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지막 날을 징검다리 삼아 세계 대회 결승전을 벌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중국에서 벌어진 2회 몽백합배 결승 5번기는 2015년 12월 30일 시작해 2016년이 밝은 지 5일 만에 끝났다. 이세돌은 마지막 판에서 앞섰던 형세를 놓치며 반집을 졌다. 커제는 세계 대회 3관왕에 올랐다. 한국 바둑 언론에서는 솔직하게 '커제 세상이 왔다'고 알렸다. 이어 2월 한국에서 20회 LG배 결승 3번기가 열렸다.
한국 대표끼리의 결승전은 1대1을 이루었다. 마지막 판에서 박영훈이 이겼더라면 9년 만에 세 번째 세계 대회 우승을 했을 텐데, 강동윤이 2009년 후지쓰배에 이어 7년 만에 두 번째 세계 대회 우승을 이뤘다. "간절하게 바라던 우승이다. 그동안 우승이 어떤 맛인지 잊어버릴 정도였다. 다시 먹어보니 '당'이 떨어지기 직전에 먹은 솜사탕 맛이었다."
3월엔 인공지능 알파고가 서울에 와 2000년대 들어 세계 대회에서 가장 많이(14번) 우승한 이세돌에게 내리 3연승을 해 세계가 놀랐다. 이세돌이 가까스로 1승을 올리자 또 지구촌은 사람이 기계를 이겼다며 감격했다. 이듬해 커제는 알파고에 3패를 당하고 눈물을 흘렀다.
오른쪽에서 흑25를 두었다. 36집이 넘는 집을 지키는 한 수였다. 이곳에서 수가 나는지 모르고 <참고도> 흑1 따위로 두면 백2부터 몰아붙인다. 백6에 젖히고 8로 또 젖히면 패로 살자는 것이 현실로 나타난다.
[김영환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