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24 13:50:15
7월 사우디 세계9볼선수권 32강서, 알바니아 선수 ‘상대방 왁스칠’ 의혹 제기, 이슈화되자 WPA 공식 입장 발표
세계포켓볼협회(WPA, World Pool Association)는 이달 초 서슬퍼런 조치를 발표했다. 경기중 수구에 왁스를 묻히는 선수에게는 WPA 대회 ‘영구 출전금지’(lifetime ban from WPA-sanctioned events)를 때리겠다는 것이다.
당구팬들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일이지만, 포켓볼 선수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잠복해 있는 이슈였다. 그런데 이 문제가 갑자기 이슈가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소위 ‘왁스게이트’(Wax gate) 가 터졌기 때문이다.
총상금 13억9000만원(100만달러) 우승상금 3억4000만원(25만달러)이 걸린 ‘2025 WPA 세계 9-볼 선수권’(7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7월 24일 저녁에 있었던 에크렌트 카슬(알바니아, 세계 6위)과 패트릭 곤잘레스(필리핀, 세계61위)의 32강전은 패트릭의 11:6으로 경기가 끝났다.
그러나 에클렌트가 경기 직후 상대 선수의 ‘왁싱(Waxing) 의혹‘을 제기했다. 즉, 경기 초반에는 수구가 미끄럽지 않았는데 경기 중반부터 수구 움직임이 달라져 컨트롤이 되지 않아 경기를 망쳤다고 주장했다. (“I think the cue ball wax waxed real bad...”)
에크렌트는 “규정대로 처리된 것이라면 수용하겠다”면서도 “이런 문제가 자주 발생해 왔기 때문에 당국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처리해줄 것”을 요구했다.
포켓볼 선수들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경기장이 점점 습해지거나 더워지는 환경적 요인으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만 선수들이 의도적으로 이러한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
대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왁스게이트가 이슈가 되자 WPA가 재빠르게 후속 조치를 내놨다. 8월2일 정식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 중 공에 왁스를 바르는 행위를 부정행위(a form of cheating)로 간주하고, 이러한 행위를 한 선수는 영구 제명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경기 전, 경기 중, 경기 종료 후 공 상태에 대한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의심되는 상황에서의 공 움직임에 대한 영상분석을 하겠다고 했다.
즉, WPA는 이번 왁스게이트와 관련
①첫째, 경기 모든 과정에서 공에 이물질에 오염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기 시작 전 심판이 모든 공을 점검, 공 표면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경기 도중 선수 요청으로 공을 닦을 때 심판은 전용 천으로만 닦도록 하고, 무작위로 공을 점검할 수 있는 절차를 신설했다 △경기 종료 후 문제 제기가 있으면, 해당 ’랙‘에서 사용된 공을 검사하기로 했다.
② 둘째, 모든 심판에게 동일 규격의 극세사 장갑과 볼 클리너를 제공, 외부에서의 조작 여지를 원천 차단하고, 왁스나 코팅제의 잔류를 검사하기 위해 UV라이트 검사도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의심 장면에 대한 영상 분석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③셋째, 강력한 징계 조치와 예방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단 의심 상황만 있어도 경고하고, 반복되면 경기 몰수, 상금 몰수, 출전 정지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단 한 번의 부정행위만 적발돼도 ’무관용 원칙‘(zero tolerance)을 적용해 영구 제명하겠다는 것이다.
WPA가 논란이 된 ’왁스게이트‘에 대해 초강력 조치를 취함과 동시에 후속 조치까지 내놓은 것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수면 아래 있던 일이 뒤늦게나마 공론화된 측면이 있다. 비록 ’영구 출전 금지‘는 다소 가혹하다고 볼 수 있지만 공정한 경기를 위한 WPA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제 더 이상의 ’왁스게이트‘는 일어나지 않으려나. [대한당구연맹 심판위원장, 당구칼럼니스트]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