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선수권대회 역전 우승 최종일 9타 줄이는 뒷심 발휘 상금 3억2천만·5년시드 받아 퍼트수 24개 중 원 퍼트 12개 자세 교정한 훈련 효과 나타나
KPGA 선수권대회 우승컵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옥태훈. KPGA
뒷심 부족에 발목을 잡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던 옥태훈을 잊어야 할 때가 왔다. 자신의 KPGA 투어 125번째 출전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그는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던 어머니에게 "말썽쟁이였던 아들을 KPGA 투어 챔피언으로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옥태훈은 22일 경남 양산의 에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9언더파 62타를 쳤다.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그는 단독 2위 김민규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 상금으로 3억2000만원을 받은 그는 5년 시드까지 손에 넣었다.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옥태훈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해만 벌써 5번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최종일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여러 차례 보인 만큼 신용구(캐나다), 김민규 등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더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KPGA 선수권대회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2번홀 버디로 첫 단추를 잘 끼운 그는 3번홀에서 샷 이글까지 잡아내며 단독 선두 신용구와의 격차를 1타로 줄였다. 분위기를 탄 옥태훈의 버디 행진은 멈출 줄 몰랐다. 6번홀부터 9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적어낸 그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파 행진을 이어가며 버디 기회를 엿본 옥태훈은 후반에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신용구, 김민규 등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서는 버디가 필요한 상황. 옥태훈은 13·14번홀에서 1타씩을 줄이며 우승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갔다. 마무리도 완벽했다. 그는 남은 홀에서 모두 파를 기록하며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옥태훈은 "마지막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 대회에서도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종일 흔들리지 않았고 우승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샷 이글이 나온 3번홀에서는 운까지 따라줬다. 홀까지 72야드 정도 남은 거리에서 살짝 당겨쳐 들어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아침 거울을 보면서 '나는 될 놈'이라고 다짐했는데 하늘도 나를 도와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옥태훈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는 데 가장 큰 힘을 보탠 건 퍼트다. 정교한 샷에 비해 퍼트 성공률이 높지 않았던 옥태훈은 눈앞에서 우승을 놓치는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최근 연습량을 늘렸다. 노력의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대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옥태훈은 매일 저녁 수백 개의 공을 굴렸고 이번 대회 최종일 24개의 짠물 퍼트를 그린에서 선보였다.
옥태훈이 최근 김규태 퍼트 코치와 함께 집중해서 훈련한 건 어드레스 때 체중을 양발 앞에 있도록 하는 것이다. 김 코치는 "옥태훈은 백스윙을 하는 과정에서 체중이 발 뒤로 옮겨지는 좋지 않은 습관을 고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또 공의 구름을 좋게 하기 위해 핸드포워드 동작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이 두 가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서 최종일 12개 홀에서 원 퍼트를 기록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