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지선 투표율 10%대 친정부 인사로 대법원 장악 작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선거 못믿어" 보이콧 확산
텅빈 투표소 베네수엘라 총선·지방선거가 25일(현지시간) 실시된 가운데 수도 카라카스에 마련된 텅 빈 투표소에서 군인 한 명이 한가롭게 경비를 서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결과가 정해진 선거에 민심은 싸늘했다. 사법부가 독재자의 시녀로 전락한 베네수엘라에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지방선거에서 투표소가 텅텅 비었다. 카를로스 킨테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국영방송에 나와 투표율이 42.6%라고 밝혔다. 또 킨테로 위원장은 집권 여당인 연합사회당이 의회 선거에서 83%의 득표율을 기록했고, 전국 23개 주 가운데 22개 주의 주지사에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주장을 입증할 독립적인 참관인이 없었고, 선거 결과를 온라인에 공표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여러 도시의 투표소를 방문한 AFP통신 기자들은 작년 7월 대선 투표율(약 59%)보다 훨씬 낮았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블룸버그에 13%의 투표율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 인포바는 이날 투표율이 12.51%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유권자 10명 중 약 1명만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 등지의 투표소에 소수의 유권자만 나타났다. 현장을 지키는 군인이 유권자보다 많았다고 AP통신이 투표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7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전날 밤부터 투표소에 나와 긴 대기 줄을 만들 정도로 정권 교체를 향한 뜨거운 열기를 보였던 것과는 대비됐다. 한 트럭 운전사는 AP통신에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 누구도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벌어졌던 일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4일까지 진행한 여론조사기관 델포스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투표 의향을 밝힌 유권자는 15.9%에 불과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에서 이겼다는 작년 대선 결과를 두고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사전 여론조사 및 출구 조사 결과와 대치되는 결과였다. 하지만 친여 인사로 채워진 대법원은 '개표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마두로 정권의 임기 연장을 도왔다. 베네수엘라 여당은 마두로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집권하던 2004년 대법관 수를 20명에서 32명으로 12명 늘렸다. 이들 전원을 친정부 인사로 채웠다. 마두로 대통령은 2022년 대법관 수를 다시 20명으로 줄였지만, 이 과정에서 정권에 충성하는 대법관들 위주로 대법원을 추렸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유권자들을 향해 이번 선거에 불참할 것을 호소했다. 마두로 정권의 정당성만 인정하는 선거를 우려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