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20 00:03:00
손흥민(33·로스앤젤레스 FC)의 인기가 상상 초월이다.
손흥민은 늘 웃으면서 그라운드를 누비며 팬 서비스에 그 누구보다 충실한 선수다. 손흥민이 10년 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유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인 EPL에서 ‘정점’을 찍어 본 실력에 밝고 성실한 이미지를 겸비해 상업적 가치가 아주 높은 선수로도 꼽혔다.
그런 손흥민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LAFC에 입성하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직 홈 데뷔전도 치르지 않았는데 손흥민 유니폼이 동났다.
경기장 입장권 가격은 계속 오른다. 손흥민은 LAFC 이적 2경기 만에 도움을 올리는 등 EPL 득점왕 출신 다운 클래스를 과시하며 올 시즌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LAFC는 ‘손흥민 영입’ 효과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스포츠 시장을 자랑하는 국가다. 그 가운데서도 23만여 명에 달하는 한인사회가 자리한 LA와 누구보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의 세계적인 축구 스타인 손흥민의 만남은 엄청난 상업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LAFC는 이를 예견했을 것이다.
LAFC가 MLS 역대 최고 이적료인 2,650만 달러(한화 약 368억 원)를 쏟아부으면서까지 손흥민을 영입한 이유다.
선수의 상업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가장 뚜렷한 척도인 ‘유니폼 판매량’에서부터 손흥민 효과는 두드러진다.
LAFC 공동 회장이자 단장인 존 소링턴은 최근 영국 ‘토크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손흥민 효과’를 언급했다.
“손흥민의 유니폼은 계약 발표 후 한 주 동안 전 세계 모든 종목을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됐다.” 소링턴 단장의 얘기다.
소링턴 단장에 따르면, 손흥민의 유니폼 판매량은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 미국 프로농구 NBA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간판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까지 압도했다.
소링턴 단장은 “LAFC 7번 손흥민의 유니폼은 이제 MLS 최고가 아니다. 현재 전 세계 모든 스포츠 중 가장 많이 팔린 유니폼”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미국 매체 ‘볼라VIP’에 따르면, 손흥민은 ‘축구의 신’ 메시까지 넘어섰다.
메시는 2023년 7월 인터 마이애미 이적 후 한 달 동안 50만 장의 유니폼을 팔아치우며 MLS 역사를 새로 썼다.
손흥민이 이를 넘어섰다. 손흥민의 이적 첫 달 유니폼 판매량은 150만 장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메시의 무려 3배다.
소링턴 단장은 “손흥민이 신기록을 쓰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선수가 착용하는 ‘어센틱 저지’ 기준 195달러(27만 원)에 파는 손흥민 유니폼은 현재 사실상 ‘매진’ 상태다.
LAFC 홈페이지 온라인숍을 보면, 손흥민의 이름과 등번호가 표시된 유니폼은 ‘9월 13일까지는 발송하겠다’는 설명이 붙은 채 별도 주문을 받고 있다.
손흥민 효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홈 경기장 입장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손흥민의 홈 데뷔전은 8월 31일 샌디에이고와의 맞대결이 될 전망이다. 이날 서포터석과 2층 코너 부근 등 가장 저렴한 좌석의 티켓이 200달러(약 27만 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손흥민이 오기 전엔 50(약 7만 원)~60달러(약 8만 원) 선이던 티켓 가격이 3~4배 폭등했다.
손흥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본부석 쪽 1층은 대부분 500(약 69만 원)~800달러(약 111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야가 좋은 좌석은 무려 5,265달러(약 73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상상 이상의 ‘손흥민 효과’에 LA 관광청도 노를 젓기 시작했다.
전통의 강호 LA 갤럭시와 신흥 강호 LAFC에 여자프로축구 엔젤시티 FC를 거느린 LA는 명실상부 미국 축구의 중심이다. 풍부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응축돼 온 축구 인기가 손흥민 영입을 기점으로 폭발할 조짐을 보인다.
LA 관광청은 ‘글로벌 축구 관광 도시를 만들어 보겠다’며 집중 홍보에 나섰다.
애덤 버크 LA 관광청장은 “손흥민의 합류는 스포츠 팬뿐 아니라 한인 사회와 전 세계 방문객 모두에게 뜻깊은 순간”이라고 말했다.
LA의 뜨거운 환대에 손흥민은 실력으로 보답하고 있다. 손흥민은 EPL보다 압박 강도가 낮은 MLS에서 거의 ‘원맨쇼’를 펼치다시피 하며 LAFC 공격을 진두지휘한다.
손흥민은 10일 시카고 파이어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처음 MLS 무대를 밟았다. 손흥민은 팀이 1-2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등 맹활약을 펼치며 LAFC를 패배 위기에서 구해냈다. LA는 시카고와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손흥민은 17일 뉴잉글랜드 레볼루션과의 올 시즌 MLS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선 LAFC 이적 후 처음 선발로 나섰다. 손흥민은 MLS 진출 후 첫 공격 포인트(1도움)를 작성하며 팀의 2-0 승리에 앞장섰다. 손흥민은 쐐기골을 도운 것은 물론이고 선제 결승골 과정에도 관여했다.
손흥민은 팀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간간이 2선으로 내려와 측면의 동료들에게 침투 패스를 찔러주는 등 전성기 토트넘에서 보여준 것과 흡사한 플레이를 펼쳐 보였다.
첫 선발 경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손흥민은 “원정에서 이길 땐 더 기분이 좋다”면서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MLS 사무국이 발표한 정규리그 29라운드 ‘베스트 11’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MLS 서부 콘퍼런스 6위였던 LAFC는 손흥민이 가세한 뒤 1승 1무를 기록하며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LAFC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참가로 다른 팀들보다 2~3경기를 덜 치른 터라 지금 흐름을 유지하면 플레이오프(PO) 진출이 유력하다.
MLS는 콘퍼런스별 7위까지 PO에 직행하고, 8, 9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기면 PO에 오른다.
LAFC가 높이 올라갈수록 ‘손흥민 열풍’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이 오타니, 르브론, 커리 등 미국 서부 연고 구단의 세계적인 스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도 있다.
특히나 손흥민은 홈 데뷔전에 앞선 28일 MLB LA 다저스 홈구장을 방문해 시구한다.
아시아 최고 축구 스타인 손흥민과 ‘역대 최고 야구 선수’를 향해 달려가는 다저스 간판 오타니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그 자체로 스포츠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을 일이다.
[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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