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5 18:12:42
선전 ‘ICT 경진대회’ 가보니 세계 100여개국 21만명 참가 올해 9회째…130만명 다녀가 수상자 상당수가 화웨이 입사 AI 등 첨단기술 연구 전진배치
지난 24일 오후 중국 선전시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린 화웨이 ‘정보통신기술(ICT) 경진대회’ 시상식에서는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부문별 수상팀이 호명될 때마다 객석에서는 자신의 국가와 대학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상을 받은 지도 교수와 학생들은 하나같이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거나 감격어린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혁신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한 베이징공업대학의 DLH샤오주팀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디지털 역량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중국을 포함한 9개 국가의 주요 대학에서 18개팀이 참석했다.
화웨이의 ICT 경진대회는 올해로 9회째다. 올해 ICT 경진대회에는 100개가 넘는 국가 및 지역에서 2000개의 대학에서 21만명 이상의 교수와 학생이 참여했다. 2015년 ICT 경진대회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참가팀들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컴퓨팅·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사용해 특정 산업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사업적으로 가치가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ICT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학생들이 졸업 후 모두 화웨이로 입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잖은 참가자들이 화웨이행(行)을 택하고 있다. 2018년 제3회 ICT 경진대회에서 2등을 차지한 중국 구이린전자기술대학의 타오청미안씨는 2022년 화웨이에 합류한 뒤 기술 관리자로 근무 중이다. 세계 각 국의 인재들이 참여하는 ICT 경진대회가 중국 기술 자립을 이끌고 있는 화웨이의 ‘인재풀’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ICT 경진대회를 통해 11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에서 3000개 대학과 협력해 130만명 이상의 학생을 육성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2030년까지 1000만명 이상의 ICT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임을 밝혔다.
화웨이가 인재 양성에 큰 힘을 쏟고 있는 데는 최근 수년 새 기술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링크드인 통계에 따르면, AI 인력에 대한 채용 수요는 지난 8년간 323% 증가했다. 앞서 세계경제포럼에서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AI·빅데이터 등과 관련한 일자리가 60%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로빈 루 화웨이 수석부사장은 이날 경연대회 시상식 환영사에서 “2025까지 ICT 인력 수요는 2억명에 이를 전망이지만, 그 중 6000만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재는 가장 소중한 자원이고 인재 양성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생산성을 갖춘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화웨이는 ICT 경진대회가 산·학·연을 연결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고 전했다. 실제 중국고등교육협회는 2021년 ICT 경진대회를 국가 대회로 지정했고, 2023년부터는 유네스코 ‘글로벌 기술 아카데미’의 핵심 파트너 플래그십 프로그램으로 인정됐다. 화웨이가 AI를 비롯한 중국의 첨단 기술 인재 양성을 최일선에서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이밖에 화웨이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으로는 ‘천재소년 프로젝트’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젊은 인재를 파격적인 대우로 영입하는 사업으로, 화웨이는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수학·물리·컴퓨터공학 등 기초과학과 공학 분야의 석·박사급 인재가 주요 대상이다. 나이와 배경 등의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
이들이 받는 연봉은 200만위안(약 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민간기업의 평균 연봉이 2022년 기준 6만5000위안(약 13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30배 많은 규모다.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얘기다. 이는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 회장의 ‘인재 경영’ 철학을 기초로 한다.
런 회장은 2018년 말부터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견제와 압박 수위를 높여가자 인재 양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당시 런 회장은 천재소년 프로젝트를 강조하며 “천재소년들이 미꾸라지처럼 우리 조직을 파고들어 화웨이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런 회장은 2023년 미국의 제재 속에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을 선보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을 당시 한 포럼에 참석해 “화웨이가 비축하는 것은 달러가 아니고 인재”라며 “최종적으로 우리 만의 ’인재저장고‘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 회사에 오는 것은 언제든 환영”이라며 “우리는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토양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전 송광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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