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20 11:06:32
찻잔 속 태풍 된 무디스 美 강등 제이미 다이먼, 레이 달리오 등 월가 큰손 ‘다가오는 폭풍’ 경고 “무디스, 돈 가치하락 반영 안해”
과거 국제신용평가사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결정이 과거 회색 코뿔소(발생이 예상됨에도 대응이 부실한 위험) 이슈로 금융시장을 흔든 것과 달리 최근 무디스발 신용 강등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는 흐름이다.
오히려 지난달 막을 올린 트럼프 관세전쟁 쇼크에 못 미친다는 안도감이 흐르는 가운데 미 월가 큰손들 사이에서 신용 강등 결정의 무게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90일 유예로 간과되고 있는 관세 충격이 생각보다 투자자에게 더 큰 고통을 선사할 것이라는 경고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경제 매체 보도를 보면 사흘 전 무디스의 신용 강등 결정 뒤 국채 장기물 금리가 일부 올랐지만 지난달 2일 트럼프 관세전쟁이 터졌을 때 10년물 수익률이 4.5%에 육박하는 정도의 충격은 아니라는 평가다.
그만큼 트럼프 관세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컸고 고립주의 관세 정책에 대한 반발이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최고의 안전 자산으로 불리는 미 국채 금리 발작이 이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1917년 이후 108년만에 조정된 무디스 신용 강등 결정보다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래 95년만에 재점화한 트럼프 상호관세를 더 큰 타격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JP모건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관세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꽤 안심하고 있다”며 “이는 엄청나게 안일한(complacency)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이먼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일 공표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했지만 기초(베이시스) 관세 10%를 간과하고 있다며 미국이 마지막에 모든 교역국에 관세를 부과한 건 1971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의 가치를 재평가함에 따라 주식 시장이 약 10% 하락할 수 있다고 염려했다. 특히 그간 쉬운 자금 조달에 익숙한 기업들이 신용 경색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같은 날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는 무디스의 미국 신용 강등에 대해 “미국 정부 부채가 가지는 위험은 신용평가사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라고 향후 후폭풍을 주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곧 출간 예정인 저서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How countries go broke)’의 내용을 소개하며 “(신용평가사가 매기는) 등급은 정부가 부채를 갚지 못할 위험만을 보는 것으로, 신용 위험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부채를 갚기 위해 인쇄기를 돌려 달러를 찍어내고 이 과정에서 채권국이 받을 돈의 양은 줄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돈의 가치 하락이라는 것이다. 돈의 가치 변동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미 정부 부채 리스크는 무디스의 신용 강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더 큰 위협 요인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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