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이 또다시 전국적인 제동에 직면했다. 지난달 연방대법원에서 내린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이 탄력을 받았지만 법원이 시민단체의 '집단소송'을 받아들이면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뉴햄프셔 연방지방법원의 조지프 라플란트 판사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출생했거나 앞으로 태어날 아동을 대신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는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라플란트 판사는 결정문에서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원고 소송인단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라플란트 판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에 임명됐다.
출생시민권은 미국에서 태어난 누구든 미국 시민권을 받도록 한 제도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주지 않는 행정명령을 내렸던 바 있다.
하지만 주(州) 단위 하급심에서 이 같은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이 정책의 전국적 시행은 차단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연방대법원이 연방정부 정책을 하급심이 미국 전역에서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당시 대법원은 하급심 결정이 미국 전역이 아니라 소송 당사자인 원고에게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라플란트 판사의 결정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은 다시 전국적으로 멈춰 서게 됐다. 1심 법원이 출생시민권의 전국적 시행을 중단시킨 것은 시민단체 ACLU가 '집단소송'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에 대한 법적 정당성은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구제 절차와 관련해서는 하급심 판결이 미국 전역에 적용되도록 한 '보편적 명령' 대신 "집단소송 절차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WP에 따르면 해리슨 필즈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이 판사는 집단소송 허가 절차를 남용해 법치주의를 무시했다"고 밝혔으며 '국경 차르' 톰 호먼은 "이들 급진적 판사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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