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7.02 09:51:09
스폰서 로고보다 더 진하게 남는 후원이 있다. 이현동 내셔널비프 한국지사장은 손수 끓인 쌀국수 한 그릇으로 후원의 의미를 다시 쓴다. 그가 말하는 진심과 골프, 그리고 내셔널비프가 지향하는 후원의본질을 들어봤다.
미국 캔자스시티에 본사를 둔 내셔널비프(National Beef)는 미국 내 3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고, 약 1만2000명이 근무하는 글로벌 소고기 기업이다. 미국 내셔널비프가 브라질 2위 육가공업체 마프리그(Marfrig Global Food S.A)와 합병을 통해 단일 소고기 회사 기준 세계 2위 규모로 자리잡았으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본에선 시장 점유율 54%, 한국에선 약 15%로 꾸준히 성장 중이다.
국내에는 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코스트코, 경복궁, 삼원가든, 청기와 타운,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트리니티 클럽 등 대형 거래처를 기반으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B2B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골프를 매개로 한 B2C 접점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2019년부터 KLPGA투어 선수들과의 스폰서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골프산업에 진입한 내셔널비프는 올해 전효민 선수를 메인으로, 이예원, 배소현, 최예림, 서어진, 전예성, 김리안 선수를 서브 스폰서로 후원 중이다.
내셔널비프의 후원은 단순히 유니폼에 로고를 붙이는 것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선수 한 명 한 명을 위한 진심 어린 정성이 담긴 ‘손맛 케어’는 특별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요리가 취미인 이현동 지사장이 직접 우려낸 고기 육수에 자사 소고기를 더해 만든 쌀국수를 매주 대회장에 전달하고, 선수별 식성을 고려한 맞춤형 식단도 함께 챙긴다. 고단백·저염 중심의 영양식은 컨디션까지 세심히 배려한 구성으로, ‘손맛 케어’는 그 자체로 응원이자 내셔널비프의 후원 철학을 보여주는 실천이다.
내셔널비프가 골프산업과 접점을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시작은 제 개인적인 골프 사랑이 컸어요. 그런데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대형 패커들도 이제는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지 않으면 브랜드 존재감을 알리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그 고기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 채 먹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 부분이 늘 아쉬웠고, ‘좋은 고기는 좋은 브랜드에서 온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골프 스폰서십은 내셔널비프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각인 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요즘처럼 먹거리의 출처와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시대에 내셔널비프가 신뢰할 수 있는 소고기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선수들을 위한 ‘손맛 케어’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요리를 원래 좋아했어요. 취미 생활로 요리를 한 지 40년이 넘었죠. 선수들이 잘 먹고 경기를 잘 해내길 바라는 마음에 한번 만들어줬더니 반응이 너무 좋았죠. 이예원 선수는 파스타, 배소현 선수는 고수가 듬뿍 든 동남아 요리를 좋아하고요. 그걸 기억해서 맞춤식으로 매번 조리해요. 시합 기간엔 고단백·저염 위주로 식단을 조절해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 씁니다. 단순한 후원보다 더 인간적인 연결을 만들고 싶었어요.
트리니티 클럽에서 열리는 프로암 행사도 직접 기획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로 벌써 11년째예요. 처음엔 4팀의 소규모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15~20팀 규모까지 커졌죠. 이제는 육류업계 사람들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초대해서 교류하는 장이 되고 있어요. 트리니티 클럽 총주방장님의 허락을 얻어 조식은 매년 쌀국수로 통일하고 있는데, 70인분을 직접 끓여서 준비하는 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보람도 큽니다. 선수들과 손님들이 맛있게 먹고 감사하다는 말을 해주실 때마다 ‘다음에도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한 행사 이상의 의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골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요.
1979년에 호주로 이민 가서 살았고 30대에 한국에 돌아왔어요. 2004년 QBP 한국 지사장으로 시작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WMPG 한국 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는 내셔널비프 한국 지사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정착 과정에서 골프는 저에게 큰 징검다리였죠. 자연스럽게 인맥도 생기고 관계도 깊어졌습니다. 호주에 살 때는 테니스만 했어요. 그런데 경희대 체육과 출신이신 아버지께서 왜 골프는 안 하냐 하시더라고요. 한국 온 지 20년쯤 됐고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건 KLPGA 선수들을 스폰서 하면서부터예요. 지금은 완전히 빠져 살죠.
골프에서 배운 교훈이나 인상 깊은 라운드가 있으신가요.
골프를 치면서 90타에서 80타로, 80타에서 싱글로 가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마지막 두 홀을 남기고 보기만 하면 싱글 디지트를 기록할 수 있는데 양파가 나와 문턱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허다했죠. 제 경력도 비슷했어요. 외국계 회사 지사장 되는 게 꿈이었는데 400:1 경쟁률을 뚫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좌절도 많았어요. 그래도 결국 계속 두드리면 열린다는 걸 골프가 알려줬죠. 오랜 기다림 끝에 올해 73타를 기록하며, 구력 15년 만에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경신했습니다.
경영자로서 골프가 삶에 어떤 영향을 줬나요.
골프는 철저한 자기관리의 스포츠예요. 단순히 스윙만 잘한다고 좋은 스코어가 나오는 게 아니거든요. 체력은 물론이고, 멘털, 집중력, 감정 조절까지 모두가 조화를 이뤄야 하죠. 특히 라운드를 돌다 보면 실수에 대한 빠른 회복, 다음 샷에 대한 몰입 같은 정신력이 정말 중요해요. 골프가 제게 가르쳐준 ‘균형 잡힌 자기관리’는 경영에도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판단하고,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들이죠.
골프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신다면.
골프는 인생입니다. 티샷은 출발이고, 매 홀마다 고난, 유혹, 인내가 따르죠. 한번의 실수가 전체 흐름을 흔들기도 하고, 반대로 조용한 집중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골프는 성공을 좇기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게임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인생도 마찬가지죠. 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보다 무난하게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이 더 어렵고 소중한 일이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골프를 치면서 그런 마음을 자주 돌아봐요. 골프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제 삶을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내셔널비프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고기를 파는 회사는 많죠. 하지만 저는 내셔널비프가 사람의 정성과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좋은 품질을 넘어서, 믿고 먹을 수 있는 브랜드, 그리고 골프를 통해 맺어진 인연처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이런 철학을 담아, 곧 서울 경리단길에 ‘내셔널비프 하우스’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선수들이 극찬했던 진한 고기 육수의 쌀국수, 그리고 스테이크 메뉴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준비 중이에요. 내셔널비프가 가진 진심과 품질을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맛보고 느끼는 공간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특히 제가 쌀국수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20년 넘게 연구해 왔고, 지난 12년 동안은 매주 직접 육수를 끓여왔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쌀국수로 최초로 미슐랭을 받는 게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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