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14 15:31:11
레이 달리오가 창립한 브릿지워터 2분기 알리바바·PDD·바이두 전량매도 엔비디아·알파벳·MS는 저가매수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을 예측해 투자하는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운용사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가 올해 2분기에 알리바바, 핀둬둬 등 중국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를 대거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13F 공시에 따르면, 브릿지워터는 지난 1분기까지 보유했던 알리바바 주식예탁증서(ADR) 566만주(약 7억달러어치)를 2분기에 전량 매도했다. 브릿지워터가 2분기에 순매도한 주식 중 최대 규모다.
13F는 미국에서 거래하는 대형 기관투자자들이 분기마다 SEC에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보유자산 보고서다.
브릿지워터의 운용자산(AUM)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921억달러(약 127조원)에 이르며, 이 중 13F 보고 자산은 27% 비중을 차지한다.
브릿지워터가 올 2분기에 정리한 중국 주식은 알리바바만이 아니다.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와 중국 최대 검색엔진 기업 바이두 ADR도 각각 174만주, 208만주 팔아치웠다. 징동닷컴 ADR도 279만주 정리했다. 모두 전량 매도다.
이들 네 주식의 전량 매도를 통해 브릿지워터가 확보한 자금은 약 11억달러(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브릿지워터는 이들 주식 중 징동닷컴을 제외하고 모두 차익을 실현했다.
2019년 2분기부터 보유한 핀둬둬는 39.25% 수익률을 냈고, 2024년 3분기부터 보유한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각각 4.82%, 0.04% 수익률을 냈다.
브릿지워터가 중국 주식을 대거 정리한 것은 미국의 대형 기술주 베팅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풀이된다.
브릿지워터의 2분기 순매수 종목 1~3위는 엔비디아, 알파벳(A주), 마이크로소프트였다.
특히 엔비디아를 439만주(약 6억달러어치) 순매수하며 보유량을 2.5배로 늘렸다.
엔비디아의 2분기 주가 상승까지 더해지자 브릿지워터의 13F 보고 자산 중 엔비디아의 비중은 지난 1분기 말 1.43%에서 2분기 말 4.61%로 뛰어올랐다.
브릿지워터는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도 각각 256만주, 91만주 순매수했다.
브릿지워터가 이들 세 주식의 매수를 위해 쏟아부은 자금은 약 9억달러(1조2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명 투자자 레이 달리오가 지난 1975년 창업한 브릿지워터는 ‘사계절(all weather)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체계적인 위험 관리를 통해 예상치 못한 거시경제 환경이 들이닥쳐도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목표로 삼는 투자법이다.
브릿지워터는 지난 1분기에 미국 주식을 팔고 중국 주식을 대거 사들여 주목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달리오가 딥시크 모먼트에 주목하며 미국 주식시장의 ‘AI 버블’ 붕괴 가능성을 논하던 시기와도 겹쳤다.
그러나 2분기 상호관세 충격으로 인해 미국 기술주의 저가 매수 기회가 발생했고, 이에 브릿지워터가 미 대형 기술주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브릿지워터는 미국 기술주를 5월 중순 이전부터 적극적으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전문매체 헷지팔로우에 따르면 브릿지워터의 2분기 엔비디아 평균 매수가는 133달러로 집계됐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165달러, 434달러다. 이들 주식이 반등을 본격화했던 5월 중순 이전부터 매수세를 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미국주식 전반적으로는 비중 조절에 나섰다. 브릿지워터는 지난 2분기에 S&P5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트러스트(SPY)’를 73만주(약 4.3억달러어치) 순매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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