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대만-美서 활동하며 실력 키워,
LPBA 5시즌만에 애버 0.860→1.208,
목표설정, 접근방식, 멘털까지 ‘진정한 프로페셔널’

김가영이 LPBA를 폭격하고 있다. 아니 독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7개 대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우고 있다. 38연승과 통산 14회 우승 역시 범접하기 어렵다. 포켓볼에서 시작, 3쿠션까지 정상의 자리에 섰다. 오늘의 김가영이 있기까지 여러 요인이 있었다. 무엇보다 어느 누구보다 철저한 프로정신이 기반이 됐다. ‘김가영’ 관련 칼럼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첫 번째는 ‘그의 프로다움’이다. 두 번째는 멘토 김재근이 본 김가영이 예정돼 있다. [편집자 주]
김가영(43)이 24/25시즌 여자 프로당구 LPBA를 집어삼킨 동력은 단연 프로페셔널한 자세에서 기인한다. 더 명확하게 표현하면 ‘성과를 내는 진짜 프로’의 가치를 일찌감치 습득한 힘이 크다.
아무리 월등한 기량을 갖췄다고 해도 7개 투어를 연달아 제패(정규투어 3~8차, 월드챔피언십)하는 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다. ‘김가영표 관록의 힘’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다져진 기본기를 바탕으로 장기간 포켓볼 세계 최정상 선수로 활약했다. 다만 포켓볼과 3쿠션은 큐부터 테이블 크기까지 다르다. 그럼에도 LPBA 출범 때부터 정교한 스트로크와 흔들리지 않는 디펜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등 당구의 필수적인 세 가지 요소이자 자기 장점을 그대로 옮겨 매 시즌 성장 곡선을 그렸다.
김가영은 LPBA 데뷔 시즌인 19/20시즌 애버리지 0.860으로 시작해 21/22시즌 1.018을 기록하며 1차 목표로 한 35점, 애버리지 1점대에 도달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23/24) 1.033으로 끌어올리더니 이번 시즌(24/25) 1.208을 기록했다. 애버리지만 봐도 김가영이 얼마나 준비된 프로인지 느끼게 한다. 어느덧 남자 수준인 40점, 애버리지 1.5대를 새 목표로 내세웠다.
‘진짜 프로’의 기본 요건 중 하나인 강한 멘털은 어릴 때부터 형성됐다. 김가영은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유도 선수 출신 아버지인 김용기(75) 씨가 인천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큐를 잡았다. 4구와 3쿠션을 배우다가 포켓 선수로 자리잡은 건 1997년 중학교 2학년 때다. 이틀 연습하고 출전한 포켓볼 대회에서 우승했다. 딸의 재능을 눈여겨본 김 씨가 스파르타식으로 훈련시킨 건 유명한 일화다.
김가영은 한때 아버지를 원망했지만 타고난 승리욕으로 이를 악물며 이겨냈다. 국내에 적수가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 고등학교 졸업반인 2001년 18세 나이에 세계 랭킹 1위인 류신메이를 배출한 당구 강국 대만으로 향했다. 어린 나이에 낯선 타국 생활을 했는데 하루 4시간 자며 훈련에 몰입했다. 6개월 만에 류신메이와 겨뤄 이기기도 했다.
2년 뒤엔 ‘포켓 본구장’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하고 텃세가 심한 미국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냈지만 김가영은 더욱더 강한 정신으로 맞섰다. 미국 정착 1년 만인 2004년 US오픈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껏 물오른 그는 2004년과 2006년 세계선수권을 연달아 제패하더니 2009년 US오픈마저 우승했다. 이어 2011년 암웨이컵, 2015년 차이나오픈까지 휩쓸며 4대 메이저 타이틀을 휩쓸었다. 2006년 도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김가영은 “워낙 아버지 밑에서 강도 높게 운동해서 그런지 어린 나이에 대만, 미국에서 여러 일을 겪어도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 않더라”고 웃으며 돌아봤다. 그러면서 “사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걸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버지 영향으로 한계를 깨나가는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버지 김 씨도 딸이 올 시즌 LPBA 7개 투어 연속 제패 ‘대업’을 이룬 비결에 대해 “포켓 세계챔피언 타이틀 방어를 장기간 유지한 경험이 발휘되고 있다. 프로 의식을 이르게 갖춘 게 크다”고 분석했다.
상대 선수도 느낀다. 월드챔피언십 결승에서 맞붙었던 김민아도 “김가영이란 벽을 느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프로당구협회 한 관계자는 “몇몇 선수 얘기를 들어보면 김가영은 몇 년 전만 해도 세트당 한두 번 실수했는데 근래 들어 전혀 하지 않는다더라. 그만큼 3쿠션에서도 완성형이 된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김가영의 프로페셔널함은 단순히 과거부터 쌓인 경험치와 꾸준한 훈련 정도로만 평가받는 게 아니다. 평소 장기적 비전을 품고 최적의 훈련 프로그램을 스스로 공부하고 구성한다. 최근 대표적인 게 스트로크 스타일에 맞는 근육 강화 훈련이다. 김가영은 “대체로 하체나 코어 근력 강화를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데 그건 어느 종목이나 마찬가지”라며 “골프 선수만 봐도 체형,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운동법이 다르다. 당구 선수도 분명히 선수마다 강화하면 좋은 근육이 있을 것으로 여겨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를 들어 당구 선수는 (스트로크 시) 발 모양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골반 각도가 다양한데 흔들리지 않으려면 무릎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목표로 내건 애버리지 1.5대에 진입하려면 여자 선수로 낼 최대치의 힘과 속도를 활용해야 한다. 김가영도 이를 인지해 최적화한 근력 강화 훈련에 신경 쓴다. 그는 “예전엔 내 몸의 80% 정도 (힘을) 꺼내도 충분했는데, 이젠 나이도 들었다. 90~100%를 써야 한다”고 했다.
스트로크 시 발과 골반의 각도부터 시작해 어깨를 활용하는 만큼 ‘몸의 연결성’에 집중한단다. 그는 “편측 운동 등을 통해 다리부터 어깨까지 연결성을 강화한다. 몸의 가동성이 커져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다. 이번 시즌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됐다“며 ”필라테스와 웨이트트레이닝을 잘 접목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짜 프로’는 목표 설정에 따른 접근 방식, 시행하기 위한 전략과 멘털이 분명 다르다. 김가영은 이를 두루 갖추고 있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프로의 마인드가 크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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