렸던 도미노피자·피자헛·파파존스·피자알볼로·미스터피자 중 흑자를 내고 있는 브랜드는 도미노피자와 파파존스 둘뿐이다.

치킨 브랜드와 비교하면 알기 쉽다. bhc와 BBQ, 교촌치킨 등 국내 ‘치킨 빅3’ 연간 매출은 모두 5000억원에 육박한다. 반면 피자 매출 1위인 도미노피자를 운영하는 청오디피케이 2023년 매출은 2000억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다. 2·3위인 피자헛(869억원)과 파파존스(681억원)는 더 초라하다. 피자헛과 피자알볼로, 미스터피자는 매출과 가맹점 수가 매년 줄어드는 양상이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 앱 수수료 인상도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가운데 수수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마진율이 더 떨어졌다. 한 피자 업계 관계자는 “배달 앱 상생안 이행에 따라 앞으로 매장 매출별 수수료율을 차등화한다지만, 주요 피자 브랜드는 대부분 매출 상위 구간에 포진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익 개선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브랜드에서 저마다 생존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 피자도 매장도 ‘다운사이징’

1인용 피자…파파존스는 소형 매장

피자는 여전히 ‘여럿이 함께 모여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양이 많은 데다 가격도 라지 사이즈 기준 한 판에 3만원 수준으로 저렴하지 않다. 1·2인 가구가 크게 늘고 오프라인 모임이 과거보다 많이 줄어든 요즘,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피자 브랜드가 저마다 ‘다운사이징’에 집중하는 이유다. 사이즈를 줄이고 가격을 낮춰 가성비를 챙기는 모습이다.

도미노피자뿐 아니다. 피자알볼로는 올해 초 시그니처 메뉴인 ‘목동피자’ 등 피자 14종을 혼자서 먹을 수 있는 크기로 줄인 ‘퍼스널피자’로 선보였다. 가격은 6500원에서 9500원 사이다. 피자헛과 파파존스 역시 인기 메뉴를 1인용으로 판매하고 있다. 처음부터 ‘1인용 피자’로 포지셔닝한 ‘고피자’가 최근 선전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고피자는 편의점 GS25에 로봇 화덕 오븐을 넣는 방식으로 입점 편의점 수를 1500개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파파존스는 피자 크기를 넘어 ‘매장 사이즈’도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12월부터 특수 소형 매장인 ‘그랩 익스프레스’ 매장을 새로 도입했다. 주력 메뉴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해 매장 크기를 10평까지 줄이고 필수 설비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한국파파존스 관계자는 “초기 투자 비용이 적고 임차료 부담도 덜하지만 그랩 익스프레스 1호점이 전국 파파존스 매장 매출 상위 25%에 포함되는 등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현재 3개 매장을 열었고 올해 10개까지 늘려간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2. 오히려 덩치 키우는 ‘인수·합병’

규모의 경제…원가·물류 비용 아껴라

모두가 사이즈를 줄이려고만 하는 건 아니다. 되레 덩치를 키우는 ‘역발상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 브랜드도 있다.

‘반올림피자’는 지난해 12월 저가 피자 브랜드 ‘오구쌀피자’를 전격 인수·합병했다. 370여개 가맹점을 보유했던 오구쌀피자 인수로, 반올림피자는 매장 수 기준 피자 업계 1위로 올라섰다. 2023년 358개였던 매장 수는 올해 2월 기준 730여개로 늘었다. 매출 역시 업계 2위까지 노려볼 수 있는 수준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이번 인수·합병은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얻을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적극 노리고자 하는 움직임이다.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 매장에 필요한 원부자재도 함께 증가한다. 가맹본부는 납품 업체를 상대로 가격 협상력을 갖게 되면서 원가와 물류 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없는 현 피자 시장 상황에서 운영 비용 절감을 꾀하는 전략이다. 반올림피자 관계자는 “반올림피자는 배달 중심으로, 오구쌀피자는 오는 5월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새롭게 개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 자체 채널을 키워라

배달 앱 의존도, 줄여야 산다

피자 시장을 둘러싼 주요 외부 환경 변화 중 하나가 ‘배달 생태계 재편’이다. 배민과 쿠팡이츠 등이 무료 자체 배달을 강화하는 가운데 수수료를 사실상 인상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피자 업체가 너 나 할 것 없이 자체 채널 강화에 힘을 쏟는 이유다. 유례없는 ‘반값 할인’ 프로모션까지 진행하며 자사 홈페이지와 앱 유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당장 할인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장기적으로 배달 앱 의존도를 낮춰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절감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모습이다. 패션·뷰티 브랜드가 커머스 플랫폼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몰 강화에 나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도미노피자는 올해 들어서만 자체 채널 할인 프로모션을 수차례 진행했다. 지난 1월에는 라지 사이즈 주문 시 1만원을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2월에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자체 채널 포장 주문 시 일반 고객은 50%, SK텔레콤 멤버십 가입자는 60%를 할인·적립해주는 프로모션을 기획했다. 피자헛 역시 연초부터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펼쳤다. 1월에는 통신사 제휴로 반값 할인 행사에 나섰고 앞으로는 피자헛 온라인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첫째 주말마다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로 했다. 파파존스는 자사 채널 신규 가입 시 25%, 생일 회원에게는 30% 할인 쿠폰을 지급하고 매월 28일 라지 사이즈 이상 모든 피자를 3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피자알볼로는 오는 5월 대대적인 홈페이지 리뉴얼과 멤버십을 개편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효과도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도미노피자는 지난해 12월 자체 앱 월간 순사용자(MAU)가 59만명으로 전월(약 47만명)보다 12만명 가까이 늘었다. 파파존스 역시 2024년 10월 MAU가 사상 첫 10만명 돌파했고 11월에는 13만8000명까지 증가했다.

단, 과도한 할인 경쟁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도 없잖다. 한 피자 업계 관계자는 “자체 채널 강화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는 할인 기간 때만 특정 브랜드를 찾는 ‘체리피커’ 소비자만 양산하는 꼴”이라며 “높은 상품가 책정 이후 할인폭만 커보이게 하는 프로모션 탓에 대형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 사이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na.kunwoo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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