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8.06 06:29:00
이용래(39·대구 FC)에겐 특히 더 의미 있는 한판이었다.
이용래는 8월 4일 대구광역시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선발로 나선 건 아니었다. 이용래는 후반 18분 정현철을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았다.
대구는 이날 바르셀로나에 0-5로 졌다. 바르셀로나는 7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의 친선경기에서 7-3으로 대승한 데 이어서 또 한 번 한 수 위의 전력을 과시했다.
이용래는 2009년 경남 FC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17년 차다.
이용래는 승패보단 경험에 중점을 뒀다. 그리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진심으로 많은 걸 배우고 느낀 한판이었다’는 게 이용래의 말과 얼굴에서 느껴졌다.
‘MK스포츠’가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마친 이용래와 나눴던 이야기다.
Q. 바르셀로나와의 경기를 마쳤다.
바르셀로나와 같은 세계적인 팀과 경기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기회다. 대구 모든 구성원이 값진 경험을 하지 않았나 싶다.
Q. 2009년 경남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프로 17년 차다. 바르셀로나는 무엇이 다르던가.
기본기다. 그라운드 위에 있는 모든 선수의 기본기가 아주 탄탄하더라. 틈이 보이질 않았다. 상대는 실수가 없었다. 선수들이 패스를 받아내는 것에서 가장 놀랐다. 패스를 받아내는 위치가 완벽하더라. 나는 은퇴 후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그러다 보니 더 좋은 공부가 되지 않았나 싶다.
Q. ‘기본기’라고 하면, 유소년 시절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닌가.
맞다. 기본기는 어릴 때 확실히 다져놔야 한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볼을 공격적으로 잡아놓는 데 익숙한 듯했다. 볼이 들어왔을 때 제삼자가 어떤 위치로 이동해야 하는지도 약속해 놓은 듯했다. 셀 수 없이 반복 훈련한 결과물이 아닌가 싶더라. 선수들이 컴퓨터처럼 정확하게 움직이고, 정확하게 볼 처리를 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패스, 볼 컨트롤, 이후의 동작 등 90분 동안 이뤄지는 모든 게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라민 야말은 진짜 화려하더라. 야말을 빼면, ‘진짜 화려하다’란 느낌을 주는 선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축구를 아주 쉽게 잘하는 듯했다. 깜짝 놀란 순간이 많은 한판이었다.
Q. 야말이 18살이다. 저 나이 때 저렇게 하는 게 가능한가.
전반전은 벤치에서 봤다. 야말이 공 잡으면 ‘와’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감탄만 했다. 어릴 때부터 ‘엄청나게 좋은 선수’라고 들었다. 그런데 18살 아닌가. 지금도 어리다. 모르겠다. 내가 감히 평가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닌 것 같다. 대단한 재능이다.
Q.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한지 플릭 감독에 관해서도 인상 깊은 게 있었나.
바르셀로나는 패싱 플레이가 강점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모든 선수가 어떤 위치에서 볼을 받아야 하는지 알고 있는 듯했다. 정해진 대로 움직이면서 볼을 받고, 패스했다. 패스를 주고받는 선수 외 선수들도 보면, 자기가 어디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있더라. 우리에겐 대단히 어려운 축구일 거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겐 약속된 플레이이고, 반복 훈련으로 익숙한 축구다. 그런 축구를 준비하고 구현해 내는 능력에 감탄한 것 같다.
Q. 야말을 제외하고,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인상 깊은 선수는 누구였나.
페드리다. 진짜 놀랐다. 나랑 포지션이 같지 않으냐. 나도 K리그에선 아주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수비를 할 때 ‘이 공은 뺏을 것 같다’고 느끼는 때가 있다. 보통 상대 선수에게 달려들면 공을 빼앗아 온다. 공을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선 거의 가져왔었다. 바르셀로나전에서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페드리가 공을 잡았다. ‘내가 뺏겠다’는 느낌이 왔다.
그런데 페드리는 ‘내가 그 생각을 하고 달려들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있다는 듯이 바로 동료에게 패스하더라. 진짜 놀랐다. 내가 ‘공을 가져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페드리는 패스한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움직임을 미리 알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플레이다. 수비를 하려고 마음먹자마자 그런 패스가 나왔다. 정말 많은 걸 느꼈다.
Q. 그만큼 페드리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생각의 속도도 빠르다’고 봐야 하나.
생각하기 전 몸이 먼저 반응해서 그런 동작이 나오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으로 그런 훈련이 되어 있는 게 아닐까. 내가 ‘누군가에게 붙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볼이 다른 쪽으로 향한다. 그 패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더라. 바르셀로나가 진짜 무서운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상대는 그 속도를 따라다니다가 지치는 거다.
Q. 지도자가 되면 바르셀로나와 같은 축구를 해달라.
마음은 굴뚝같지(웃음). 이런 축구를 하면, 팬들이 좋아하실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전을 치르면서,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더 열심히 하겠다.
[대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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