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04 10:34:46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추진 중인 대규모 세금 감면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대해 “역겹고 흉물스럽다(disgusting abomination)”고 강하게 비판하며 백악관을 당황하게 했다.
머스크는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의 X(엑스, 구 트위터)에 “미안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다. 이 엄청나고 충격적인, 온갖 쓸모없는 항목이 들어간 의회 예산안은 역겨운 흉물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법안에 찬성한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라. 당신들도 스스로가 잘못한 줄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지난 3일 BBC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들은 머스크의 이 같은 거센 공개 비판에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법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은 내부적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토록 공개적으로 반발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머스크가 최근 백악관 관계자 및 공화당 의원들과 나눈 대화 내용과는 상반된 반응이라는 것이다.
머스크가 해당 법안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달 27일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망스럽다”고 밝히며, 이 법안이 “재정 적자를 줄이긴커녕 오히려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DOGE(정부효율부) 팀이 하는 노력을 훼손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머스크가 이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미 알고 있다”며, “대통령은 여전히 이 법안을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생각하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은 화요일 머스크의 발언에 정면 반박하며 “머스크는 완전히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어제 머스크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매우 우호적인 대화였고, 나는 이 법안의 장점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어 “머스크는 잘못 보고 있다. 물론 전기차(EV) 보조금 문제는 그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법안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실망스럽고 뜻밖”이라고 말했다.
머스크가 운영 중인 테슬라는 현재 미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 공제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이번 공화당 법안이 통과되면 폐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DOGE)에서 트럼프 정부에 효율적 예산 운용을 위한 고문 격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백악관의 관료주의와 트럼프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며 공식적으로 해당 직위를 사임했다.
한편, 머스크가 연일 직격하고 있는 해당 법안은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라는 정책 패키지다. 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을 확대하고, 국경 장벽 건설 및 이민자 추방을 위한 예산으로 700억 달러(약 97조원)를 배정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머스크는 이 법안이 연방 적자를 2.5조 달러(약 3450조원) 이상 증가시키며, 미국 시민들에게 지속 불가능한 부채 부담을 안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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