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플젠에 위치한 두산스코다파워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터빈을 조립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핵심 주기기 제작사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980년대부터 쌓아온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표준형 대형 원전인 APR1400 주기기 국산화에 성공했으며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아랍에리트(UAE), 중국 등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에 원자로 34기, 증기발생기 124기를 제작해 공급한 바 있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발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을 최종 수주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 일원으로 이 사업에 참여해 원자로 용기(Reactor Vessel)와 증기 발생기(Steam Generator) 등 원전 주기기를 납품할 예정이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이번 체코 사업 규모는 약 26조원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사업 약진 배경엔 그룹 차원의 지원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체코 프라하에서 원전 사업 수주를 지원하는 '두산 파트너십 데이' 행사를 직접 주관하면서 수주전에 힘을 실었다.
이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는 향후 팀코리아의 유럽 원전 시장 공략에 있어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869년 설립된 체코의 터빈 제조 회사로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약 80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글로벌 발전 시장에서 현재까지 540개 이상 증기 터빈 공급 실적(발전용량 기준 약 50GW)을 보유했으며 특히 체코를 비롯해 슬로바키아, 핀란드 등 3개국에 총 26개의 원전용 증기 터빈을 공급한 바 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이번 체코 두코바니 사업에서도 핵심 역할을 맡는다. 두산스코다파워는 두코바니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 터빈을 직접 생산해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해 9월 한수원, 두산에너빌리티와 체코 원전용 증기터빈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발판으로 세계 시장에서 추가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유럽 내 SMR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유연한 건설과 운영이 가능해 다양한 지역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등 글로벌 SMR사와 협력을 통해 '글로벌 SMR 파운드리(Foundry·생산 전문기업)'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3세대 SMR 선두 개발사인 뉴스케일(NuScale)과 4세대 SMR 선두 개발사인 엑스에너지(X-energy)에 지분 투자를 실시해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빌 게이츠가 투자한 4세대 SMR 개발사인 테라파워(TerraPower)를 비롯해 여러 SMR 개발사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SMR 사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강점은 무엇보다 40여 년간 원자로, 증기발생기를 비롯한 원전 핵심 기기 공급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SMR 개발사들의 설계를 제작사 관점에서 정밀 분석하고, 최적의 제작 공정·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SMR 파운드리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여러 SMR 고객사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키는 맞춤형 제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원전 주기기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단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두산에너빌리티의 강점으로 꼽힌다. 단조 공장에서는 SMR의 대형 소재를 제작할 수 있는데, 소재와 기기 제작 공장을 한곳에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두산이 유일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용 소재부터 정밀한 대형기기까지 모두 제작 가능하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납기와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는 첨단 제작기술 개발을 통해 원전 및 SMR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금속 분말 열간등방압성형(PM-HIP) 기술, 레이저 클레딩, 전자빔 용접 등 최첨단 기술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품질 고도화와 제작 기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발전설비 제작 전문기업이다. 청정 전기 생산을 위한 가스터빈과 대형원전, SMR을 비롯해 수소터빈, 해상풍력 등 다양한 발전 주기기 부문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세계 다섯 번째로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분야에서 기술력을 검증받으며 수주를 확대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