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21 20:40:36
서울 삼성은 졌다. 이제는 익숙한, 그리 어색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삼성은 2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SK와의 2025-26 LG전자 프로농구 오픈 매치 데이 경기에서 70-80으로 패배했다.
삼성은 자밀 워니에게 트리플더블을 내줄 정도로 달라진 SK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러나 패자로 기억될 오늘, 전 시즌 대비 큰 변화를 보여준 건 삼성이었다. 결과를 떠나 다가오는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변화였다.
가장 먼저 ‘새로운 영입’과 같은 이대성이 돌아왔다. 그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비공식 데뷔 전을 치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당한 무릎 부상은 이대성을 힘겹게 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오랜 회복기 끝 돌아온 ‘대쉬’는 여전히 ‘대쉬’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대성은 10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야투 성공률은 21.4%(3/14). 기록만 보면 절대 만족할 수 없다. 하나, 27분 52초를 소화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그는 오랜 공백기가 있었고 올 시즌 역시 100% 복귀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대성은 모든 걱정을 지우는 비공식 데뷔 전을 통해 다가올 시즌을 기대케 했다.
3억 2000만원과 함께 삼성으로 온 이근휘도 놀라웠다. 물론 KCC 시절, 여름만 되면 항상 좋은 평가를 받았던 그다. 그러나 본 시즌이 됐을 때는 이전의 파괴력이 나오지 않아 의심의 시선을 지우지 못했다. 오픈 매치 데이 역시 본 시즌은 아니지만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활약한 이근휘의 퍼포먼스는 분명 대단했다. 또 한 번 기대를 걸어도 될 정도로 말이다.
이근휘는 17분 56초 동안 3점슛 5개를 몰아넣었다. 그리고 3리바운드 4어시스트까지 더하며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약속된 정확한 움직임, 주저하지 않고 던지는 3점슛은 림을 연신 갈랐다.
확실한 슈터가 있으니 삼성의 공격도 완전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코트를 넓게 쓸 수 있었고 이근휘에게 집중되는 수비를 역이용, 어렵지 않게 득점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또 이근휘에 대한 수비가 느슨해지면 여지없이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 덕분일까. 삼성은 SK전에서 13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후반에 잠시 주춤한 결과가 이 정도다. 전반에는 19개를 시도, 9개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마지막은 ‘튀르키예 함지훈’ 케렘 칸터의 등장이었다. 그는 KBL 최고 외국선수 워니를 상대하면서도 크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보여주는 시간이 됐다. 대단히 빠르거나 파워풀하지 않으나 마치 함지훈과 같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는 ‘서브 외국선수’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부족함이 없었다.
골밑에서의 여유 있는 플레이, 그리고 든든한 스크린까지. 칸터가 보여준 퍼포먼스는 대단히 안정적이기에 모두를 기대케 했다. 10월 중순, 이원석이 돌아왔을 때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였다.
칸터는 28분 27초 동안 15점 8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KBL 데뷔 전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그는 앤드류 니콜슨과의 공존에서 또 어떤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삼성은 2016-17시즌 이후 봄 농구는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4시즌 연속 꼴찌 수모는 국내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도 쉽게 찾기 힘든 굴욕의 역사다. 그들의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6강 플레이오프. 그런 만큼 지금의 변화는 분명 밝은 미래를 기대케 했다.
니콜슨과 이원석, 그리고 상무에서 돌아올 신동혁까지. 삼성의 전력은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 여전히 KBL 10개 구단 중 하위권 평가를 받는 건 사실. 다만 그들이 올 시즌을 위해 가져간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낼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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