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26 00:46:29
DP월드투어 페덱스 프랑스 오픈 준우승 고정원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어 이름 사용
4세 때 골프 시작해 프랑스 국대로 활약한 기대주
유럽 2부 거쳐 2023년부터 DP월드투어서 활약
지난주까지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134위에 자리
이번주 60위로 올라서며 다음 시즌 출전권 확보
5개월 가까이 괴롭혔던 슬럼프는 노력으로 극복
“반짝 잘 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아
계속 발전 거듭해 PGA 투어 주무대로 삼겠다”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 중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한 명 있다. 프랑스 교포 고정원이다. 부모님의 사업으로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껴 한국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 22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페덱스 프랑스 오픈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신의 DP월드투어 최고 성적을 경신한 그는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으며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고정원은 24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우승은 아쉽게 놓쳤지만 배우고 느낀 게 정말 많은 대회였다.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앞으로가 기대된다.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해 챔피언이 되보겠다”고 말했다.
4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고정원은 아마추어 시절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특급 기대주였다. 2019년 프로가 된 그는 유럽 2부 투어를 거쳐 2023년 DP월드투어에 진출했다. 올해 정규투어 3년차가 된 고정원의 성적은 페덱스 프랑스 오픈 전까지 좋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는 단 한 번도 3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며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은 134위까지 추락했다. 다음 시즌 출전권을 부여하는 기준이 되는 115위 밖으로 밀려난 만큼 고정원이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그러나 페덱스 프랑스 오픈에서 대반전을 일궈냈다. 홈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며 나흘간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인 그는 공동 2위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고정원은 “골프를 치면서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아본 적이 처음이다. 앞으로 쉽게 잊지 못할 특별한 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된 만큼 다음 대회가 어떨지 궁금하다. 최종전까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준우승이 값진 또 하나의 이유는 5개월 가까이 이어진 슬럼프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볼보 차이나 오픈과 하이난 클래식이 끝난 뒤 스윙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 노력으로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온 만큼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지난달부터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왔고 페덱스 프랑스 오픈에서 자신감을 되찾게 됐다.”
레이스 투 두바이 랭킹 60위로 사실상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한 고정원은 다음 목표를 DP월드투어 첫 우승으로 잡았다. 플레이오프 2개 대회를 포함해 6개 대회가 남은 가운데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건 오는 10월 23일 개막하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그는 “1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 중 하나가 제네시스 챔피언십이다. 지난해와 2023년 때보다는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팬들과의 만남도 기다려진다. 고정원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멋진 플레이를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반짝 잘 치고 사라지는 선수가 되고 싶지 않다고 밝힌 고정원은 DP월드투어를 거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하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현재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철저하게 분석한 뒤 하나씩 보완해나가고 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데 가장 이루고 싶은 건 PGA 투어 우승이다. 지금처럼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며 꿈에 다가가겠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세계를 오가며 투어 생활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DP월드투어는 이동거리가 가장 긴 프로골프투어다. 26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는 선수들은 비행기를 자동차처럼 자주 이용한다.
고정원은 “주변의 걱정과는 다르게 전세계를 오가며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주 새로운 환경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특별하다. DP월드투어에서 보내는 세 번째 시즌이라 그런지 지난해보다 확실히 편해졌다. 힘들 때도 있지만 불평할 정도는 아니다. 앞으로도 즐겁게 투어 생활을 하려고 한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