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3.06.21 16:24:17
주요 경기 여전히 ‘무박2일’…새벽 1시 넘어 끝나 9일동안 ‘심야경기’에 당구팬 밤잠 설쳐 피곤 선수들 최상의 경기력 발휘에도 지장 프로스포츠 지향한다면 대중과 호흡 고민해야
프로당구 23/24시즌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PBA-LPBA챔피언십’이 사이그너와 김민아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1일 LPBA 예선으로 시작한 이번 대회는 유명 선수들이 가세하면서 여러 얘깃거리를 쏟아냈다. 역시나 신입생 성적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달랑 한 대회 치른걸 두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다만, 산체스 최성원 초클루 이충복 한지은의 첫판 탈락은 (테이블 등 낯선 경기장 환경을 인정하더라도) 제 아무리 스타급 선수라 해도 단번에 프로무대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첫 출전에 우승컵을 든 사이그너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16강에 오른 즈엉아잉부, 32강에 진출한 루피 체넷은 똑같은 여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LPBA 8강에 오른 장가연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번 개막전은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을 끌며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19년 국내 여섯 번째 프로스포츠 타이틀을 품고 출범,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PBA투어 숙제도 그대로 노출했다. 특히 대중과의 접점에서 여전히 아쉬웠다.
프로스포츠는 대중과 호흡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하지만 PBA투어는 여전히 TV 중계방송 위주 경기 운영과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높아지는 관심에도 더 큰 ‘붐업’에는 한계를 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주요 경기 및 방송 중계 시간은 대중스포츠로 진화하려는 프로당구의 큰 걸림돌이다. PBA투어는 출범 초기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늦은 경기 시간으로 선수와 관중, 시청자 모두 불편함을 호소했다. 결승전 끝나고 기자회견까지 마치면 새벽 2시를 넘긴 적도 있다.
이는 선수와 팬을 배려하지 않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PBA 측은 “방송을 통한 시청자 유입을 우선으로 판단한다”면서 장기간 중계 방송 시간대에 맞춰 주요 경기를 편성했다고 한다.
그 이후 결승전 시간대가 밤 9시로 당겨진 적 있으나 이번 대회 PBA 결승전은 19일 밤 10시로 다시 늦춰졌다. (LPBA 결승전은 밤 9시30분) PBA 측은 “다른 중계방송 이벤트로 부득이하게 남자부 결승전은 늦은 시간에 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민아-김가영 LPBA 결승전은 밤 12시40분에, 사이그너-이상대 PBA결승전은 밤 11시40분쯤에 끝났다. PBA 결승이 4세트로 끝나서 그렇지 접전으로 치러졌다면 당연히 밤 12시를 넘어 ‘무박2일’경기로 치러졌을 것이다. 그것도 주말이 아닌 평일에.
PBA가 짧은 기간에 자리잡는 데 방송 중계 영향이 컸던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확실한 팬층이 있음에도 프로야구 등 인기종목 중계 이후 시간대에 주요 경기를 편성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프로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상품인 선수가 늦은 시간 경기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또한 고객인 팬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 팬들도 10일 가까이 되는 대회기간 내내 밤잠 설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당구는 선수도 본래 밤에 경기를 많이 하고, 시청자도 늦은 시간까지 많이 본다”고 말하는 일부 PBA 관계자 해명은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PBA 출범 이후에도 신규 당구팬 유입이 답보상태라 더욱 그렇다. 이런 마인드라면 남녀노소가 즐기는 프로스포츠의 본래 정체성을 갖추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
마침 PBA는 7월 중 킨텍스에 전용구장(230석 규모)을 마련, 3차대회부터 개최할 계획이다. 당구팬들이 현장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용구장도 생기는 만큼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보다 많은 당구팬이 보다 편하게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차승학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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