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6.29 06:54:00
강원 FC가 리그 2연승에 성공했다.
강원은 6월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시즌 K리그1 21라운드 수원 FC와의 맞대결에서 2-1로 이겼다.
강원은 전반 37분 가브리엘의 선제골로 앞서갔다. 강원은 후반 시작 1분 만에 루안에게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추가 시간 김대원의 환상적인 중거리 골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정경호 감독은 김대원의 결승골이 터진 뒤 환히 웃지 못했다.
김대원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유니폼 상의를 탈의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이는 규정상 옐로카드다.
김대원은 이에 앞서 옐로카드를 받은 상태였다. 김대원이 결승골을 터뜨린 뒤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정 감독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강원은 김대원의 경기 막판 퇴장에 흔들리지 않았다. 경기 종료까지 상대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승전고를 울렸다.
정 감독이 수원 FC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나눈 이야기다.
Q. 수원 FC 원정에서 승점 3점을 챙겼다.
우리가 전반전엔 상대를 완벽하게 통제했다. 공격 시엔 빌드업을 통해서 상대를 어렵게 만들었다.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는 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가브리엘이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전을 마치고 선수들에게 “후반 초반 5분을 조심하라”고 했었다. 우려했는데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동점골을 헌납했다. 이후 분위기도 수원 FC에 내줬다.
교체 카드 등을 활용해서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했다. 김대원이 마지막에 멋진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아주 좋았다. 그런데 또 낚였다. 레드카드가 나오는 장면을 보게 됐다. 파이브백으로 가면서 상대 공격을 막는 데 집중했다. 이광연 골키퍼가 교체로 들어가면서 슈퍼 세이브를 해줬다. 선수들이 대견스럽다. 선수들에게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Q. 김대원과 나눈 얘기가 있나.
김대원이 내게 “죄송하다. 깜빡했다”고 했다. 득점 후 팬들에게 유니폼을 보여주려고 했다가 경고가 있었던 걸 잊었던 거다. 선수들은 “김대원이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한다(웃음). 내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Q. 정경호 감독은 선수 시절 이와 같은 일이 없었나.
나는 선수 시절 이랬던 적이 없다. 김대원이 골을 넣고 기분이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성남 FC에서 코치를 맡았을 때 비슷한 일이 있었다. 페잘 뮬리치가 골을 넣고 퇴장당했던 거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서 마지막에 잘 버텼던 것 같다.
Q. 뮬리치는 그때 벌금 냈었나.
당시 성남을 이끌었던 김남일 감독께서 뮬리치의 엉덩이를 걷어찼다(웃음). 나도 김대원의 엉덩이를 한 번 걷어차야 하나 생각했다.
Q. 전역 후 복귀한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기존 선수들, 제대한 선수들, 영입 선수들 모두 잘해주고 있다. 이 선수들을 하나로 모으는 데 더 집중하겠다.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란 슬로건을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코리아컵 8강전 이후 휴식기가 아주 중요하다. 이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강원이 올라설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 꼭 치고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수원 FC가 후반 1분 만에 동점골을 넣은 뒤 강하게 몰아붙였다. 상대 공격을 어떻게 막으려고 했었나.
전반전 경기력이 좋았던 건 체력이 온전했기 때문이다. 체력이 떨어졌을 땐 준비했던 것들이 조금씩 안 나오는 것 같다. 휴식기에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하루아침에 되는 건 아니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휴식기를 통해서 더 끈끈한 팀을 만들겠다.
Q. 박청효 골키퍼와 강투지가 부상을 입은 것 같던데.
박청효 골키퍼는 전반전에 충돌이 있었다. 그때부터 통증을 느꼈다. 박청효 골키퍼가 통증을 참고 뛰던 중에 또 한 번 충돌이 있었다.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강투지는 더위에 약하다. 또 너무 습했다. 강투지의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전반전을 마치고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강투지가 ‘더 이상 뛰지 못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잘 대처한 것 같다.
Q. 위기가 많았다. 박청효 골키퍼와 강투지의 부상, 김대원의 퇴장까지 있었다. 이 위기를 모두 넘어서며 승점 3점을 챙겼다. 휴식기 후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듯한데.
오늘 경기가 진짜 중요했다. 강원이 5, 6월을 힘들게 버텼다. 승점 획득에 초점을 맞췄다. 상대에 대한 대응을 중심으로 전술을 짰다. 김대원, 서민우, 모재현, 김건희 등이 들어오면서 더 강한 전력을 꾸리게 됐다. 이 선수들의 합류를 손꼽아 기다렸다. 모재현과 김건희를 영입해 준 구단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Q. 추가 영입 계획도 있지 않나.
전력강화실에서 외국인 선수를 알아보고 있다. 구단이 많은 신경을 써주시고 있다. 내게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Q. 7월 2일 대구 FC와의 코리아컵 8강전이 있다. 토너먼트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을 법한 대회 아닌가.
냉정하게 봐야 한다. 코리아컵은 우승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 우리처럼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시도민구단은 자칫 잘못하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나 준결승전부턴 홈앤드어웨이로 치러진다. 물론, 대구와의 코리아컵 8강전에 총력을 기울일 거다. 우린 프로다. 매 경기 승리가 목표다. 우선, 오늘 경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겠다. 이후 대구전 준비에 매진하겠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강원 A팀을 맡고 있는 김찬우 매니저가 개인 사정으로 보직 이동을 하게 됐다. 나와 2년 동안 가까이 지냈던 친구다. 내가 코치로 왔을 때 주무로 일을 시작했던 이다. 결혼 준비를 비롯한 개인 사정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강원이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을 내는 데 힘을 보탰다. 올 시즌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해줬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친구가 올해 말에 결혼한다.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 더 행복하길 바란다.
[수원=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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