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신동, 천재 거쳐 보물로 진화,
3쿠션월드컵-세계선수권-월드게임
27세에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필자는 2022년 12월19일 조명우 선수에 관한 칼럼을 썼다. 제목은 ‘3쿠션월드컵 우승 조명우, 그의 시대는 이제부터다‘였다. 2022년 12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3쿠션월드컵 결승에서 산체스를 꺾고 처음으로 3쿠션월드컵 정상에 오른 뒤 얼마 뒤였다. 칼럼 말미는 ‘세계챔피언이 목표인 그의 여정이 기대된다’고 마쳤다.
그리고 정확히 2년8개월여만에 두 번째 ‘조명우 칼럼’을 쓰게 됐다. 이번에는 조명우가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린 ‘2025 청두월드게임’에서 한국당구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게 계기가 됐다. 지난해 세계3쿠션 챔피언이 된 것도 포함해서다.
청두월드게임에서 조명우는 한국당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여태껏 한국당구는 3쿠션과 포켓 통틀어 월드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없다. 포켓볼에서 김가영의 은메달 두 개가 최고 성적이었다. 월드게임이 2001년 일본 아키타대회부터 시작,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탓도 있다.
쑥쑥 성장하는 후배들 도전…이젠 수성도 과제
“앞으로 써내려갈 당구 역사 궁금”
조명우는 청두에서 여러 기록을 세웠다. 한국3쿠션 첫 메달이고, 한국당구 전체로는 첫 금메달이다. 아울러 야스퍼스-산체스-자네티만 갖고 있는 커리어 그랜드슬램(3쿠션월드컵-세계선수권-월드게임)도 이룩했다. 그것고 불과 27세에 이룬 성과다.
조명우는 일찌감치 ‘당구신동’으로 불리며 한국당구를 이끌어갈 재목이란 평가를 받았다. 국내외 대회에서의 숱한 우승 경력이 이를 뒷받침한다. 6년 전 2019년에도 조명우는 극강이었다. 9개 전국당구대회에 출전, 5번 우승컵을 들었다. 2019년 12월에는 최연소(21세8개월) 국내1위에 올랐다.
이 상승세가 2022년 12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3쿠션월드컵 우승으로까지 이어졌다. ‘조명우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거칠 것없이 나아갈 것 같던 조명우 행보에도 난관이 있었다. 예기치않은 상황으로 조명우가 난조에 빠졌다. 조명우는 허정한과 함께 2024년 3월 독일 비어센에서 열린 제36회 세계3쿠션국가대항전에 출전했다. 당구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나간 대회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후보였고,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그러나 8강전에서 스페인에 승부치기로 패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그 대회에서 조명우는 예선부터 8강전까지 내내 안풀렸다. 스스로 기대가 컸던 만큼 대한 실망도 컸으리라.
조명우도 “그 무렵 안 풀렸린 빌미가 된 게 세계팀선수권이다. 너무 못하기도 했고 함께 출전한 (허)정한이 형께 죄송했다”며 “대회 끝난 뒤에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조명우는 조명우였다. 2024 포르투3쿠션월드컵 준우승, 월드3쿠션서바이벌 우승 등으로 예전의 조명우로 돌아왔다.
그리고 2025년 국내외 대회를 휩쓸었다. 포르투3쿠션워드컵을 시작으로 남원 전국당구선수권, Sh수협은행배서울오픈, 안동시장배에이어 월드게임까지 5개대회를 연속 석권했다. 월드게임 첫 판 마틴 혼에 질 때까지 26연승을 기록했다. 세계랭킹 1위도 탈환했다.
당구신동과 천재를 거쳐 한국당구 보물로 거듭난 것이다.
세계1위에 한국당구 첫 월드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조명우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다. 아울러 무섭게 성장하는 후배들의 도전도 직면해야 한다. 이미 조명우는 남원에서 ‘15세’ 김현우에게 혼쭐난 적 있다. 게다가 제2의 조명우, 제2의 김행직을 노리는 어린 선수들이 쑥쑥 자라고 있다.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렸던 조명우에게 이제는 ‘수성’이란 과제가 또하나 생긴 셈이다. 스스로 ‘당구선수 조명우’의 완성도를 더 높여야한다.
당구신동, 천재를 넘어 한국당구 보물이 된 조명우.
그가 앞으로 써내려갈 한국당구 및 세계당구 역사가 궁금하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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