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학교 교육에서 '리더십'은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리더십을 단지 '앞서나가고 남을 이끄는 능력'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은 여전히 강하다. 특히 영어 교육과 관련해서도 언어를 도구화하고 경쟁 수단으로 삼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게 현실이다. 영어 실력이 곧 우위의 상징이 되고, 조기 교육과 시험 성적이 리더십의 증표처럼 여겨지는 풍경은 우리 교육의 본질을 되묻게 한다.
이런 배경에서 영어권에서 유래한 단어 '프레지던트(President)'의 어원을 되짚어보는 일은 리더십과 영어 교육 양면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프레지던트는 라틴어 praesidens에서 유래했으며, prae(앞에)와 sedere(앉다)의 조합으로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을 뜻한다. 단순한 위치적 개념이 아닌 공동체의 상황을 가장 먼저 살피고, 무게를 감당하며 보호하는 존재를 의미한다. 즉 지시하거나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먼저 나서서 책임지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프레지던트다.
미국 건국자들이 최고지도자의 직함으로 '프레지던트'를 채택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권위적 통치에서 벗어나 국민을 섬기고 책임지는 공화국 지도자의 이상을 담아 이 단어를 선택했다. 조지 워싱턴은 전쟁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으로서 두 차례 임기 후 자발적으로 권좌에서 물러났고, 이는 '공동체 앞에 앉아 책임지는 자'로서 리더십을 실천한 역사적 장면이었다.
이 어원을 되새기는 일이 단순한 언어적 호기심을 넘어서는 이유는 분명하다. 언어는 곧 사고의 틀을 결정하며, 영어 교육 역시 언어 자체의 의미를 깊이 이해할 때 비로소 인성과 철학을 함께 키우는 교육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그저 시험 점수나 취업을 위한 기술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언어가 품고 있는 사유의 틀, 문화적 가치, 나아가 공동체적 책임이라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영어 교육이란?
현대사회에서 영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능력 향상을 넘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영어 교육이란 무엇일까?
1. 협력 중심의 영어 학습 환경 조성: 발표와 토론 중심의 수업에서도 개인의 성과보다 팀의 결과에 집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통해 언어가 소통 수단임을 체득하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협력 중심 수업을 도입한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의 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2. 책임감 있는 언어 사용 강조: 단어나 문장을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공동체와 연결되는지를 고민하게 함으로써 언어의 윤리성을 가르쳐야 한다. 예컨대 'I promise'나 'I understand' 같은 표현이 실제 생활에서 어떤 무게를 갖는지 체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말의 무게와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3. 실패를 허용하는 학습 구조 마련: 매년 영어 스피치 대회 준비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실수 속에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할 때 그 과정 자체가 성장의 기회가 된다. 완벽한 문법보다 중요한 것은 실수 속에서 배우는 과정이며, 이는 리더십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회복탄력성과도 맞닿아 있다.
4. 공감 능력을 키우는 영어 교육: 글로벌 시대의 리더는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이해하고 조율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영어 교육은 그 자체로 다문화 감수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는 도구가 돼야 한다. 다문화 토론 수업을 통해 서로 다른 시각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른 한 학급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결국 영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교육이 아니라 사고의 교육이자 태도의 교육이다. '프레지던트'라는 단어가 지닌 어원적 의미처럼, 현대적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앞에 나서기보다 앞에서 책임지는 자세에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영어는 단지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말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답을 찾게 해주는 과정이어야 한다.