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11 10:55:36
30도 넘는 폭염에 에어컨 없는 경기장, 세계적인 당구선수들 최악 여건서 경기, “이런 악조건 속 경기는 처음” 불평 속출, UMB “불행히도 날씨가 좋지않았다” 해명
‘Myung Woo Cho, cool winner in FC Porto heat’
프랑스 당구매체 코줌(Kozoom)은 최근 조명우의 포르투3쿠션월드컵 소식을 이렇게 전했다. ‘조명우가 포르투의 무더위를 딛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며칠전 끝난 포르투3쿠션월드컵이 ‘사상 최악의 여건 속에 치러진 대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코줌에 따르면 많은 선수들이 “지금까지 이런 악조건 속에서 경기해본 적이 없다”는 불평을 쏟아냈다.
이번 포르투3쿠션월드컵은, 경기 여건면에서는 이런 얘기를 들을만하다. 서유럽에 불어닥친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낮 최고기온이 섭씨 30도(때론 40도)를 웃돌았다. 선수들을 더 황당하게 한 것은 경기장 사정이었다.
포르투대회를 다녀온 차명종 선수에 따르면 경기장은 원래 농구장으로 쓰던 시설이라 에어컨이 없었다. 차양막이 없어 햇볕이 고스란히 내부로 쏟아져 들어왔다. 게다가 통풍이 잘 안돼 경기장 내부는 푹푹 쪘다. 흡사 비닐하우스에서 경기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조명우도 짧은 우승 인터뷰에서 “무더위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포르투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는 낯선 장면이 많았다. 선수들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땀으로 옷이 흠뻑 젖었다. 현기증을 호소하는 선수도 적지않았다. 환갑을 넘긴 마르코 자네티(이탈리아)는 흘러내리는 땀을 막기 위해 록가수처럼 헤어밴드를 착용했다. 결승전에서 조명우에 패해 준우승에 머문 제레미 뷰리(프랑스)는 자리에 앉아있을 때 수건으로 땀 닦기에 바빴다. 관중들도 연신 부채질했다.
이런 악조건에서 주최측이 내놓은 조치는 반팔셔츠 착용 허용과 당구테이블 밑에 한 대씩 설치한 선풍기가 고작이다.
당연히 선수들의 불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프랑스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세계캐롬연맹(UMB) 파룩 바르키 회장은 “(대회를 주관하는) FC포르투로부터 다른 경기장이 리노베이션 중이어서 이 경기장으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한달 전에 들었다”고 말했다. 바르키 회장은 경기장 여건은 좋았는데 불행히도 날씨가 좋지않았다고 해명했다. 준비소홀을 자책하기 보다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 탓으로 돌렸다.
이상고온이 영향을 준 것은 어느 정도 맞는다. 지난해와 올해 이 대회에 출전했던 한국선수는 지난해 기온을 섭씨 26~27도 정도로 기억했다. 경기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는 것. 그러나 올해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설사 이상기온 영향이 있다 쳐도 주최측인 UMB 책임이 가벼워지지는 않는다. 이번 포르투대회에는 딕 야스퍼스, 조명우, 트란퀴옛치엔 등 톱랭커 포함, 전세계에서 140여 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이들은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 왔고, 주최측은 이들에게 최적의 대회장 여건을 만들어줘야 했다. 그러나 선수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 경기장에서 경기를 했다.
포르투갈의 이상고온은 일찍부터 진행됐다. 보도에 따르면 포르투3쿠션월드컵 개최 10여일 전에도 섭씨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나타났다. 주최측이 좀더 세밀하게 경기장 여건을 챙기고 가능한 범위에서 미리 대비했어야 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포르투3쿠션월드컵은 올해로 18년째다. 현존 3쿠션월드컵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전통있는 대회다. 올해 우승한 조명우를 비롯, 야스퍼스(4회) 쿠드롱과 산체스(이상 3회) 등 최고의 선수들이 정상에 선 무대다.
안타깝게도 2025년 포르투대회는 이상고온과 주최측의 무사안일로 ‘사상 최악의 경기장 여건’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바르키 회장에 따르면 포르투3쿠션월드컵이 앞으로 4~5년간 더 개최된다고 한다. 당구계를 위해 다행스런 일이다.
2026년 7월 포르투3쿠션월드컵이 역사와 전통있는 가장 멋진 대회로 제 위치를 찾고 1년 전의 오명을 씻길 바란다. [황국성 MK빌리어드뉴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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