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에 6부작으로 재탄생…“영광스러워”
“소지섭, 임수정 연기…요즘과 잘 맞아”

2004년 ‘미사 폐인’ 신드롬을 일으킨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20년만에 감독판 6부작으로 재탄생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어린 시절 호주에 입양된 후 거리의 아이로 자란 차무혁(소지섭 분) 송은채(임수정 분)를 만나 죽음도 두렵지 않은 지독한 사랑을 하는 이야기로, 지난 2004년 KBS 2TV에서 방영된 16부작 드라마다. 방영 당시 수도권 기준 28.6%, 비수도권 기준 29.2%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 전무후무한 새드 엔딩으로 ‘미사 폐인’을 대거 양산했다.
토종 OTT 웨이브(Wavve)는 2024년 ‘뉴클래식(New Classic) 프로젝트’를 통해 명작으로 회자되는 2000년대 대표 드라마 중 하나인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6부작으로 재탄생시켰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연출한 이형민 감독은 “웨이브의 제안을 받았을 때 영광스러웠다. 드라마는 한 번 방송을 타면 금방 없어지는데 그 지점을 웨이브가 잘 캐치한 것 같다”면서 “예전 드라마 중 명작들을 유튜브로 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 팬덤이 있는 드라마들이 재제작 돼서 이 드라마를 좋아하던 사람들도 보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같이 향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인 만큼, 6부작으로 재탄생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을터다. 기존 팬덤의 반응 등 우려되는 지점도 있었다.
이형민 감독은 “몇부작으로 편집할 지 가이드라인은 없었다. 영화로 만드는 것 등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면서 “골격이 되는 장면들은 건드리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중요한 장면은 소지섭, 임수정의 표정 하나까지 다 살렸다. ‘미사 폐인’들이 봤을 때 ‘내가 좋아하던 장면이 어디간건가’ 의문일 수도 있다. 원본은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시도의 버전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어떻게 보실지 걱정되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시 화제가 됐던 소지섭의 파격 패션과 임수정의 패션 스타일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형민 감독은 “옛날에는 과장되거나 정형화된 연기를 많이 했는데, 소지섭과 임수정은 그 캐릭터가 돼 행동하는 연기를 했다”고 칭찬하며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도 사실 그 당시에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그게 오히려 요즘과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화제가 됐던 임수정의 무지개 니트에 대해서는 “호주에서 장면을 직고 나서 나중에 다시 한 번 촬영할 필요가 있었는데 배우가 옷을 못구했다. 다 팔렸다더라”고 했다. 또 “소지섭 같은 경우에는 거리의 남자니까 힙합 스타일의 담요 같은 거적때기를 입었는데 소지섭이 아니면 소화가 안됐다”면서 “당시 ‘한번 저질러 보자’는 열정이 있었고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형민 감독은 “이번에 편집을 하면서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봤다. 트렌드가 많이 바뀌긴 했는데 당시엔 감성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더라. 어떻게 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는데 되게 스트레이트해서 장점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왜 이런 드라마가 없지’라는 생각을 조금 했다. 요즘은 판타지, 웹툰 베이스의 얘기들도 많고 장르물도 많다”면서 “새로운 니즈에만 계속 맞추는 것도 좋지만,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기본에 충실하는 스토리가 새로운 트렌드와 함께 공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신영은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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