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3.10.04 11:02:16
26:1 선발전 뚫고 세계대회 첫 출전에 정상 우뚝 “4강전 이기고 우승도 할 수 있겠다 생각” 선발전 통과하고 하루 9시간씩 맹연습 전지훈련 때 (정)예성이 형 조언에 자신감 얻어 대대 입문 3년차…오태준 김병호에 배워
지난 9월 열린 세계주니어3쿠션선수권에선 낮선 얼굴이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디펜딩챔피언’인 튀리키예의 하스하스도 아니었고, 국내 최고 유망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예성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올해 대학교 1학년이 된 오명규(19, 한림대)였다.
오명규(강원당구맹)는 한국3쿠션 기대주들이 총출동한 국내선발전에서 26:1의 경쟁률을 뚫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첫 출전한 국제대회서 우승컵을 들며 단숨에 한국당구계의 새로운 ‘영건’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김행직-김태관-조명우로 이어지는 한국선수 세계니어3쿠션 챔피언 계보를 잇게 됐다.
지난 2020년 대대를 처음 접하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으로 당구를 배우기 시작한 오명규는 그간 국내대회서 최고성적이 학생부 공동3위(3회), 일반부 64강에 불과했다. 그러나 세계 각국 유망주들이 참가한 이번 대회서 우승하며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오명규는 이번 우승이 스스로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지나온 과정과 당구를 진지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은 이번 성과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대변해 준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연습과 학교강의 등으로 인터뷰 일정 잡기가 여의치않았다. 추석연휴 직전 전화로 얘기를 나눴다.
▲세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강원도 화천 출신이고, 현재는 춘천에서 자취하며 한림대학교 체육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당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중3 때 아버지, 동네 삼촌들과 함께 당구장에 가며 당구를 처음 접했다. 그때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4구를 치는 정도였다. 그런데 당구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런 내 모습을 본 아버지가 대대에서 3쿠션을 한번 쳐보자고 권유하셔서 이듬해 고1 때 처음 대대에서 당구를 쳐봤다. 이후 고2가 되던 2021년부터 당구선수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선수등록을 했다.
▲누구에게 지도를 받았는지.
=처음엔 오태준 선수에게 반년 정도 지도를 받았고, 이후로는 김병호 선수에게 2년 정도 배웠다. 현재는 혼자 연습하고 있다.
▲대학생활과 선수생활을 병행하고 있는데. 생활패턴이 어떤가.
=학교수업은 다른 학생들과 똑같이 들어가나, 최대한 오전수업으로 배치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는 5시간 정도 당구연습을 한다.
▲세계선수권 이야기를 해보겠다. 앞서 국내선발전 통과 후 세운 목표는.
=선발전을 통과하고 (정)예성이 형과 국가대표 전지훈련을 함께했다. 그때 예성이 형이 멘탈적인 부분과 저한테 부족했던 경험적인 부분을 많이 알려줬다. 또 형이 ”너 정도면 출전선수 중 상위권을 노려볼 만한 실력“이라고 해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그래서 처음엔 출전에 의미를 두는 정도였으나, 이후 조금 더 열심히 연습하면 입상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승 하리라 생각해 본 적 있나.
=우승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특히 (부락)하스하스, 예성이 형과 같은 실력자들의 벽이 높아 보였기에 입상까지는 노려보더라도 우승은 정말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대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했다고.
=전지훈련 때 박태준 국가대표 감독님에게 효율적인 연습 방법에 대해 많이 여쭤봤다. 그래서 평소와는 달리 경기 운영, 초구 공략 등 시합적인 면에서 필요한 것들을 많이 연습했다. 연습량도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늘려 하루에 9시간 정도 했다. 선발전을 통과하고 나서 ‘내게 남은 건 연습 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결승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극적으로 우승했다. 우승 순간을 회상해 보자면. (오명규는 결승에서 아미르 이브라모프를 35:33(37이닝)으로 물리쳤다)
=경기에서 이긴 순간에도 기분이 좋았을 뿐, 우승에 대한 실감은 안났다. 그런데 시상대에 서서 애국가가 울리니 그제 서야 실감이 났다. 그때 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선수로 나와 우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뻤으나, 국가대표의 무게감을 생각하니 동시에 앞으로 행보가 걱정되기도 했다.
▲어떤 각오로 결승전에 임했는지.
=상대선수가 초반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고, 점수차가 초반에 많이 벌어지지만 않으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도 초반에는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는, 상대를 파악하며 탐색전을 펼쳤다. 후반엔 정말 큰 위기를 넘겼다. 32:32 동점으로 33이닝이 끝나고, 34이닝 들어 내가 2점을 추가하며 마지막 1점만을 남겨 놨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세 번째 샷을 놓쳤고, 그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상대 선수가 공타를 반복해 계속 내게 기회가 왔고, 37이닝 돼서야 나머지 1점을 채우며 우승할 수 있었다.
▲언제쯤 우승도 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4강이 끝나고 나서다. 당시 경기 땐 스스로도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고 생각했다. (오명규는 4강서 다니엘 사인즈 파르도를 상대로 하이런10점, 애버리지 2.333을 앞세워 15이닝만에 35:20 완승을 거두었다) 물론 결승 전 단계에서 워낙 잘 쳐 걱정도 되기는 했지만, 이왕 결승에 오르게 됐으니 이 감을 살려간다면 우승도 불가능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우승을 확정 짓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부모님이다. 부모님께서 나를 당구선수로 키우기 위해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셨다. 부모님이 나를 끝까지 지켜봐 주셨기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귀국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
=춘천에 혼자 살다 보니 SNS와 전화로 축하한다는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다. 내가 다니는 당구장 사람들도 많이 축하해줬고, 플래카드도 걸어줘 뿌듯하고 감사했다.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박정우(경동고부설방통고), 원재윤(봉일천고)과 친하다. 예성이 형과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친해지게 됐다. 스승님인 김병호, 오태준 선수와도 가끔 연락하는데,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우승하고 축하한다는 연락도 받았다.
▲롤모델이 있다면.
=조명우 선수다. 스트로크가 너무 완벽하고, 비교적 젊은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시합 때 나오는 폭발력과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신 플레이의 장점을 꼽자면.
=그나마 뒤돌려치기에 자신이 있는 편이나, 스스로 장점으로 꼽을 만한 건 별로 없다. 다만 타석에 들어갈 때 마음가짐만큼은 담대한 편인 것 같다. 배치가 어떻든 모든 공을 자신감 있게 치자는 생각을 항상 한다.
▲당구용품은 어떤 걸 사용하나.
=큐는 ‘오딘’큐를 사용하고, 초크와 장갑은 고리나 제품을 쓴다.
▲당구수지와 최고 하이런은.
=수지는 35점이고, 최고 하이런은 비공식으로 21점이다.
▲올해 목표는.
=올해 남은 전국대회가 몇 개 없지만, 일반부에서 입상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 랭킹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
▲어떤 당구선수가 되고싶나.
=훗날 세계3쿠션선수권에서도 우승하는게 목표다. 다만 당구선수로서는 실력 말고도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다. 인성적인 부분을 갖추지 못하면 톱클래스 선수가 된다 해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각오는.
=이번에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했지만, 개인적으로 이 성과는 내가 앞으로 더 올라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자만하지 않고 더 많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모두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싶다. [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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