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1 20:28:2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와 중국, 북한 등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MD)망 ‘골든돔(Golden Dome)’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미사일 방어 체계로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지키기 위해 우주 공간·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개최한 발표 행사에서 골든돔 설계를 결정했다면서 “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면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종료되는 2029년 1월까지는 골든돔을 실전에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셈이다.
골든돔은 이스라엘 미사일 방공체계인 아이언돔과 유사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7일 이를 미국에 구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골든돔 구상은 적 미사일을 발사 전(前) 단계, 최초 비행 단계, 비행 중 단계, 목표물을 겨냥해 하강하는 단계 등 총 4단계에 걸쳐 탐지하고 요격한다는 점에서 기존 미사일방어 체계와 같은 개념이다. 골든돔의 가장 큰 특징은 우주 기반 요격 체계 구축이다. 지상 레이더로는 탐지가 어려운 신형 미사일을 인공위성에 탑재된 우주 센서로 추적하고 우주 공간에 배치된 요격기를 통해 상승 단계에 있는 미사일을 타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군 참모차장인 마이클 게틀라인 장군을 골든돔 사업의 수석 책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 기반 센서 및 요격 무기를 포함한 차세대 기술을 육상, 해상, 우주에 배치할 것”이라며 “캐나다도 그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며 연락해 왔다. 그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골든돔 건설이 완성되면 지구 반대편과 우주에서 발사된 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역대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계획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미국 본토 공격 능력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국방정보국(DIA)은 최근 미국 본토에 대한 미사일 위협을 평가한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은 미국 전역에 도달할 수 있는 충분한 사거리를 가진 탄도미사일들을 성공적으로 시험했다”며 북한이 오는 2035년까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50기를 보유하게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은 현재 400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으며 2035년까지 700기로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는 현재 약 350기의 ICBM을 확보한 상태에서 2035년까지 400기로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중국·북한과 같은 국가들의 갈수록 고도화된 정밀타격 위협을 이유로 골든돔 구축을 추진해 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40년간 우리의 적들은 재래식 탄두 또는 핵탄두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순항 미사일 등 그 어느 때보다 고도로 치명적인 장거리 무기를 개발해 왔다”며 “골든돔은 적대국들이 더 선진적이고 더 치명적인 장거리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미국 본토가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용과 실현 가능성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든돔 건설 전체 비용이 1750억달러(약 243조원)라고 거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골든돔 시스템 비용이 최소 수천억달러에서 조 단위 달러가 될 수도 있다고 더힐이 전했다. 트로이 마인크 신임 공군 장관은 최근 청문회에서 골든돔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재로선 배정된 예산이 없다”며 “여전히 개념 수준의 단계”라고 말했다. 1983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도 인공위성을 이용해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전략적 방위 구상’(SDI), 이른바 ‘스타워즈’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술력 한계와 예산 부족으로 1993년 해당 계획이 폐기됐다.
일각에서는 다층으로 이뤄진 기존 미사일 기반 방공 기술을 개선하는 편이 적국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데 알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골든돔에 영감을 준 이스라엘 ‘아이언돔’은 남한의 약 5분의 1 면적인 이스라엘을 보호한다. 이스라엘 영토의 375배에 이르는 미국 본토 48개 주를 막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셈이다.
또 윤리적 문제도 발생한다. 골든돔 아이디어 과정에서 스페이스X와 팔란티어, 안두릴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치 후원자들이 창립한 기업이다. 특히 스페이스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 고문으로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다. 이 때문에 골든돔 시스템 구축 사업 중 많은 부분을 스페이스X가 수주할 것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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