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3.06.24 12:50:04
세계선수권 21회 우승 레이몬드 클루망 손자 초등학교때 조부에게 당구 배워, 13세에 선수 데뷔 세계랭킹 34위, 통신회사 다니며 선수 활동 2014 포르투3쿠션월드컵 3위가 국제대회 최고 성적
GOAT(Greatest Of All Time). 스포츠 각 종목에서 역대 최고로 훌륭한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펠레(축구) 마이클 조던(농구)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당구(3쿠션)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레이몬드 클루망(벨기에)이다. 평생 단 한번도 하기 어려운 세계선수권을 11년연속 제패한 걸 포함해 21회나 우승했다. ‘불멸의 당구기록’이다. 그렇기에 수십년째 세계3쿠션계를 주름잡고 있는 토브욘 브롬달, 딕 야스퍼스, 프레드릭 쿠드롱, 다니엘 산체스, 마르코 자네티, 에디 먹스도 그 앞에서는 머리를 숙인다.
그런 클루망을 태어나자마자 당구선생님으로 둔 억세게 좋은 선수가 있었으니, ‘전설’의 손자 피터 클루망(43)이다. 할아버지 유전자를 물려받아 당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3쿠션월드컵에도 자주 출전한다. 26일 개막하는 포르투3쿠션월드컵에도 나간다. 그의 국제대회 최고기록은 2014년 포르투3쿠션월드컵 3위다. 물론 할아버지 클루망의 대기록에는 비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할아버지 기록에) 그는 젼혀 중압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달 호치민3쿠션월드컵에서 만난 피터는 오히려 “(괜찮으니) 얼마든지 할아버지에 대해 물어보라”며 웃어 보였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인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43살(1980년생) 벨기에 당구선수다. 세계캐롬연맹(UMB) 주관 3쿠션웓드컵 등 국제대회와 우리나라(벨기에) 챔피언십 등 대회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세계랭킹은 34위다. 나는 당구 치기에 키가 너무 큰 것 같다(193㎝). (당구를 잘 치기 위해) 작아지고 싶기도 하다. 하하.
▲많이 들어봤을 할아버지(레이몬드 클루망)에 관한 질문이다. 명성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전혀. 이따금 “넌 왜 할아버지처럼 우승 못해?”라며 할아버지와 비교하는 말을 듣긴 했다. 그러나 그것에 개의치 않는다. 현실(성적)이 그러니 기분 나쁠 필요도 전혀 없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우승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또 내가 당구를 좋아하고, 그것을 위한 것들을 내 삶에 추가하며 잘 살고 있다. 이에 충분히 만족한다.
▲어릴 적 당신에게 할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
=어린 내 눈에도 할아버지는 ‘빅 챔피언’ ‘히어로’였다. 대단히 멋졌다. 그 때문에 나도 당구를 잘 치고 싶었다. 부모님께서는 당구클럽을 운영하셨다. 초등학교 다닐 때 수요일 오후가 자유시간이어서 (부모님) 클럽에서 당구를 배우거나, 손님들과 치기도 했다. 당시 당구 선생님이 할아버지와 아버지였다. 수요일마다 2~3시간씩 배운 기억이 난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당구가 내 삶의 일부가 되더라.
▲일상에서 레이몬드 클루망은.
=할아버지는 모든 것이 당구와 연관돼 있다. 당구 치고, 당구에 관해 얘기한다. ‘당구’가 할아버지 DNA다. 그런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대표해 세계적인 훌륭한 대회에 출전해 활약하는 모습을 온 가족이 함께 지켜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당신을 비롯, 가족들 대다수가 당구선수라고.
=할아버지의 아들 2명, 코엔 클루망(피터의 아버지) 커트 클루망(삼촌) 모두 당구선수다. 레이몬드 클루망의 장손인 나와 동생도 당구선수고. 올해 10살인 내 아들은 취미로 당구를 즐긴다. 하하.
▲몇 살 때 당구선수가 됐나.
=13살 때다. 벨기에에서 가장 낮은 레벨의 팀리그에 속해 경기했다. 이후 4년간 열심히 연습해 17살 때부터 가장 높은 레벨에서 경기했다. 국제대회는 16살 때 처음 출전했다. (국제대회 출전과 관련한 벨기에) 시스템이 전문적이지 못했고, 스폰서링도 약해 내가 돈을 마련해 나가야했다. 당시는 일(당구선수)과 학업을 병행해야 해서 힘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대회를 꼽자면.
=공동3위 한 ‘2014 포르투3쿠션월드컵’이다. 32강 타이푼(타스데미르), 16강 고 김경률, 8강 (다니엘)산체스 꺾고 준결승까지 올라갔는데, 아쉽게도 (롤랜드) 포톰에게 졌다. 그래도 최근 3년간 32강 본선과 16강에 꽤 올라갔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만족한다. 그 이유는 나는 현재 당구에만 올인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한 선수들은 프로(선수)로, 당구만 치는 사람들이잖나. 이기기 쉽지 않다.
▲3쿠션월드컵 외에 현재 참가 중인 대회는.
=벨기에 챔피언십, 프랑스 독일 등 당구리그에 참가한다. 시즌제로 운영되는 팀 리그다. 단, 경기는 팀이 아닌 1대1 대결로 이뤄진다. 매년 60~70경기씩 치른다. 3쿠션월드컵을 위한 좋은 연습무대다.
▲직장에 다니며 당구선수 활동을 병행한다고.
=그렇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 텔레콤컴퍼니(통신사)에 다니며 매주 32시간 일해 돈 벌고 있다. 하하. 아내도 일하고 있어 맞벌이다. 그래서 되도록 모든 3쿠션월드컵에 참가하려고 노력한다.
▲연습은 주로 어디서 하나.
=집에 테이블을 두고 있다. 포지션 플레이와 내가 약한 포지션을 주로 연습한다. 당구선수 동생이 같은 동네에 살아, 일주일에 한 번씩 동생과 연습게임도 한다. 하지만 연습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 직장에 다니고 있고, 매년 리그 경기를 소화한다. 2명의 자녀도 돌봐야 한다.
▲벨기에 당구인기가 궁금하다.
=예전에는 (벨기에에서) 당구인기가 굉장했지만, 지금은 (인기가) 조금씩 저물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당구를 배우는 단계가 있다. 프리쿠션, 보크라인, 1쿠션, 3쿠션 순이다. 나도 최종 완성된 당구를 치려고 이 과정을 거치며 차근차근 배워 올라왔다.
▲현재 벨기에에는 주목받는 신예가 드물다고.
=벨기에에는 그간 할아버지(레이몬드 클루망)를 비롯, 쿠드롱 레펜스 포톰 먹스 등 위대한 선수들을 많이 배출했다. 선수풀에 맞춰 조직이 잘 운영돼야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다. 벨기에는 이 점이 약해, 내 뒤를 따라와 줄 선수들(후배들)이 없어 보인다.
▲끝으로, 선수로서 목표가 있을텐데.
=그저 모든 대회에서 잘 하는 것이다. 나는 완전한 프로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올해는 내가 출전하는 대회에서 최대한 좋은 성적을 내려 집중하려고 한다. [호치민=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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