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4.20 12:00:59
21㎞ 경주 21대 출전해 4대 완주 우승자 ‘톈궁 울트라’ 2시간40분 中선도기업 로봇 출발선서 넘어져 내구성 겨루는 로봇형 르망 24시
중국이 세계 최초 인간형로봇(휴머노이드)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중국의 기술 패권에 대한 야심을 보여주는 행사로 20.9㎞(하프) 경주에 21대가 출전했다. 출발선을 넘지 못하거나, 달리는 도중 머리가 분리되고, 쓰러지며 산산조각이 나는 로봇도 있었지만 4대는 완주에 성공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중국 베이징 이좡 경제기술개발구에서 휴머노이드 하프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우승자는 178㎝의 ‘톈궁(天工) 울트라’로 2시간 40분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 2월 우간다의 제이콥 키플리모 선수가 세운 세계 신기록 56분 42초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기록이다.
톈궁은 동작 모방 조종 방식을 채택했다. 관계자가 몸에 신호 장비를 착용한 뒤 달려, 로봇이 그의 움직임을 따라 하도록 했다. 대부분의 휴머노이드는 인간 조종사가 조이스틱으로 조작했다. 일부 로봇은 목줄을 맨 뒤 끌려가거나 동작을 보조받기도 했다.
로봇의 경기 참가 조건은 인간형 외관과 이족 보행이었다. 대학생팀이 개발한 ‘리틀 자이언트’가 75㎝로 가장 작은 참가자였다. 이 로봇은 시속 약 2.3㎞로 사람이 걷는 것보다 느리게 움직였다. 경기 도중 머리에서 흰 연기를 뿜어낸 뒤 동작을 멈췄다. 팀의 엔지니어는 “음성 제어 기능을 갖췄으며 속도가 너무 느려 5㎞만 달리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교체 및 대체 로봇 투입도 허용됐다. 대체 로봇을 사용할 때는 시간 가산 벌칙이 주어졌다. 우승 로봇인 톈궁 역시 3번의 배터리 교체를 진행했다. 톈궁은 중국 정부 지원 연구기관인 엑스 휴머노이드가 대회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이 기관은 중국 기술기업 샤오미와 로봇 스타트업 UB테크 로보틱스의 자금 지원도 받고 있다.
탕젠 엑스 휴머노이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로봇의 내구성과 안정성을 극한까지 테스트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희망은 미래에 로봇이 수행하는 어떤 임무든 24시간 내내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로 24시간동안 가장 많은 거리를 주행한 팀이 승리하는 르망 24시를 이번 대회에 빗댄 것으로 분석된다. 르망 24시는 1923년 프랑스서 자동차의 내구성을 겨루기 위해 시작된 대회로, 세계 3대 모터스포츠로 꼽힌다.
중국 로봇의 선도기업으로 꼽히는 유니트리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회사는 유니트리 G1 로봇이 출발선에서 넘어진 후 고객이 회사 알고리즘을 적용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경주에 나섰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왕싱싱 유니트리 창업자는 지난 2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기업인 좌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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