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5.05.16 17:05:21
강희재는 대한민국 1세대 인플루언서다. 싸이월드 시절부터 인스타그램에 이르기까지 트렌드를 섭렵해온 강희재는 건재함을 넘어 활동 반경을 오히려 넓히고 있다. 패션, 뷰티, 리빙, 아트, 다이닝 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영향력. 한편으론 본인의 브랜드 업타운걸(UTG)을 통해 직접 셀렉트한 제품들을 선보이길 게을리하지 않는다.
최근 강희재는 ‘유튜버’란 직함을 추가했다. 채널 ‘희재홀릭’을 통해 세월을 거스르는 동안 비결과 ‘에이지리스(Ageless)’ 라이프를 전파하고 있는 것. 피부과 시술, 애용하는 ‘찐템’, 효과를 본 영양제, 자기관리 비법들을 아낌없이 꺼내놓는 중이다. 쿨하게 50세 기념 ‘프리환갑파티’를 열고, 시술에 집 한 채 비용을 쏟았다 고백하는 강희재와 골프 토크를 나눈다면 어떨까. “난 골프 인플루언서”라 찡긋 웃는 강희재와 골프 패션, 뷰티팁, 골프론까지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원조 인플루언서답게 골프도 빨리 시작했을 것 같다. 1999년이니까 엄청 빨리 쳤다. 부모님이 사이가 무척 좋으셔서 덕분에 골프가 저렇게 좋은 운동이구나, 보며 자랐다. 두 분은 지금도 골프장 앞에 집을 짓고 사실 정도로 골프를 사랑하신다. 근데 난 골프가 딱히 재미있진 않았다. 같이 칠 친구도 없었고, 무엇보다 맨들맨들한 재질의 골프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습장 갈 때도 골프복이 싫어서 리바이스를 입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제부터 골프가 재미있어졌나. 주위에 골프 치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국내 골프웨어들이 예뻐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명랑골프를 좋아해서 나에겐 내기보단 “우리 내일 해리포터처럼 입을까” 이런 식의 아이디어가 더 재밌다. 골프룩 스타일링이 골프의 큰 즐거움이다. 그날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걸 좋아한다. 이거 읽으면서 혀 끌끌 차실 분도 있을 것 같은데(웃음) 내 접근방식이 그렇다. 어차피 풀밭에서 하는 공놀이잖아. 골프의 룰과 매너는 지켜야 하지만 마음은 가볍고 싶다. 무뚝뚝한 아저씨들도 골프장에선 빨주노초파남보 평소 분출하지 못한 끼를 드러내듯이 아마 맘 한 편엔 누구나 멋져 보이고 싶을 걸. 왜냐하면 오늘이 제일 젊고 예쁜 날이니까.
셀럽들의 셀럽으로 황금인맥을 자랑한다. 주로 어떤 이들과 골프를 치나. 마음이 맞는 편한 친구들. 서로 치얼업 하고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좋다. 난 골프 치러 갈 때 동반자들에게 줄 구디백을 만들어간다. 지퍼백에다가 요즘 핫한 과자, 살 안 찌는 초콜릿, 힘 나는 비타민, 아르기닌 같은 걸 하나씩 담아서 나눠준다.
골프도 레포츠 중 하나인데 이걸 너무 심각하게 종교처럼 여기는 사람과는 같이 안 치게 된다. 점수 하나에 까칠하게 굴고, 남에게 ‘오케이’ 박하게 안 주려고 하고, ‘구찌’ 날리고, 값비싼 회원권 있다고 으스대고… 그런 거 별로다. 골프 잘 치는 사람보다 또 같이 치고 싶은 사람이 최고다. 골프는 센스와 매너다.
골프 실력이 궁금하다. 베스트스코어는. 한때 정말 열심히 해서 90대 초반까지 친 적도 있는데, 난 내가 골프에 재능이 없음을 인정했다. 그래도 구력이란 게 있어서 어프로치랑 쇼트게임을 잘하긴 한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노래 열심히 한다고 다 가수가 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두가 80대까지 칠 순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좀 자기객관화가 잘 되는 타입이다.
때로는 옷차림이 자신감을 불어넣기도 스코어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마음에 안 드는 옷을 입으면 플레이 자체가 싫어진다. 어쩔 땐 하루에 두 착장을 입는 날도 있다. 전반 끝나고 그늘집에서 쉴 때 티셔츠나 스웨터를 갈아 입으면 마음이 되게 새로워진다. 누구는 유별나다 할 것 같은데 나 같은 ‘옷쟁이’들은 그렇다(웃음). 새 옷 입고 ‘짠’ 나타나면 동반자들도 새로운 멤버 하나 온 것처럼 즐거워한다. 라운드가 약간 처질 때 활력이 되더라.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엔 쾌적한 컨디션을 유지하기에도 좋다.
골프룩을 뻔하지 않게 본인 스타일대로 소화한다. 패션팁을 전수한다면. 비법은 믹스 앤드 매치! 골프웨어만 입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면 더 멋쟁이가 될 수 있다. 햇빛만 가리면 되지, 페도라나 밀짚모자를 쓰고 라운드 할 수도 있는 거다. 골프장갑이나 골프화 같은 아이템은 나도 퍼포먼스를 굉장히 따지는데 골프웨어에 있어선 유연한 편이다.
스파 브랜드의 미니스커트에 속바지를 입을 때도 있다. 나만의 골프웨어 선택 기준이 있다면, 스윙하고 걸으며 서로의 앞뒤를 다 보게 되기 때문에 뒷모습이 예쁜 옷을 선호한다. 또 중요한 건 소재다. 밝은 햇빛 아래에선 옷감의 재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보풀 하나 스티치 하나까지 다 보인다. 소재가 좋지 않은 옷을 입으면 자칫 볼품없어 보일 수 있다. 골프웨어는 소재 싸움이다.
오늘의 골프룩을 소개해달라. 스포티한 골프웨어에 로맨틱한 무드를 더해봤다. 가볍고 얇은 소재의 왁 집업 안에 레이스 이너 톱을 매치했다. 레이스 톱은 E.B.M 제품이다. 팬츠는 지난 시즌 왁X에몽 컬래버레이션. 스트레치성 좋고 가볍고, 땀 흡수도 잘 돼서 편하게 입고 있다. 클래식한 윙팁 골프화는 말본골프, 존스의 빨간색 선바이저는 직구로 구입했다.
선호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는. 왁을 제일 좋아한다. 너무 ‘골프!’ 외치는 옷보다 필드와 일상을 넘나드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클로브처럼 담백한 느낌의 옷도 좋다. 여름 피케셔츠는 라코스테를 즐겨 입는다. 골프룩을 테니스룩처럼 입는 것도 좋아해서 아디다스나 나이키의 테니스 원피스도 즐겨 입는다. 룰루레몬도 종종 입는다.
골프웨어 라인 협업이나 본인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없나. 사람들이 “패션 브랜드나 화장품 왜 안 만드세요” 묻는데 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은 아니다. 타고 난 ‘프로 추천러’랄까. 잘 만들어진 제품을 써보고 골라서 추천하는 게 너무 재밌고 뿌듯하다. 가훈이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인데, 내가 골라준 옷을 입었을 때 칭찬을 들었다거나 내 덕분에 피부 좋아졌다는 말을 들으면 도파민이 샘솟는다. 원래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 케이스다.
본인만의 라운드 뷰티팁도 나눠달라. 라운드 할 때 사진을 찍고 나면 얼굴에 바로 선패치를 붙인다. 그리고 라운드가 끝나면 즉시 물세안이 필요 없는 티슈형 클렌징 제품으로 메이크업을 지우고 쿨링팩을 붙인다. 멜라닌 색소가 올라오기 전 골든타임에 피부 열을 확 낮춰줘야 한다. 집으로 돌아갈 땐 차 안의 에어컨을 세게 틀어 얼굴의 열감을 뺀다. 라운드 직후, SOS 타임을 절대 놓치지 말 것.
기미는 한번 생기면 없애기가 정말 힘드니까 예방이 1순위다. 골프 시즌엔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도란사민을 병원에서 처방받아 먹는다. 기미 치료에는 스피큘이 효과적인 것 같다. 스피큘은 해면식물에서 추출한 니들 성분인데 스피큘 제품을 바르고 LED 마스크로 케어해주면 좋다. 기미는 레이저로 잘못 손대면 되려 더 올라오거나 퍼지기 때문에 홈케어로 천천히 공들이는 게 낫다.
이십대 못지않은 보디를 자랑하는데 골프장에서도 식단을 조절하나. 주로 단백질이나 채소 위주의 메뉴를 고른다. 튀김이나 떡볶이 같은 건 잘 안 먹는다. 근데 이상하게 골프장에서 먹는 막걸리가 그렇게 맛있더라. 평소엔 잘 안 마시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골프장이 있나. 하와이 라나이 포시즌스 리조트의 마넬레 골프 코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절경에 플레이의 즐거움이 배가 됐다. LA에서 골프치는 것도 재밌다. 한번은 스쿠터처럼 생긴 카트에 골프채를 싣고 골프장을 누볐는데 그 자유로움이 너무 좋더라.
골프를 오래 즐기기 위해 자기관리는 필수다. 강희재처럼 나이 들고 싶은 골퍼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면. 무엇보다 이너뷰티가 중요하다. 주위에서 ‘바이오 해커’라 부를 정도로 영양제를 공부하고 테스트해본 사람으로서 NMN은 꼭 추천한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책 <노화의 종말>에서 소개해 주목받은 획기적인 성분이다. 연골 건강을 위한 콘드로이친도 챙겨 먹으면 좋다. 내가 무릎 고관절이 파열된 후론 골프를 조심해서 친다. 36홀을 연이어 라운드 했던 날이었는데 드라이버가 잘 안 맞아 풀썩 주저 앉았더니 ‘으드득’ 하고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사소한 모션 하나로 고관절 파열에 응급실 신세를 지게 됐다. 스윙하다 갈비뼈가 부러진다든지 경사에서 발을 삔다든지 골프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있다. 부디 안전에 유의하셔서 즐겁게 오래 골프 치시길.
공식 질문이다. 골프와 인생의 공통점은. 노력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 아웃풋. 내 맘대로 안 되고 진짜 때려치고 싶은데, 이제 접어야겠다 하면 또 잘 되고. 난 무릎도 다쳤으니까 이제 힘 빼고 쳐야지 하는 순간 공이 너무 잘 맞더라. 골프도 인생도 힘을 빼야 되는 것 같다. 골프는 내려놓음의 미학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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