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9.20 06:00:00
레전드의 마지막 순간을 상대하는 것만큼 영광스런 일은 없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20일(한국시간) 그 특권을 누릴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날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다저스와 원정경기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상대한다. 커쇼는 하루전, 이 경기가 자신이 다저스타디움에서 던지는 마지막 정규시즌 경기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8년의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하기로 결심한 그의 마지막 홈경기 상대는 하필 평생 그가 괴롭혔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가 됐다. 커쇼는 ‘자이언츠 킬러’였다. 통산 62경기 등판, 27승 16패 평균자책점 2.08 기록했다.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상대 중 가장 좋은 성적 기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주전 중견수 이정후는 전날 가진 인터뷰에서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다”며 하루 뒤 경기가 많은 의미가 있는 자리가 될 것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내가 어렸을 때는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는 것이 쉽지 않았고 나도 잘 몰랐었다. (류)현진 선배님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나서 메이저리그 경기를 많이 접할 수 있게됐는데 그때 현진 선배님의 경기를 보면서 같은 팀 에이스로 처음 알게 됐다”며 커쇼에 대한 기억을 전했다.
이어 “중학교 때 봤던 선수가 지금은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고, 내일은 또 마지막 경기라고 하는데 같은 경기장에서 그 모습을 보게 돼서 영광”이라며 마지막 홈경기를 함께하는 소감도 전했다.
상대 선발로 커쇼와 맞대결할 로비 레이는 “그와 오랜 시간 특히 같은 서부 지구에서 경쟁하면서 그가 이룬 성과들을 지켜볼 수 있었다”며 커쇼와 오랜 시간 경쟁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소속이었던 지난 2019년 8월 커쇼와 선발 대결을 벌인 경험이 있는 레이는 “그는 커리어 초창기에는 정말 말처럼 열심히 일했다. 말년에는 부상에 시달렸지만, 그럼에도 매 시즌 좋은 성적을 냈다. 그는 승부사다. 그가 던질 때마다 불꽃이 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 경기 이기고 싶어한다”며 커쇼에 관한 인상을 전했다.
마운드 위에서는 승부사지만, 동시에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2017년과 2025년 두 차례 올스타에 함께 뽑히며 커쇼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고 밝힌 레이는 “아이들이 비슷한 또래라 얘기가 잘 통했다. 인간으로서 원하는 모든 좋은 모습을 갖춘 멋진 사람”이라며 그의 인간미에 대해서도 말했다.
밥 멜빈 감독은 커쇼의 지난 세월을 “기적같은 커리어”라고 표현했다. 수년간 상대 팀 감독과 코치로서 커쇼의 모습을 지켜봤던 그는 “매년 조금씩 던지는 모습은 변했지만, 그의 경쟁심, 승리에 대한 의지,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는 이렇게 오랜 시간 그를 마운드 위에서 버티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도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돌아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그가 보여주는 성적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말을 이었다.
커쇼는 이번 시즌 20경기에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호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올해가 그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예감을 하고 있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
멜빈은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때 은퇴하는 선수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버스터 포지도 그 중 한 명이다. (은퇴를 결심하는 것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가 느끼기에 지금이 때가 됐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로스앤젤레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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