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입력 2023.06.15 12:34:56
베트남 호치민3쿠션월드컵 현장서 생중계 “아프리카TV서 하루전 요청, 흔쾌히 OK” 조명우 32강전, 차명종-트란 경기 때 긴장 당구 잘 몰랐는데, 박진감 넘치고 재밌어
“현장중계할 때 30~40대 삼촌팬들은 당구에 대해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당구 모르던 20대 팬들이 ‘어 재밌네’ 하면서 당구에 관심 가질 때 작은 보람을 느꼈죠.”
지난달 호치민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는 그 동안 당구경기장에서는 본적 없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을 든 BJ가 경기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실시간으로 현장중계한 것. 주인공은 아프리카TV의 김슬기BJ(29)였다.
그는 그 동안 국내 여러 스포츠 현장중계를 했다. 이번에는 3쿠션월드컵 대회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팬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호치민을 찾았다고 했다.
“아프리카TV는 ‘Anybody can Freely Broadcast TV’의 약자예요. 즉, 별다른 장비 없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의미죠.” 그런 만큼 김슬기BJ는 스마트폰 하나로 대회장에서 생중계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베트남 현지 관중들도 대회장에서 실시간 중계하는 모습을 무척 신기해했다. 특히 준결승과 결승전때는 베트남 여성 전통의상인 아오자이 차림으로 중계하자 베트남 관중들이 더 좋아했다고. 호치민3쿠션월드컵 대회장에서 짧게 그를 만났고, 귀국 후에 추가로 몇 마디 더 물어봤다.
▲당구경기장에서 BJ를 만난건 처음이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여행과 스포츠대회 중계를 주요 콘텐츠로 아프리카TV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슬기 BJ다. 스포츠방송은 간단하게 스마트폰 하나 들고 대회 현장을 찾아 관전하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TV 측이 ‘2023 호치민3쿠션월드컵’ 현장중계를 제안했고, 흔쾌히 받아들였다.
▲채널 애청자수는 얼마나 되는지.
=아프리카TV 채널(김슬기BJ) 애청자 수는 약 3만6000명쯤 된다. 팬층은 30~40대 삼촌팬들이 절대적으로 많다. 10대는 드물고, 20대 초중반 팬들도 적지않다. 제가 호치민에서 중계한 영상은 아프리카TV 제 채널(김슬기)에서 볼 수 있다.
▲어떤 스포츠를 주로 다루는지 궁금하다.
=중고등학교때 유도와 레슬링 선수를 했다. 그런 경험을 최대한 살려 배드민턴, 플라잉디스크, 팔씨름, 낚시 등 대회 현장을 순수한 아마추어 시선으로 즐기면서 방송한다. 주최측 관계자와 선수들에게 초보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데, 시청자들이 오히려 이런 점을 좋아한다. 아마 시청자들이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지 않나 싶다.
▲당구 중계는 호치민3쿠션월드컵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제가 당구를 잘 몰라서 당구경기가 무척 지루할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선수 경기를 응원하면서 저도 모르게 빠져들더라. 직관하면서 당구도 박진감 넘치고 재밌는 스포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블 위에서 공 세 개가 움직일 때 단순해 보였는데, 회전이 들어간 공을 보면 신기하더라.
▲대회 기간 몇경기나 현장중계 했나.
=호치민에서 5일 머무르며 4일 동안 2경기씩 총 8경기를 중계했다.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는데, 오후 2시에 중계하고 한참 있다가 밤 8시에 중계할 때는 약간 어려움이 있었다.
▲당구를 잘 모르는데 대회를 앞두고 사전 준비는 어떻게 했나.
=아프리카TV로부터 하루 전에 호치민3쿠션월드컵 현장중계 요청을 받았다. 당구를 몰라 부랴부랴 대진표 찾아보고, 룰도 배웠다. 김행직 조명우 등 한국선수에 대한 정보도 알아봤다. 외국 선수에 대해서는 현장서 많이 배웠다. 브롬달이 그렇게 대단한 선수인지 호치민서 처음 알았다. 하하
▲‘호치민3쿠션월드컵’ 현장중계할 때 포인트는.
=당연히 우리나라 선수 경기가 중심이고, 우리 선수를 응원하는 것이다. (4강전과 결승전때) 조명우 김준태 선수를 응원했는데, 우승까지 이어지지 못해 아쉬웠다. 당구를 잘 모르지만 현장에서 느낀 3쿠션은 ‘멘탈 싸움’이더라.
▲실시간 중계할 때 팬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나.
=제가 방송하면 팬들이 실시간으로 문자를 보내준다. 30~40대 삼촌팬들이 많은데, 다들 당구를 한두번은 쳐봤는지 많이 알려주었다. 경기 보면서 훈수도 둔다. 하하. 당구를 잘 모르는 20대 초중반 팬들은 왜 스코어가 바로바로 안올라가는 것까지 물어봤다.
▲특별히 팬들이 좋아하는 장면은.
=아무래도 한국선수 경기를 좋아했다. 특히 4강에 조명우와 김준태 두 명이 진출하니까 시청자가 늘었고, 결승전때는 더 많았다. 경기할 때는 관중석에서 중계하고, 시상식은 플로어에서 중계하는데 팬들은 테이블에서 좀더 가까운 곳에서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해주길 바란다.
▲현장 중계할 때 가장 긴장한 경기는.
=조명우와 제레미 뷰리의 32강전이다. 현장에서 직관하니 정말 짜릿했다. 조명우 선수가 지고 있다가 33:39에서 막판에 기어코 동점(40:40)을 만들더라. 그런 걸 보며 당구의 재미를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 차명종 선수와 베트남 선수(트란퀴엣찌엔)경기때도 손에 땀이 났다. 1점차로 져 아쉬웠다.
▲브롬달이 하이런26점 칠 때도 직접 봤겠다.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정말 놀라웠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차츰 관중석 분위기가 술렁였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지금 엄청난 기록이 나오고 있다’고 하더라. 20점 넘어가니 관중들이 환호하고 박수 치고 대단했다. 다른 테이블 선수들도 경기를 멈추고 응원했다. 솔직히 브롬달 선수에 대해서는 호치민에 도착해서 대충 알게됐는데, 새삼 대단한 선수구나 하고 생각했다.
▲베트남 관중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베트남 관중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우리나라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촬영 첫날 대회장 경비들이 (촬영을) 저지했는데, 알고보니 소통이 안돼서 그랬다. 한국에서는 현장중계할 때 싫어하는 분들이 꽤 많았는데, 베트남 관중들은 친절하게 잘 도와주셨다. 아오자이를 입어서 그런가. 하하.
▲호치민 다녀와서 보람도 느꼈다던데.
=제 팬 중에 20대 초중반은 당구를 전혀 모르는 층이다. 그런 친구들이 저의 중계를 보고 ‘당구경기 처음 봤는데, 재밌더라. 나도 한번 쳐봐야겠다’고 할 때 나름 보람을 느꼈다. 당구발전을 위해 내가 뭔가 했구나 하는 작은 자부심이라고 할까. 하하.
▲다음에 요청이 들어오면 또 현장중계할 생각인가.
=당연하다. 이번에는 준비가 미흡했다. 당구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그럼에도 팬들 반응이 너무 좋았다. 다음에 그런 기회가 생기면 제대로 준비해서 팬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대회를 보고 당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3쿠션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사실 앞서 로드FC(종합격투기 단체) 측 제안으로 종합격투기도 배운 적 있다. 레슬링과 유도를 배운 저는 타격기술이 부족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것처럼 당구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희한하게 당구가 어려워 보였는데, 선수들 경기를 보다보니 나도 할 수 있겠더라. 하하. [호치민=이상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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