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나토 데이즈(NATO Days) 행사에서 유럽산 항공기 속에서 국산 다목적 전투기 FA-50 모습을 드러내 주목받았다. 국산 항공기가 나토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데뷔 무대에서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뽐낸 FA-50은 K방산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폴란드와 2022년 9월 FA-50 수출 계약 체결 후 1년 만에 이뤄진 성과였다. FA-50은 다목적 전투기라는 점 자체가 강력한 경쟁력이다. FA-50은 동일한 플랫폼으로 훈련과 전투가 가능하다. 실제 2017년 마라위 전투에 필리핀 공군이 운용하는 FA-50PH가 실전 투입돼 활약을 보이며 주목받았다.
FA-50의 또 다른 경쟁력은 신뢰성이다. 한국 공군에서는 T-50 계열 항공기 150여 대를 20년 가까이 운용 중이며 2023년 10월엔 FA-50 '10만시간' 무사고 비행 기록을 달성했다. 한국 공군의 안정적 운용 데이터와 검증된 성능 등이 높은 신뢰성의 기반이다.
FA-50이 특히 유럽과 서방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나토 회원국들이 운용 중인 F-16, F-35 전투기와 높은 호환성에 있다. 가성비 높은 운용유지 비용 또한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FA-50 수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민·군·관 협력이다. 이를테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인접국인 폴란드는 항공 전력을 긴급 강화하기 위해 빠른 납품을 원했다. 폴란드 공군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우리 국방부와 공군의 대승적 결단과 방사청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 등 정부와 공군, 한국항공우주(KAI)가 원팀이 돼 수출 계약 후 1년3개월이라는 초단기간에 FA-50GF 12대를 성공적으로 납품했다.
이달 KAI는 필리핀 국방부와 FA-50 12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 9800억원에 달하는 또 다른 초대형 수출을 발표했다. 이번 필리핀 추가 수출로 FA-50을 포함한 T-50계열 수출 계약 실적은 누적 11조원을 돌파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와 16대 계약을 시작으로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이라크와 폴란드 수출까지 성공하며 명실상부 K방산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FA-50의 수출 실적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며 중동·아프리카 시장 수출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항공기 개발의 본고장이자 최대 500대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국산 항공기 운용국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만큼 추가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KAI는 지난해 12월 필리핀과 국산 수출 항공기 최초로 성능 기반 군수지원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3월 인도네시아와 KT-1B 수명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는 완제기 수출을 넘어 운용 유지를 위한 후속 지원 분야까지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