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10.01 07:17:56
새로운 전설의 시작, ‘KBL GOAT’ 양동근이 감독으로서 첫 장을 넘기려 한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2024-25시즌을 끝으로 조동현 감독과 결별, 양동근 감독을 선임했다.
양동근 감독의 선수 시절 커리어는 KBL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04 KBL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신인상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MVP 4회, 파이널 MVP 3회, 최우수수비상 2회, 베스트5 9회, 수비 5걸 3회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한다.
더불어 양동근 감독은 KBL 역대 최다인 6개의 우승 반지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 된 스리 피트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개인과 팀, 모든 면에서 그가 ‘KBL GOAT’로 평가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만큼 전설적인 남자가 이제는 ‘초보 감독’이 됐다.
양동근 감독은 지난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 처음 참석했다. 첫 공식 행사에도 여유가 보였던 그는 “아직은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냥 연습했던 것만 잘 보여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시범경기를 통해 좋은 연습을 했고 최상의 조합을 찾는 것에 신경 썼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코치와 감독의 차이는 크다. 생각할 게 더 많아졌다.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위치 아닌가. 코치들이 곁에서 조언해주면 그중 가장 좋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순간마다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대모비스는 유재학 시대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약체로 평가받은 적이 많지 않다. 양동근, 함지훈이라는 확실한 코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 하나, 올 시즌은 봄 농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에이스 이우석이 상무로 향했고 FA 시장에서는 오히려 전력 누수가 있었다.
외국선수 전력도 다소 애매하다. 지난 시즌 수원 kt에서 뛰었던 레이션 해먼즈, 그리고 평가 자체가 어려운 에릭 로메로가 존재한다. 해먼즈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나 개막 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물음표가 있다.
양동근 감독은 “우리 앞선 선수들이 상대 압박에 약하다. 그렇다 보니 해먼즈와 같은 유형의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가드들의 경험과 성장, 그리고 다양한 농구를 할 수 있게 볼을 다룰 수 있는 외국선수가 필요했다. 물론 메인 볼 핸들러는 아니다. 그건 훈련한 적도 없다”며 “러시아에서는 (이)승현이 스타일로 많이 뛴 것 같더라. 그 부분을 많이 강조했다. 사실 안 좋은 습관이 있는데 그걸 버리는 게 쉽지 않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선수들이 원하는 농구를 하는 데 있어 해먼즈 덕분에 편해진 것 같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해먼즈가 시범경기 때와 같은 퍼포먼스를 본 시즌에도 보여줄 수 있다면 함지훈, 이승현, 이대헌이 두 명씩 번갈아 투입, 호흡을 맞출 수 있다. 그동안 KBL에서 보기 힘들었던 포지션 밸런스다. 양동근 감독은 “해먼즈가 무조건 3번이라는 건 아니다. 그저 미스 매치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해먼즈의 3번 출전에 대해선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스 매치가 핵심이다. 그게 통하지 않으면 우리에게 승산은 없다. 또 슈팅이 폭발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그 기복을 줄이는 게 올 시즌 가장 큰 숙제”라고 더했다.
시범경기에서 확실히 평가하기 어려웠던 로메로, 양동근 감독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그는 “로메로도 우리 국내선수들의 2대2 플레이에 가장 적합한 선수라고 생각했기에 영입한 것이다. 로메로가 잘하는 게 있고 못 하는 게 있다. 그가 잘하는 것만 할 수 있게 길을 잘 찾기를 바랄 뿐이다. 그게 우리가 강조하는 과정이다. 누가 봐도 외국선수 중 약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 국내선수들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한 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최하위 평가를 받은 팀이 ‘봄 농구’를 간 경우는 적지 않다. 그만큼 장기 레이스가 가진 변수는 많고 그 안에서 방법을 찾는 팀이 경쟁에서 생존한다. 현대모비스도 그렇게 될 수 있는 팀 중 하나다. 하나, 양동근 감독은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을 강조했다.
양동근 감독은 “사실 내가 첫 시즌을 치르는 감독이라는 점에선 걱정이 없다. 그동안 선수들과 함께 준비한 걸 보여주면 되고 최선을 다하면 결과로 나올 것이다.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도 그 과정, 즉 선수들의 성장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우리는 그 과정이 중요한 팀이다. 당장 우승에 도전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핑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이라고 바라봤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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